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마다 '개딸' 찾는 이재명…위축되는 野
입력: 2022.09.18 00:00 / 수정: 2022.09.18 00:00

'김건희 특검법 반대'에 '비방글' 퍼붓는 개딸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지자들과 활발한 소통을 하는 정치인 중 한 명이다. 그는 위기 국면에서도 지지자들과 소통을 멈추지 않았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안경을 고쳐쓰고 있는 이 대표. /이새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지자들과 활발한 소통을 하는 정치인 중 한 명이다. 그는 위기 국면에서도 지지자들과 소통을 멈추지 않았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안경을 고쳐쓰고 있는 이 대표.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많은 분들이 '여심'(여의도 국회의원), 당심, 민심의 괴리를 걱정합니다. 국회의원과 당원, 지지자 간 차이를 좁히는 방법은 민주주의 강화뿐입니다. 민주당이 '누구나 당원하고 싶은 정당'으로 혁신하고, 국민 속에서 여남노소 누구나 자유롭게 활동하는 소통정당으로 만드는 것이 해법입니다. 전자민주주의로 직접민주주의를 확대하고 당원의 지위를 강화하겠습니다.(이재명 당대표 8·28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선언문 中)

방문 677회. 작성글 9회. 작성 댓글 136회(9월 14일 기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개설 6개월 된 자신의 온라인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서 활동한 지표다. '소통왕'이라고 불릴 만큼 역대 어느 정치인보다 당원들과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이 대표는 대선 직후, 인천 계양을 출마, 전당대회 출마 등 위기의 순간마다 지지자들을 찾았다. 오프라인 당원 공간 마련, 당원투표 상설화 등도 약속했다. 이 대표 지지자인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들은 김건희 특검법 추진, 검찰 기소 등 주요 현안을 두고 이 대표를 엄호 중이다. 일부 지지자들의 과격 행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표가 이를 방관하고 끌려다닐 경우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지난 8일 이 대표에 대한 첫 검찰 기소가 발표될 당시, 이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채널 '이재명'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시장을 돌며 '민생'을 강조했다. 이날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기소가 예상됐던 만큼 정치권에선 해당 라이브방송이 의도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이 대표 라이브방송을 시청하던 지지자들은 기소 발표 직후 이 대표를 옹호하고 검찰을 비난하는 댓글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추석 연휴 기간에도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트위터로 지지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검찰 기소를 겨냥한 듯 "세상살이가 하도 팍팍해서 여유가 잘 안 생긴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지지자들은 이 대표가 강력한 당권을 행사하고, 기소에도 리더십 타격을 입지 않도록 하는 동력으로 평가된다. 첫 검찰 기소 발표가 예정된 시각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인천 계양을 시장 방문 모습을 보여주면서 지지자들과 소통하는 이 대표. /이재명 대표 유튜브채널 이재명 갈무리
지지자들은 이 대표가 강력한 당권을 행사하고, 기소에도 리더십 타격을 입지 않도록 하는 동력으로 평가된다. 첫 검찰 기소 발표가 예정된 시각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인천 계양을 시장 방문 모습을 보여주면서 지지자들과 소통하는 이 대표. /이재명 대표 유튜브채널 '이재명' 갈무리

이 대표의 당원 소통 행보는 유독 위기 때마다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그는 대선 다음 날인 3월 11일 온라인 팬카페에 '낙선 인사' 글을 남겼고, 지지자들의 응원 문자에 적극적으로 답장했다. 이 대표는 인천 계양을 출마를 결심한 이후 팬카페에 지난 5월에만 7건의 글을 게재했다.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셀프 공천 의혹'과 책임론 공세에 시달린 지난 6~8월에는 지지자들의 응원 글에 "미안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등의 댓글을 달면서 소통을 이어갔다.

당대표가 된 직후에는 당사 내 당원존 설치와 전자당원증 도입, 당직자의 업무연락처 공개 등 '당원 권한 강화'를 위한 방안들을 당에 지시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당원존은 당사 2층에 마련해 다음 달 5일 개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직자 업무연락처 공개는 아직 실행되지 않은 상태다.

민주당은 지난 6월 의원 워크숍에서 선거 연패 원인 분석과 관련해 "팬덤정치의 순기능과 역기능 의견이 제시됐고 무관심과 냉소, 혐오정치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며 "배타적 팬덤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결별해야 한다"고 총평한 바 있다. 당 안팎에서도 '팬덤 정치와의 결별'을 외치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그러나 지선 후 3개월이 지난 현재 일부 지지자들의 과격 행위는 여전한 모습이다. 민주당이 당론 채택한 '김건희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신속 처리안건)으로 단독 처리하기 위해선 법사위원 5분의 3 이상(11명)의 동의가 필요해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의 협조가 절실하다. 지지자들은 조 대표가 협조 불가 입장을 밝히자 항의 전화와 글 폭탄을 남기고 있다. 조 대표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올린 특검 반대 글에는 16일 기준 15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구차한 소리 말고 국짐(국민의힘)으로 가시라" "당신은 검찰과 윤석열 쉴드치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치계에서 떠나라" "누구 덕에 국회의원이 됐는데 배은망덕한 자 같으니" 등의 비방글이 다수다. 조 대표가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을 통해 비례대표에 당선된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조 대표 측 관계자는 "(항의성) 문자가 며칠 전 800개였는데 지금은 거의 2배된 것 같다. 전화도 일주일 내내 쉬지도 않고 왔다. '18원' 후원금도 많이 주셨다"라고 했다. 조 대표 측은 특검법 관련 공론장을 열자는 취지로 오는 23일 반발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을 만나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포항 지하주차장 침수 사태와 관련해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현장 방문으로 수리가 지연됐다는 취지의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설마, 아닐 것"이라고 답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제1야당의 대표로서 모든 언행이 기사화된다는 걸 알면서 허위사실 확산에 앞장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 취임 후 당 주요 현안 결정에도 일부 당원들의 입김이 세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당원청원시스템에는 지난 13일 민형배 무소속 의원 복당을 요구하는 청원이 다시 올라왔다. 앞서 지난달 10일 비슷한 청원글이 올라왔지만 답변 기준인 동의자 5만 명을 채우지 못해 종료되자 다시 올린 것이다. 민 의원은 지난 4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정국에서 법안을 밀어붙이는 방안으로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하기 위해 민주당을 탈당한 바 있다. 청원은 현재 1000명 넘는 동의를 얻었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경선 기간 민 의원 복당에 대해 "당이 필요로 해서 요청한 건데 개인 책임으로 귀결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라며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어 당원 요구를 근거로 복당을 추진할 가능성도 관측된다.

선거 연패 이후 민주당 내에선 극성 팬덤정치와의 결별이 개혁 과제로 제시됐지만 현재는 당원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8월 전당대회 룰과 관련해 비대위에 항의하는 이 대표 지지자들. /박숙현 기자
선거 연패 이후 민주당 내에선 '극성 팬덤정치와의 결별'이 개혁 과제로 제시됐지만 현재는 당원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8월 전당대회 룰과 관련해 비대위에 항의하는 이 대표 지지자들. /박숙현 기자

당 일각에선 '이재명의 민주당'에서 이전보다 더 당심과 민심 간 균형을 잡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초선 의원은 "이 대표는 여심(여의도 정치인 의견)과 당심을 나눴다. 그러나 개딸을 중심으로 해서 강성 지지층 의견이 다수를 형성하고 있다. 당심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데 (일부 당원 의견을) 다 당심이라고 봐선 안 된다"며 "당원의 뜻을 잘 반영하고 당원이 참여하는 구조는 필요하지만 다수 의견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요구를 쫓는 식으로 하다 보면 당이 균형 잡힌 안정감을 잃을 소지도 있다"고 했다.

'극성 팬덤 정치와의 결별'을 이루지 못할 경우 이 대표의 정치적 입지를 좁게 만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일부 지지자들의 조 대표 비방에 대해 "(민주당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망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조 대표가 더 반발하지 말을 듣겠나"라며 "그동안 당 개혁 과제 중 하나로 악질적인 팬덤을 극복하는 게 있었는데 이를 전혀 손대지 못하고 편승하면 민주당 개혁은 점점 멀어질 것"이라고 했다. 강성 팬덤 정치와 선을 긋는 당내 분위기도 아니라고 전했다. 그는 "지금은 이 대표가 압도적으로 당대표가 돼서 리더십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하기 힘든 상황이다. (비판하면) 괜히 발목 잡는 것 같고 이 대표에 대한 (검찰 기소 등) 외부 공격이 있어서 이 역시 내부 비판을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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