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공격에 대한 '압도적 대응'이 과연 가능하고 바람직할까?  
입력: 2022.09.17 13:24 / 수정: 2022.09.17 13:24

정성장 "EDSCG 회의 공동성명, 한미확장억제 실효성 의구심만 키웠다" 비판

한미 양국은 16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를 열고 북한의 핵 공격에 압도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보니 젠킨스 미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차관, 신범철 국방부 차관, 조현동 외교부 1차관, 콜린 칼 미 국방부 정책 차관. 주미한국대사관 제공
한미 양국은 16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를 열고 북한의 핵 공격에 압도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보니 젠킨스 미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차관, 신범철 국방부 차관, 조현동 외교부 1차관, 콜린 칼 미 국방부 정책 차관. 주미한국대사관 제공

[더팩트 ㅣ 박희준 기자]한미 양국이 북한의 핵 공격에 "압도적이고 결정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미국의 핵확장억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만 더욱 키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이 지난 8일 최고인민회의 회의에서 새로운 핵무력정책 법령을 채택해 핵무기 사용 조건 5가지를 공개하고 적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와 작전상 불가피하다고 판단될 경우 핵 선제공격까지 정당화했지만 이에 대한 한미의 대응은 전혀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내 민간 외교 안보 씽크탱크인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17일 한미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 공동성명에 대해 분석자료에서 이같이 비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더팩트 DB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더팩트 DB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은 2018년 1월 한미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를 개최한지 4년8개월 만인 16일 워싱턴DC에서 EDSCG 회의를 열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은 EDSCG 회의 공동성명에서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와 진전된 비핵능력 등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해 대한민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미국의 철통같고 흔들림 없는 공약"을 재강조했다. 성명은 "미국은 대북 억제와 역내 안보 증진을 위해 전략자산의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역내 전개와 운용이 지속되도록 한국과의 공조를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북한은 지난 2006년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 6차례 핵실험 벌였으며 이를 통해 핵무기 폭발력을 0.5~2kt(킬로톤)에서 140kt 이상으로 키웠으며 핵무기 소형화도 상당부분 달성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또 사거리 1만400km인 대륙간탄도탄(ICBM) 화성-14를 작전배치하고 최대 사거리 1만3500km인 화성-15를 개발 중이다.북한은 다수의 탄도미사일과 대구경 방사포도 작전 배치했거나 개발하고 있다.미국은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 B-1 폭격기, B-52폭격기, F-35스텔스 전투기 등에서 전술핵폭탄을 투하하고 오하이오급 핵추진 잠수함에서 트라이던트-5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언제 어디서든 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정성장 센터장은 한미 양국은 그러나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한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이 무엇인지 전혀 밝히지 않았으며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이 핵무기 사용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 또한 명확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정 센터장은 문제는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한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이 과연 이행할 수 있고 바람직한가 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남북한 간의 우발 충돌 시 북한이 재래식 무기 분야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국이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 차원에서 전략핵무기로 대응한다면, 북한도 전략핵무기로 서울과 워싱턴 DC, 뉴욕을 보복함으로써 한반도 전체가 초토화되고 미국 본토도 장기간 회복하기 어려운 인명과 경제 피해를 입을 것으로 그는 예상했다.

정 센터장은 "그러므로 북한이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할 명분을 주지 않는 것과 한국이 북한의 핵무기에 대응할 수 있는 자체 억제 능력을 보유함으로써 북한이 한국에 대한 핵 선제공격에 대해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면서 "한국이 대북 핵억제력을 보유하기 전까지는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해 지나친 확전과 전면전을 가져올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이 아니라 북한의 핵 공격 수준과 그에 따른 피해에 상응하는 '즉각적이고 자동적인' 핵 보복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한미가 이번 확장억제전략협의체 회의에서도 북한의 핵 공격 수준에 비례하는 '즉각적이고 자동적인' 미국의 핵 보복에 대해 또 합의하지 못하고, 미국이 현실적으로 지킬 수도 없고 만약 지킨다면 남북과 미북 간의 전면 핵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큰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을 공약(空約)한 것은 유감이라고 정 센터장은 비판했다.

북한이 이미 2017년에 수소폭탄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성공함으로써 미 본토도 북한의 핵 위협에 직면했으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워싱턴 DC와 뉴욕이 불바다가 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서울을 지켜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희망적 사고'이며 미국에게 그 같은 '숭고한' 희생을 요구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그는 덧붙였다.

정 센터장은 "미국이 북한과의 핵전쟁으로 본토가 불바다가 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을 지켜주기 어렵다면 한국의 독자 핵무장을 은밀하게 뒷받침하는 것이 한미 모두의 국익에 부합한다"면서 "한국 정부도 미국이 현실적으로 제공할 수 없는 '완벽한 핵우산'을 계속 요구할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핵억제력 확보에 착수하면서 미국과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있는 정교한 논리를 가지고 한국의 '새로운 길'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jacklond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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