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기습 제명' 촉이 왔나?…예언가 된 이준석
입력: 2022.09.17 00:00 / 수정: 2022.09.17 00:00

조용한 與 원내대표 선거…이재명 한동훈 '신경전'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지난 15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순방 나갈 경우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대단한 무리수를 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는 28일로 예정된 윤리위 전체회의 날짜를 앞당겨 자신에 대한 징계 절차 처분을 빠르게 결정지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회사진취재단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지난 15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순방 나갈 경우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대단한 무리수를 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는 28일로 예정된 윤리위 전체회의 날짜를 앞당겨 자신에 대한 징계 절차 처분을 빠르게 결정지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회사진취재단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기습 제명설' 예언한 '준스톤'...과도한 상상?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자신을 제명할 수 있다고 예언했는데, 무슨 말이야?

-이 전 대표는 지난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출국하거나 휴가를 가면 작정하고 일을 벌인다. 이번에도 대단한 무리수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어. 여기서 언급한 '무리수'는 윤리위가 예정된 회의 날짜를 앞당겨 자신에 대한 징계 절차를 빠르게 결정지을 것이라는 추측이야. 당초 이 전 대표의 징계 여부를 논의하는 윤리위 회의 날짜는 28일인데, 윤 대통령이 오는 18일부터 영국·캐나다·미국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이 사이에 결정하지 않겠느냐는 상상이지.

-국민의힘이 이 전 대표에 대한 징계 절차를 빠르게 개시하려는 이유가 있을까?

-이 전 대표가 당과 정진석 비대위원장을 향해 효력정지·직무집행 등 가처분 신청을 낸 것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여. 이 전 대표가 정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법원의 심리는 오는 28일에 열리는데, 당초 예정된 윤리위 날짜와 겹치기 때문이야. 이에 국민의힘이 한발 빠르게 이 전 대표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지.

-법원 심리보다 먼저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가 결정된다면, 이 전 대표가 개정 당헌에 따라 이미 당대표직에서 해임됐고 윤리위로 인해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이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할 '당사자' 자격이 없어 가처분 신청을 각하할 것이라는 분석이야. 이 전 대표는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둔 듯 '어떤 공격이 있겠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어떻게든 빌미를 만들어서 제명 시나리오를 가동할 것 같다"며 "윤리위를 열려면 오늘 저녁에도 열 수 있다"고 주장했어.

오는 28일 열릴 것으로 예정된 윤리위 회의에선 이 전 대표의 징계 절차 개시 관련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만약, 이 전 대표에 대한 징계 여부가 결정된다면 당원권 정지 이상이 중징계를 내릴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열린 윤리위 전체회의에 참석하는 이양희 윤리위원장. /이선화 기자
오는 28일 열릴 것으로 예정된 윤리위 회의에선 이 전 대표의 징계 절차 '개시' 관련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만약, 이 전 대표에 대한 징계 여부가 결정된다면 '당원권 정지' 이상이 중징계를 내릴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열린 윤리위 전체회의에 참석하는 이양희 윤리위원장. /이선화 기자

-정해진 윤리위 날짜를 앞당기겠다는 얘기인데, 과연 이 전 대표가 주장하는 '기습 제명설'이 정말 가능성이 있을까?

-다소 현실성 떨어지는 이야기라는 의견이 많은 것 같아. 윤리위가 이 전 대표의 추가 징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사실이지만 가처분 심문 기일 전에 무리하게 제명 절차를 밟아 정치적 역풍을 초래하는 '자충수'를 둘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야. 게다가, 이미 28일로 공고된 윤리위 일정을 인위적으로 앞당긴다면 '이준석 겨냥'이라는 프레임이 강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위험부담이 너무 클 것 같기도 해.

-또, 향후 열릴 윤리위에선 당장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절차 처분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개시'만 할 가능성이 높아. 윤리위 공정성에 대한 여론의 의심이 강한 상태에서 일정을 변경한다면 아마 당 안팎의 많은 질타를 받지 않을까?

-이 전 대표가 언급한 '기습 제명'과 관련한 당내 분위기는 어떤 것 같아?

-일단 당 지도부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야. 정 위원장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행사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제명이든 징계든 윤리위원회의 고유 업무"라며 "내가 언급할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어. 윤리위는 독자적인 기구인 만큼 당권이 개입할 수 없다고 일축한 것으로 보여. 국민의힘 관계자도 <더팩트>와 통화에서 "정해진 날짜를 앞으로 당기는 건 너무 인위적이어서 힘들지 않겠나"라고 전했어.

-어찌 됐든, 곧 열리는 윤리위에선 이 전 대표의 추가 징계가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여. 만약 징계가 개시된다면 어떤 처분을 받게 될까?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가 기존에 받았던 '당원권 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받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어. 윤 대통령과 당을 향해 '양두구육', '신군부', '절대자' 등의 강경 발언을 쏟아낸 것은 명확한 징계 사유로 보인다는 점에서야. 다만, 아직 윤리위에서 이 전 대표 징계와 관련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에 회의 날짜가 정말 앞당겨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오는 19일 사퇴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새 원내대표를 선출할 계획이다. /이새롬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오는 19일 사퇴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새 원내대표를 선출할 계획이다. /이새롬 기자

◆與 원내대표 선거 '잠잠'…치열한 눈치 싸움

-국민의힘이 오는 19일 새 원내대표 선출을 선출할 예정이야. 5개월간 원내지도부를 이끈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사퇴한다고 예고한 상태야. 권 원내대표의 후임자가 누가될지 관심이 쏠려. 아직 잠잠한 분위기지?

-맞아. 지난 15일 출마 선언을 한 후보는 재선의 이용호 의원이 유일해. 당내에선 4선 김학용 의원과 3선 조해진·윤재옥·이종배·김태호·박대출 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돼. 17일 오전 9시부터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데, 고심 끝에 출마 선언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이용호 의원의 출마를 선언하면서 차기 원내대표 선출은 경선을 치르는 방식이 유력해.

-이미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경선 가능성을 열어뒀어. 원내대표 선출과 관련해 복수의 후보자가 출마한다면 당연히 경선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어. 조만간 당내 주자들이 출마 여부를 결정할 텐데, 눈치 싸움이 치열한 것 같아. 당내 분위기 등을 살펴보는 등 신중한 모습이야. 어떤 후보가 나오더라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이 15일 원내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그간 당 일각에서 제기된 주호영(사진) 의원 합의 추대론은 사실상 무산됐다. /이새롬 기자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이 15일 원내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그간 당 일각에서 제기된 주호영(사진) 의원 합의 추대론은 사실상 무산됐다. /이새롬 기자

-새 원내대표 선거에서 최대 변수는 주 의원의 경선 참여 여부가 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어. 합의 추대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에서 주 의원의 결심에 따라 추대하는 모양의 경선 가능성도 제기돼. 당내에선 윤석열 정부 첫 정기국회에서 대야 공세를 막고 당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경험과 연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와. 그 적임자가 5선 주 의원이라는 거야.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으로 비상대책위원장 직무가 정지됐던 주 의원이 또다시 원내 사령탑에 오른다면 '도로 주호영'이라는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반론도 있어. 주 의원은 지난 6일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2차 비대위원장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거든. 추대 형식이 아니면 다시 원내대표 선거에 도전할 명분이 약하다는 평가가 많아.

-이른바 '윤심'을 얻은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은데, 어떨 것 같아?

-아무래도 당내 주류가 '친윤계'라는 점에서 그런 분석이 나오는 것 같아. 결과를 속단하긴 이른듯해. 아직 후보들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야. 하지만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들이 정중동 행보를 보이는 것도 이례적이긴 해. 통상 원내대표 선거는 일찌감치 선거에 뛰어든 뒤 표심을 다지는 선거운동에 적극적인데 이번은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거든. 다만 정 위원장은 '윤심'은 없다고 선을 그었어. 이 주장을 국민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일지는 의문이야.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 선거 과정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잘 지켜보자고.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검찰 기소·수사를 두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미묘한 신경전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4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더 나은 민주당 만들기 타운홀 미팅에 참석한 이 대표. 지난 13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한 장관. /뉴시스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검찰 기소·수사를 두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미묘한 신경전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4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더 나은 민주당 만들기 타운홀 미팅'에 참석한 이 대표. 지난 13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한 장관. /뉴시스

◆차기 대권 경쟁 벌써? 이재명-한동훈 미묘한 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된 데 이어 '성남FC 후원 의혹' 관련해서도 검찰에 송치됐어. 그뿐 아니라 아내인 김혜경 씨, 장남에 대해서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불법 온라인 도박' 등 혐의로 소환조사하는 등 이 대표를 향한 전방위적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이 대표나 민주당 반응은 어때?

-민주당은 계속 같은 입장이야. 정치 탄압이라는 거지. 윤석열 정부의 정치 검찰이 없는 죄도 만들어 차기 유력 지도자를 괴롭히고 있다는 거야. 저번 주까지 이 대표는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서 침묵을 지켜왔는데, 더 이상 참지 못했는지 공개석상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어. 지난 14일 최고위 회의에서 "정부는 정쟁 또는 야당 탄압, 정적 제거에 너무 국가 역량을 소모하지 말라"고 한 거야. 사실상 첫 입장 표명이었는데 '정적 제거'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어.

-여권은 곧바로 '정적 제거가 아닌 도둑 제거'라고 맞받아쳤는데, 이른바 '소통령'이라 불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가만있지 않았어. 한 장관은 15일 "범죄 수사를 받던 사람이 다수당 대표라고 해서 있는 죄를 덮어달라고 하면 국민이 수긍하지 못한다"라며 이 대표를 저격했어. 이 대표도 여기에 그치지 않았어. 같은 날 전북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한 지지자가 사법개혁 질문을 하자 "아무리 좋은 시스템도 운영을 엉망으로 하면 순식간에 무너진다"면서 "결국 (시스템을 운용하는) 사람의 문제"라고 답했어. 민주당은 지난 4월 검찰 직접수사권을 축소하는 법안을 단독 처리했는데, 법무부가 최근 수사권을 다시 확대하는 시행령을 만들었다는 점을 꼬집으면서 한 장관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어.

-이 대표와 한 장관 사이에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분위기네?

-사실 이들의 간접적인 신경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야. 이 대표가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은 날 보좌진이 이를 알리면서 이 대표에게 "전쟁입니다"라는 문자를 보낸 사실이 드러났잖아. 정치권에선 의도적인 공개였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는데, 어쨌든 이에 대해서도 한 장관은 지난 5일 "전쟁이 아니라 범죄 수사"라고 물러서지 않았었지. 윤석열 대통령이 이 대표 관련 수사에 거리를 두는 상황에서 한 장관이 벌써 차기 대권 경쟁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어. 실제 최근 각종 '차기 대선 주자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가 압도적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여권에선 한 장관이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등과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나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에게 돈을 건네는 시늉을 하며 혹시 넌지시 건넨 돈 받으신 적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돌발 행동에 내부에서는 불안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국회사진취재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에게 돈을 건네는 시늉을 하며 "혹시 넌지시 건넨 돈 받으신 적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돌발 행동에 내부에서는 "불안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국회사진취재단

-민주당은 당 대표가 기소되면서 참 난감할 것 같네.

-백현동·대장동 특혜 의혹 관련 허위사실공표(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라 100만 원 이상 벌금을 받게 되면 대선 선거보전비용 430여억 원을 반환해야 하고, 차기 총선 준비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이 대표는 내부 결속에 나선 모습이야. 추석 연휴 직후인 13일 점심에는 최고위원들과, 저녁에는 원내대표단과 식사했어. 특히 만찬 자리에서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해. 동시에 농담 식으로 "내 주변에 있으면 사람들이 힘들어진다"는 취지의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어. 자신의 '사법 리스크'가 당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어 미안하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여.

-'친명' 의원들은 단일대오로 '당 대표 지키기'에 여념이 없어 보여. 일각에선 '윤 대통령 탄핵'까지 언급하고 있네.

-내부에서도 조금 과하다는 반응이야. 일례로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14일 최고위에서 이 대표에게 물건을 건네는 척하면서 "이재명 당시 시장, 혹시 넌지시 건넨 돈 받으신 적 있습니까?"라고 뜬금없이 물었어. 이 대표는 멋쩍게 웃으면서 정 최고위원 손을 밀어내고 "왜 이러세요"라고 했어.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어. 깜짝 퍼포먼스(?)에 그 자리에 있던 지도부 일원도 놀랐다고 해.

-정 최고위원은 또 "제3자 뇌물죄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절의 경제공동체 개념이 있어야 한다"면서 이 대표 무혐의를 주장했는데, 이 역시 당 안팎에서 법리적 근거가 빈약하다는 지적을 받았어. 정 최고위원의 행위에 대해 한 중진 의원은 "불안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였어. 이 대표 관련 경찰 수사와 기소는 계속될 것 같은데 과격한 대응은 자칫 한 장관을 대권주자로 키울 수도 있고 역풍을 초래할 수 있어 보여. 이 대표와 당이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좀 더 지켜보자고.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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