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의 아쉬운 퇴장?…임기 절반 못 채운 '초고속' 사퇴
입력: 2022.09.19 00:00 / 수정: 2022.09.19 00:00

정치권 관계자 "적절한 사퇴이며 오롯이 책임져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마지막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원내지휘봉을 내려놨다. 국민의힘은 오는 19일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할 계획이다. 약 5개월 만에 2선 후퇴한 권 원내대표를 향해 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이새롬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마지막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원내지휘봉을 내려놨다. 국민의힘은 오는 19일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할 계획이다. 약 5개월 만에 2선 후퇴한 권 원내대표를 향해 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집권여당 원내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지난 4월 취임 이후 계속되는 내홍과 국정 지지율 하락을 둘러싸고 '윤핵관' 책임론이 거세게 불거지면서다. 5개월간 '원내대표'직을 수행한 그를 향해 정치권 관계자들은 '비상 상황을 초래한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자신이 주재하는 마지막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감사를 앞두고 원내지도부가 교체되는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하루빨리 당이 안정화되고 새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똘똘 뭉쳐 국민 앞에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유의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비상 상황에 놓인 당의 앞날을 걱정한 것이다.

향후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도 "저 역시 어느 자리에 있든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우리 당의 화합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19일 의원총회를 열고 권 원내대표의 후임 '원내대표'를 선출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판단 이후로 일정을 미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권 원내대표는 "월요일(19일)에 무조건 (원내대표직을) 사퇴하겠다. 일주일 더 하는 것도 지옥 같다"며 의지를 내비쳤다.

앞서 권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여당 원내대표 사퇴 의사를 밝힌다"며 "당은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주길 바란다"고 선언했다.

윤 대통령과 권 원내대표는 죽마고우 사이로 알려졌다. 윤심을 등에 업은 권 원내대표는 압도적 표차이를 보이며 지난 4월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지지자들의 신임을 받으며 화려할 것으로 예상됐던 향후 행보와 달리, 권 원내대표는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가시밭길을 걸었다. /남윤호 기자
윤 대통령과 권 원내대표는 '죽마고우' 사이로 알려졌다. 윤심을 등에 업은 권 원내대표는 압도적 표차이를 보이며 지난 4월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지지자들의 신임을 받으며 화려할 것으로 예상됐던 향후 행보와 달리, 권 원내대표는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가시밭길을 걸었다. /남윤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10대부터 '죽마고우' 사이로 알려진 탓에 권 원내대표는 '윤핵관 중 윤핵관'으로 불렸다. 윤 대통령의 정계 입문부터 3·9 대선 승리까지 지근거리에서 조력하며 단숨에 정권 최고 실세로 발돋움 했고, 이같은 기세를 몰아 지난 4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조해진 의원을 상대로 압도적 표차이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새롭게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와 당 사이 가교 역할에 적임자가 되리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이에 걸맞게 취임 초기는 꽤나 화려했다. 윤 대통령과의 긴밀한 소통으로 '강한' 집권 여당을 공언하며 지지자들의 신임을 받았다. 그러나, 권 원내대표는 임기 초반부터 삐그덕거렸다. 박병석 당시 국회의장이 제안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재안을 수용하면서 당내 거센 반발에 부딪치면서다. 비록, 합의를 철회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리더십에 큰 흉터를 남겼다.

이후 이 전 대표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 이후 대표 직무대행을 겸임하며 '원톱'으로 당을 이끌었지만 본인에게는 물론, 당에게도 치명적 악재로 작용했다. 직무대행 시절 자신의 지인과 관련한 대통령실 9급 공무원 사적채용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고작 7급 가지고"라는 발언을 통해 온 국민의 질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윤핵관이라 불리는 장제원 의원과의 불화설에도 연루돼 '윤심(尹心)'에도 이상 징후를 보였다.

특히 윤 대통령과 주고받은 '내부총질' 문자메시지 노출은 이 전 대표의 강한 반발을 일으키며 당내 분란을 최고조에 달하게 했다. 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위기 수습에 나섰지만, 권 원내대표가 당연직으로 비대위원으로 합류하면서 오히려 논란은 커졌다. 여기에 법원이 이 전 대표가 제기한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임명 17일 만에 직무가 정지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권 원내대표를 향한 비판은 지금도 계속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 7월 26일, 권 원내대표와 윤 대통령이 메시지를 주고받는 모습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포착됐다. 이는 권 원내대표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혔다. 또, 이 전 대표의 강한 반발을 불러오면서 당을 자중지란에 빠지게해 사퇴의 배경으로 꼽힌다. /남윤호 기자
지난 7월 26일, 권 원내대표와 윤 대통령이 메시지를 주고받는 모습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포착됐다. 이는 권 원내대표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혔다. 또, 이 전 대표의 강한 반발을 불러오면서 당을 자중지란에 빠지게해 사퇴의 배경으로 꼽힌다. /남윤호 기자

임기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2선으로 후퇴한 권 원내대표에 대해 차재권 부경대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차 교수는 "권 원내대표의 5개월은 '좌충우돌'이라고 본다"며 "당을 이끌만한 콘텐츠를 발견하지 못했고 대통령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권 원내대표가 집권 여당으로서 국정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오롯이 책임졌어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정권교체 초반 국민으로부터 지지율을 확보하지 못했고, 대통령실과의 긴밀한 관계를 이끌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 전 대표와의 관계를 매끄럽게 풀어나가지 못한 탓에 당을 자중지란에 빠지게 했다는 비판도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 전 대표 사태가 지금까지 확대됐고 대통령에게 까지 큰 부담을 주었다"며 "본인이 입은 정치적 타격을 회복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 원장은 "정권 초기 윤 대통령과 당의 스킨십을 확대하려고 상당히 애를 쓴 것은 공으로 여겨진다"면서 "상당히 무겁고 부담스러운 역할을 나름대로 소화하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zustj913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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