10월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에서 리더십 시험대 오를 전망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경선을 통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주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에서 "외연 확장을 통해 지지율을 올리겠다"면서 "빈부격차 해소 등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해 당의 지지율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5선 중진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비상 상황에 놓인 당을 수습할 구원투수로 낙점된 것이다. 원내지휘봉을 거머쥔 주 원내대표는 취임하자마자 이준석 전 대표 징계를 둘러싼 내홍 수습과 윤석열 정부의 첫 정기국회 성공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주 원내대표가 첩첩산중에 놓인 당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을 '히든카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 원내대표는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총 106표 중 61표를 얻어 집권여당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경쟁자였던 이용호 의원은 42표를 얻었다. 예상 밖 선전했다는 평가가 많지만, 결국 고배를 마셨다.
당초 친윤계의 지지를 받은 주 원내대표는 경선 형태를 빌린 추대 형식으로 손쉽게 원내대표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선출 과정에서도 최대 관전 포인트는 이 의원이 몇 표를 받느냐였다. 지난 4월 선출된 원내대표 경선에서 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윤심'을 등에 업고 경쟁자 조해진 의원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의원이 과반에 가까운 40표 이상을 득표하며 반전을 이뤘다. 최근 당의 위기 상황을 초래한 것을 두고 '윤핵관'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당내 반발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핵관'들이 주도한 주 원내대표 '추대론'에도 불구하고 의외의 접전 상황이 펼쳐지자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당심에 경고등이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더팩트>와 만나 "의외로 이 의원이 많이 득표했다"며 "여기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돼 있고 국민들이 더 잘 알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주 원내대표는 당선 인사를 통해 "앞장서서 당을 이끈다는 생각은 안 한다"며 "언제든 의견을 내주시고 찾아주셔서 함께 위기를 극복하자"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당이 우선 안정돼야 하고, 외연 확장을 통해 지지율을 올려야겠다"며 "약자와의 동행, 호남동행, 그리고 청년 정치 참여, 빈부격차 해소 등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정기국회 관련 현안은 압도적 다수인 야당의 공세에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출마 결정 당시 권 전 원내대표의 잔여 임기인 내년 4월까지만 직책을 맡겠다고 공언했다. 자신을 중심으로 일부 부정적 기류가 형성되는 낌새가 보이자 '임기 제한' 카드를 제시하며 달랜 것이다.
일각에선 결선 없이 첫 투표에서 과반 결과가 나온 점을 두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당선됐다는 평가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주 원내대표의 당선은 이미 예상된 결과였다"면서 "표의 향배가 갈린 점을 두고 많은 해석이 나올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주 원내대표가 과반 이상을 득표하면서 원활한 교통정리를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주 원내대표는 '주호영 비대위'가 17일만에 좌초된지 약 한달 만에 원내 지도부로 복귀했다. 이 배경에는 '외연 확장'을 내건 이용호 의원보다 '안정감'과 '위기 수습'이 먼저라는 당내 인식이 앞섰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새롬 기자 |
주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에서 물러난 지 약 한 달 만에 전격 복귀한 배경에는 '외연 확장'을 내건 이 의원보다 '안정감'과 '위기 수습'이 먼저라는 동료 의원들의 인식이 앞섰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21대 총선 패배 직후인 2020년 5월부터 1년 동안 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를 지낸 바 있다. 그는 앞선 원내대표 임기 동안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삼고초려 끝에 영입하고, 비대위 출범 작업과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의 통합 작업 등을 이끌며 안정적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수 텃밭인 TK(대구·경북) 지역을 기반으로 둔 데다, 바른정당 출신으로 중도보수 성향 이미지가 강해 당의 조기 안정과 화합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도 한몫했다. 계파색이 옅어 윤핵관이라 불리는 권 전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 등은 물론, 다양한 의원들을 아우르며 계파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당내 분란 소지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당장 오는 10월부터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의 첫 정기국회에서 야당 공세를 막아내고 성공적 예산안 처리와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입법적 성과 등의 시급한 과제들이 산적해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이 전 대표가 비대위 출범과 관련해 잇따라 제기한 '가처분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무사히 치러내는 '투톱'으로서 역할도 요구된다. 이 전 대표와의 '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되는 혼잡한 상황에서 '안정론'을 택한 의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오는 28일 정 위원장의 직무 집행에 대한 법원의 가처분 심문 기일이 예정돼 있어 또다시 비대위 체제가 무산될 경우 주 원내대표가 '원톱'으로 당대표 직무를 대대행할 가능성도 있다.
현 상황과 관련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인물난을 겪고 있는 당 상황에서 주 원내대표는 최선의 가능성"이라며 "시급한 과제가 너무 많지만 모두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잘 해결해 주길 바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