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14일 첫 회의를 열고 공식 활동에 돌입했다. 정 위원장이 당 정상화를 위한 리더십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국회=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당내 혼란상을 수습하고 당을 정상 궤도로 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당을 안정화시키겠다는 그의 의지는 확고하다. 과거 한 차례 리더십을 발휘해 당의 분란을 잠재웠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도 당을 재정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6년 전으로 시계를 되돌려 보자.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2016년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계파 갈등이 요인이었다. 그해 4·13 총선 공천 과정에서 '진박'(진짜 박근혜) 감별이라는 말까지 돌았다.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계'가 공천 갈등을 노출한 탓에 민심을 잃었다. 의석수는 152석에서 122석으로 크게 줄었다. 민주당에 원내 1당 자리를 내줬던 여당의 완패였다.

'막장 공천' 파동 이후에도 내홍은 가라앉지 않았다. 계파 간 책임론 제기와 총선 패배에 따른 당 수습 방안을 두고 세 대결 양상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분당론까지 거론될 정도로 보수 정당의 내홍은 심각했다. 당시 당내에선 친박계를 두고 '여당 안의 여당'이라는 분위기가 있었다. 청와대와 긴밀한 관계였던 점과 세 규모로 봤을 때 당의 주류는 단연 친박계였다.

당이 내홍의 수렁으로 깊이 빠져들 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인물이 정 위원장이다. 그해 5월 새누리당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해 원내 사령탑에 올랐다. 원외 인사였던 그의 당선은 여당 최초 사례로 남아 있다. 당연히 계파 청산과 당 안정화가 최우선 과제였다. 하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다. 원내대표단을 친박계 인사들로 채워 비판을 받았다. 친박계를 중심으로 사퇴론이 나오기도 했다.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당시 정 원내대표가 비박계 인사 다수를 혁신위원장과 비대위원으로 구성한 데 대해 친박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비대위와 혁신위 출범을 추인할 전국위원회가 친박계의 보이콧으로 무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친박계와 비박계 사이에 갈팡질팡하면서 두 계파 사이에 끼었다는 의미의 이른바 '낀박'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였다.

위기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정 위원장은 친박계와 비박계 좌장격이었던 최경환·김무성 당시 의원과 3자 회동으로 지도체제 전환에 합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취임 초만 하더라도 의문부호가 붙었던 정 위원장의 리더십이 호평을 받았다. 이후 혁신비대위원장(김희옥)을 영입하고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키며 지도부 공백 사태를 매듭지었다. 당 정상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내대표에 선출된 지 1개월여 만이었다.

정 위원장은 이준석 전 대표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부터 당내 갈등 봉합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이새롬 기자

6년 전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정 위원장의 리더십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정 위원장은 혼돈에 빠진 당 수습 중책을 또다시 떠안았다. '주호영 비대위'가 법원의 제동으로 침몰하면서 당내 최다선(5선)인 그가 '독배'를 들었다. 정 위원장은 지난 7일 "지금의 위기는 그때(2016년)보다 더 심각하다"며 "당의 극심한 내분으로 윤석열 정부가 힘차게 발진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낀박'을 자처하며 계파 갈등을 중재했던 정 위원장은 이번에도 경험을 살려야 할 상황이다. 물론 원내 사령탑과 비대위원장의 역할을 결이 다르다. 안정적으로 전당대회를 치러 차기 지도부에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극도로 혼란스러운 당을 안정화해야 하는 것은 어느 직책이든 따질 일은 아니다.

다만 최근 들어 비대위 전환 과정 등에서 분화 조짐을 보였던 '친윤'과 '비윤'의 갈등이 소강 국면인 모양새다. 새 원내대표 선출과 차기 당권 경쟁에 본격화되면 계파 갈등은 격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원내대표 계파 간 경선론과 추대론이 충돌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 위원장은 '기본 원칙'과 '엄정 중립'을 선언하며 당의 분란을 원천 차단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와 동시에 당 안정화를 강조하고 있다.

과거와 다른 것은 '정진석 비대위'가 법원의 판단에 운명이 갈린다는 점이다. 이 전 대표가 제기한 비대위원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따라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가 날아갈 수도 있다. 이 지점이 정 위원장의 고민을 깊게 할 것으로 보인다. 또다시 법원이 직무정지 결정을 내린다면 당은 걷잡을 수 없는 내홍에 휩싸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정 위원장으로서는 법원의 판단이 최대 관건이다.

당 안팎에선 가처분 문제만 잘 넘긴다면 '정진석 비대위'가 순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정 위원장은 정치 경험과 연륜이 풍부하기에 국민과 당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당의 화합을 이루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능력과 정치력이 있기에 최다선까지 온 것 아니겠냐"며 "가처분 고비를 넘긴다면 (정진석 비대위)는 순항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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