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우리가 '박수의힘'이냐?"...정진석號 박수추인 논란
입력: 2022.09.10 00:00 / 수정: 2022.09.10 00:00

대통령실 실무진 50여명 인적 개편…추석 민심 기대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권성동 원내대표의 간곡하게 요청으로 국민의힘 새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기로 했다. 권 원내대표는 사퇴 의사를 밝혔다. /국회사진취재단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권성동 원내대표의 간곡하게 요청으로 국민의힘 새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기로 했다. 권 원내대표는 사퇴 의사를 밝혔다.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상>편에 이어

◆'정진석 추인' 두고 난리 난 '국민의힘'.."우리가 박수의 힘이냐"

-정진석 국회부의장이 새롭게 출범하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추인된 것과 관련해 말들이 많은 모양이야. 초선 의원을 비롯한 중진 의원뿐 아니라 당 밖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많이 들리는데, 무슨 일이야?

-국민의힘은 지난 7일 의원총회를 열고 정 부의장을 차기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했어. 권성동 원내대표에 따르면 이날 의총에는 총 75명이 참석했고 김웅 의원만 명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해.

-그런데, 권 원내대표가 의총 결과를 발표한 직후 몇몇 의원들이 자신의 SNS를 통해 의총 추인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들어 공개적으로 비판했어. 의원들의 명확한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투표나, 실명 거수가 아닌 '박수'로 추인된 점을 문제 삼은 거야.

-우선, 중진 의원 중에선 5선 조경태 의원이 "민주적인 방식에 의해 결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반기를 들었어. 조 전 의원은 정 부의장이 비대위원장으로 추인된 날 저녁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와 TBS '신장식의 신장개업'에 잇따라 출연해 비대위원장을 '박수 추인'한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어. 당의 중대 사항을 결정하는 일을 박수로 결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야.

-게다가, 조 의원은 정 부의장 비대위 체제에 반대한다며 3가지 이유를 들며 조목조목 따졌어. 우선,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보다 훨씬 더 '친윤'에 가깝다는 점, '윤핵관'2선 후퇴가 아니라 오히려 더 강화됐다는 점, 통합해야 할 대상인 이준석 전 대표와 대립관계와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지. 또, 정 부의장이 '비대위원장'과 '국회 부의장'직을 겸임하는 것과 관련해선 "둘 중 하나는 내놔야 된다"면서 "비대위원장을 하겠다면 국회 부의장 자리는 할 분들이 많이 있기에 그분들한테 양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어.

이준석 전 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허은아·김웅 의원은 지난 7일 정 부의장이 비대위원장으로 추인된 것과 관련해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의총에서 박수로 추인된 것에 대해 문제를 삼은 것이다. /국회사진취재단
이준석 전 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허은아·김웅 의원은 지난 7일 정 부의장이 비대위원장으로 추인된 것과 관련해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의총에서 '박수'로 추인된 것에 대해 문제를 삼은 것이다. /국회사진취재단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분류되는 초선 의원들도 자신의 SNS를 통해 정 부의장이 '박수 추인'된 것에 대해 불편한 심정을 내비쳤어. 우선 의총장에서부터 반대했다고 알려진 김웅 의원은 "저 말고 명시적으로 반대의 뜻을 밝힌 분도 계시다"라며 "우리 당은 '박수의 힘이 아니다'"라고 비꼬았어. 정 부의장이 비대위원장으로 추인된 것에 대해 반대한 의원들이 더 있었다는 주장이야.

-권 원내대표가 김 의원만 반대했다고 거론한 것에 대해 저격한 것 같기도 하네. 허은아 의원도 김 의원의 발언에 동의하며 힘을 실었다고 하던데?

-맞아. 허 의원은 "상당수 의원이 박수를 치지 않았고 저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며 "명시적으로 두 명의 의원은 큰 소리로 반대했다. 그런데 왜 한 명만 반대 의견을 냈다고 하느냐"고 목소리를 냈어.

-당 외부에서도 '박수 추인' 관련한 비판이 나오는 것 같아. 천하람 당 혁신위원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찬성하는 사람, 반대하는 사람 다 손뼉을 치라고 해서 데시벨을 재야 할 것 같다"고 비꼬았어. 박수로 의원들의 신임을 얻었다는 권 원내대표의 뉘앙스를 꼬집은 거지. 찬성하는 사람들만 박수 칠게 아니라 반대하는 사람들도 박수 소리를 측정해 누가 더 큰지 가려보자는 이야기 같아(웃음).

-비록, 추인 과정에서 또 한 번 논란이 불거졌지만 정 부의장이 비대위원장으로 결정된 거지?

-응. 권 원내대표는 새 비대위원장 후보를 무색할 때 제일 처음 떠오른 인물이 정 부의장이었다고 했어. 정 부의장이 세 번이나 권 원내대표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당이 어려울 때 도와주셔야 한다"는 말에 설득됐다고 해. 삼고초려 끝에 위원장직을 수락한 거지.

-정진석호가 닻을 올렸지만 앞으로 순항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지켜봐야 할 것 같아. 이 전 대표 변호인단 측이 새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을 향해 또 한 번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검토했다고 밝혔기 때문이야. 벌써부터 새 비대위의 앞날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지는 이유야. 정 부의장이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당 상황을 매듭지을 전격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는 당분간 시간이 더 필요할 듯하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 8일 국회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 인선과 관련한 질의에 당을 안정화 시키는 것이 일차적인 임무이기 때문에 지역 안배를 하고 또 통합이라는 목표에 걸맞은 그런 통합 인선을 해야 되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남윤호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 8일 국회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 인선과 관련한 질의에 "당을 안정화 시키는 것이 일차적인 임무이기 때문에 지역 안배를 하고 또 통합이라는 목표에 걸맞은 그런 통합 인선을 해야 되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남윤호 기자

◆與 임시 사령탑 오른 정진석…'도로 친윤' 논란

-국민의힘 당내 최다선인 5선 정진석 의원이 새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어. 이제 비대위를 이끌며 당 안정화·정상화라는 어려운 과제를 풀어나갈 계획이야. 정 위원장은 7일 "당을 신속하게 정비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나타냈어.

-국민의힘은 비대위원장 두고 구인난을 겪었다지?

-맞아. 법원의 가처분으로 비대위원장 직무가 정지됐던 주호영 의원이 다시 지휘봉을 잡을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했었어. 하지만 주 의원은 6일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2차 비대위원장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어. 당내에서 외부 인사를 모셔서 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해. 이후 호남 출신 박주선 전 국회 부의장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돌았지만, 끝내 고사했다고 해. 당내 일각에서 민주당 출신 박 전 부의장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얘기도 들렸어. 다급해진 권성동 원내대표는 정 위원장을 삼고초려 끝에 설득에 성공했어.

-정 위원장과 이 전 대표의 관계가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데 말이야.

-그럴 수 있지. 이 전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것도 주목돼. 정 위원장이 7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비대위원장으로 추인을 받은 뒤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문구가 적힌 사진을 게재했어. 당이 정 위원장을 임명한 것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돼.

-지난 6월 이 전 대표는 정 위원장은 공개 설전을 벌이기도 했었어. 이 전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과 혁신위원회 구성 문제, 정미경 당시 최고위원이 분당을 지역구의 당협위원장을 맡는 문제를 두고 설전을 벌였어.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적당히 하라' '개소리' '나쁜 술수' '싸가지' 등 거친 표현이 섞인 말을 주고받으며 불쾌한 감정을 고스란히 노출했어. 5선 중진인 당내 '어른'과 0선의 '청년 대표'의 세대 간 시각차도 드러났었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7일 페이스북에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문구가 적힌 개 사진을 올렸다. 정 위원장 임명을 비판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7일 페이스북에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문구가 적힌 개 사진을 올렸다. 정 위원장 임명을 비판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하지만 정 위원장은 이 전 대표와 만남 가능성을 열어뒀어. 7일 이 전 대표와 만남 여부에 대해선 "아직 계획이 잡히지 않지 않지만, 누구라도 못 만날 이유가 없다"며 "당을 안정화·정상화시켜서 새롭게 결집된 에너지의 엔진을 충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어. 또한 이 전 대표를 향해 "당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계속되는 분열과 갈등을 이어가지 않도록 현명한 판단을 해주길 요청한다"고 당부했어.

-정 위원장이 당을 이끌게 된 것을 두고 당내에서 뒷말이 나오더라고. '친윤'으로 분류되는 정 위원장으로 새 비대위가 재출범하면서 '도로 윤핵관'이라는 평가가 나와. 이른바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야.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 원내대표는 8일 직에서 물러났고, 장제원 의원도 백의종군을 선언한 상태거든. 하지만 '친윤' 색채가 강한 정 위원장이 비대위 수장이 됨에 따라 계파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는 관측이 많아. 앞으로 '정진석 비대위'가 순항할지 잘 지켜보자고.

대통령실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실무진 위주로 50여 명을 물갈이했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태풍 피해상황 긴급점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뉴시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실무진 위주로 50여 명을 물갈이했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태풍 피해상황 긴급점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뉴시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대통령실, 추석 전 50여명 물갈이…20년 전 '노무현 발언' 인용한 까닭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대대적인 대통령실 인적 개편이 있었어. 실무자 위주로 50여 명이 물갈이됐다고?

-맞아. 지난달 정책기획수석직 신설과 홍보수석 교체(최영범→김은혜)로 시작된 첫 대통령실 인적 개편이 행정관급 실무진 위주로 50여 명을 내보내는 것으로 일단락됐어. 조직을 기준으로 보면 홍보수석실은 커졌고, 시민사회수석실은 축소됐어. 홍보수석실은 시민사회수석실에서 디지털소통비서관실을 넘겨받았고, 외신대변인을 겸임하는 해외홍보비서관직을 신설했어.

-비서관급 인사는 정무1·2비서관, 국민제안비서관이 교체됐어. 또 면직 처리된 시민소통비서관에는 김대남 행정관을 직무대리로 선임했고, 종교다문화비서관에서 이름을 바꾼 사회공감비서관은 전선영 선임 행정관이 직무대리를 맡기로 했어. 앞서 교체된 교육비서관까지 포함하면 6명의 비서관이 취임 넉 달 내에 바뀐 셈이야. 이외에 교체는 행정관급에 집중됐어.

-태풍 '힌남노' 대응을 위해 대통령실에서 철야를 하던 6일 20여 명의 행정관급 직원이 사직 통보를 받았다던 말도 있던데?

-서울경제에서 단독 보도로 나온 내용인데, 당시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해당 보도 내용에 대한 사실 여부를 묻는 말에 "자세히는 모른다"고 말을 아꼈어. 하지만 다음 날(7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이번 인적 개편 규모에 대해 "50여 명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시기와 규모 등을 고려하면 철야 중 상당수 행정관급 직원이 사직을 통보 받은 것은 사실로 보여.

-윤 대통령의 이례적으로 낮은 취임 초 지지율은 실무진보다는 대통령 본인과 고위 참모들의 영향이 더 크지 않나?

대통령실은 인사 난맥상을 인정하면서 정권 초반 진통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비서실 조직 개편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김대기 비서실장. /뉴시스
대통령실은 '인사 난맥상'을 인정하면서 정권 초반 진통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비서실 조직 개편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김대기 비서실장. /뉴시스

-정치권에선 그런 평가가 많아. 하지만 대통령실은 다르게 설명하더라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관련 질문에 "행정관들 쇄신은 조직진단 차원에서, 처음 (대통령실을) 만들 때는 시간도 없고 그다음에 이 비서실에 누가 적합한지, 몇 명이 필요한지, 이런 것이 다 정답이 없을 때니까. 그런데 지금 100일 (정도 대통령실을 운영)해 보니까 눈에 보여서, 보이는 것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행정관들 쇄신을) 한 것"이라고 답했어.

-이 관계자는 또 인사를 주도하고 검증한 '검찰 라인'은 전부 책임을 비껴갔다는 지적엔 "우리 쪽에 지금 검사 출신 비서관은 3명 밖에 없다. 법률, 공직기강, 여기에는 원래 검사들이 하는 것이고, 그다음에 인사비서관 한 명 정도인데, 나머지 인사기획관(복두규)은 검찰에서 왔지만, 검찰 일반직으로 대검찰청의 1만2000명이 되는 그 조직의 인사 업무를 10년 이상 하신 분"이라며 "실제로 보니까 그런 인사를 아주 객관적이고 잘하시더라"고 말했어. 인사 라인을 잡고 있는 검찰 출신은 잘하고 있고, 문제가 없다는 말이지.

-특히 이 관계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작금의 인사 난맥상을 설명하기도 했어. "예전에 노무현 대통령 때 초기에 (청와대에) 와 봤는데, 그때도 1년 지나고는 거의 많이 바꿀 정도로 인사 쇄신을 했다"며 "왜냐하면 처음에는 잘 모르니까. 그때 노 대통령이 멋있는 말을 한마디 하셨다. '나는 여러분에게 기회는 드릴 수 있지만 보장은 해 줄 수 없다' 그러면서 좀 지나서 많이 바뀌었다. 어느 정권이든 처음에 겪는 그런 진통이라고 그렇게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고 하더라고.

-이전 정권 청와대에도 있었던 인사들이 새 정부 대통령실 고위직으로 왔으면, 과거와 같은 시행착오는 없어야 하지 않나? 20년 전에도 초기에는 시행착오가 있었으니 이번에도 이해해 달라는, 또 윗선과 인사 라인은 그대로 두고 실무진 위주로 대폭 바꾼 인적 쇄신을 단행했으니 앞으로 지켜봐 달라는 대통령실의 설명을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의문이야.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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