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뭔가요?…국회 보좌진은 오늘도 빨간 날 '출근'
입력: 2022.09.10 00:00 / 수정: 2022.09.10 00:00

다가올 국감 업무…"휴일 근무 관행 사라져야" 지적도

코로나19 거리두기가 해제된 첫 명절 추석에도 국회 보좌진들은 비정상적인 정상 출근에 나선다. 특히 이들은 오는 10월 4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이 시기 국회 의원회관은 밤 늦은 시간까지도 빛이 나지만, 야근과 휴일 근무를 자처하며 열악한 환경 속 일하는 보좌진들은 어두운 노동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코로나19 거리두기가 해제된 첫 명절 추석에도 국회 보좌진들은 비정상적인 '정상 출근'에 나선다. 특히 이들은 오는 10월 4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이 시기 국회 의원회관은 밤 늦은 시간까지도 빛이 나지만, 야근과 휴일 근무를 자처하며 열악한 환경 속 일하는 보좌진들은 '어두운' 노동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곽현서 기자] "의원님은 쉬라고 하죠. 근데 국정감사가 있는데 어떻게 쉬나요? 일이 있는데..."

코로나19 거리두기가 해제된 첫 명절 추석에도 국회 보좌진들은 '정상 출근'한다. 이들은 오는 10월 4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 시기 국회 의원회관은 밤늦은 시간까지도 빛이 나지만, 야근과 휴일 근무를 자처하며 열악한 환경 속 일하는 보좌진들은 '어두운'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들어오는 의원실 '선물'은 보좌진들에게 또 다른 골칫거리다. 추석을 앞둔 지난 5일, 오전부터 의원회관 1층 택배 보관함에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의원실을 향해 쉴 새 없이 밀려드는 '명절 선물 공세' 때문이다.

품목은 사과·버섯·한과·김·사골 등 대부분이 먹거리여서 보관이나 이동에 주의를 요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의원회관 1층에는 자기 몸보다 더 큰 바퀴 달린 수레를 끌고와 선물을 의원실에 갖다 놓는 보좌진들로 북적였다. 이동하는 와중 택배 박스들이 쏟아지거나, 자동 출입문에 수레가 끼어 보좌진이 끙끙대는 모습도 보였다.

추석을 열흘 앞둔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택배 보관소에 각 의원실로 배달되는 박스들이 쌓여 있다. /배정한 기자
추석을 열흘 앞둔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택배 보관소에 각 의원실로 배달되는 박스들이 쌓여 있다. /배정한 기자

택배 안내실 관계자는 "추석이다 보니 택배가 정말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물건이 계속 들어갔다 나갔다 하기 때문에 정확한 물량 파악은 어렵다"고 했다. 승합차에서 쉴 새 없이 물건을 실어 나르는 택배 기사도 기자가 질문을 건네자 "바쁘니까 다음에 하자"며 손사래를 칠 정도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연휴를 앞둔 보좌진 업무는 '선물 나르기'에 그치지 않는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국정감사에 정상근무하는 이들이 다수다. 국정감사는 10월 4일부터 24일까지 3주간 열린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후 정부를 대상으로 한 첫 국정감사인 만큼 여야는 저마다의 전의를 끌어올리고 있다. 국감 쟁점안도 산적해 있다. 국민의힘은 월성 원전 조기 폐쇄·경제성 조작 의혹,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을 비판하며 문재인 정부 관련 공세를 펼칠 계획이다. 반면 민주당은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 대통령 관저 공사 수주 특혜 의혹,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학력 위조 및 논문 표절 등을 파고들며 정부와 여당을 정조준할 심산이다.

의원들은 국감 시즌이 다가오면 피감기관의 허를 찌르는 지적과 질문으로 '스타 의원'이 되고 싶은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 다만, '특종'이 될만한 아이템을 발굴하고 보도자료를 쓰는 대부분의 업무는 온전히 보좌진의 몫이다. 의원님을 '국감 스타'로 만들기 위해 이번 추석에도 일부 보좌진들은 빨간날을 반납하고 국회 출입증 도장을 찍으며 출근길에 오른다. 이들을 위해 국회 의원회관도 문이 닫히지 않고 평소처럼 정상운영된다.

2018년 국감에서 사학 유치원 비리를 터뜨리고 유치원 3법을 국회에 통과시킨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인 국감 스타 의원 사례다. /이선화 기자
2018년 국감에서 사학 유치원 비리를 터뜨리고 '유치원 3법'을 국회에 통과시킨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인 '국감 스타 의원' 사례다. /이선화 기자

추석에 출근하는 보좌진들은 하나같이 '과중한 업무 강도'에 한숨을 쉬었다. 평소 업무시간에 국감까지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의원이 '추석에는 쉬어라'라고 귀띔?(권유해도)을 해도, 현실적으로는 명절에라도 나와야 국감 아이템을 준비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야당 보좌진 A씨는 "연휴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국회 특성상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어 출근할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야당으로 처음 맞이하는 국감이라 더욱 철저히 준비해야 하는 만큼 많은 보좌진이 출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연휴 기간에는 피감기관 공무원들도 쉬기 때문에 자료요구와 답변 등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보좌진도 당연히 연휴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야당 보좌진 B씨는 후반기 원구성 이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임위를 배정받은 것이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의원님이 새 상임위를 배정받은 만큼 국감과 관련해 살펴봐야 할 게 많다"라며 "추석 출근이 의무는 아니지만, 시간이 녹록지 않아 연휴에도 나와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여당 보좌진 C씨는 "의원님은 '추석에는 쉬어라'라고 한다. 쉬고 싶으면 쉬어도 된다. 문제는 '국정감사가 있는데 어떻게 쉬냐'는 거다. 사안과 일이 있는데 (어떻게 쉬나)"라며 "또 의원실에 상급자가 추석에 출근한다고 하면 눈치가 보여 집에서 해도 되는 일을 출근해서 하기도 한다"며 눈칫밥 먹는 국회 생활에 한숨을 쉬기도 했다.

여당 보좌진 D씨는 올해 결혼한 뒤 이번 추석이 배우자와 처음 맞이하는 명절이다. 그 역시 휴일 출근에 예외가 아니었다. D씨는 "국감 때문에 출근하느라 부모님을 뵈러 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주말에 이어 명절에도 근무하는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라며 "국민들은 일하는 국회를 원하지만 정작 국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하고 인력도 부족한 편"이라고 말했다.

한 보좌진은 업무 강도 탓에 휴일에도 근무해야 하는 열악한 국회의 노동 현실을 지적했다. /이선화 기자
한 보좌진은 업무 강도 탓에 휴일에도 근무해야 하는 열악한 국회의 노동 현실을 지적했다. /이선화 기자

반면, 지난 3월 대통령 선거·6월 전국동시지방선거 등 연이은 선거로 보좌진들이 쉴 시간이 없었던 만큼, 이번 명절은 의원실 문을 닫고 '법정 공휴일'을 사수하기로 결정한 보좌진들도 있었다.

야당 보좌진 E씨는 "국감 준비로 출근하는 방이 있기는 하겠지만 저희 방은 추석은 쉬려고 한다"며 "예년에 비해 올해는 국감 전에 시간이 좀 있고, 현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돼 국감 준비를 하기도 애매하다. 큰 노력들은 안 할 것 같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보좌진들이 한 달 전부터 국감을 준비해도, 정작 이슈가 되는 사안들은 정해져 있어 휴일 근무의 실효성이 낮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여당 보좌진 F씨는 "한 달이나 남았는데, 추석 때 나와 국정감사를 준비한다는 건 '오버(과한 것)'가 아닌가 싶다"라며 "이번 국감에서는 윤 대통령 부부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 관련 이슈다. 이외에 의원실에서 평소에도 다뤄왔던 피감기관 이슈나 국감 직전 시급한 현안들을 질의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국회 의원회관의 불이 꺼지지 않아 여의도의 등대라 불릴 만큼 국감 직전 보좌진들이 밤낮없이 근무하는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진은 2019년 국정감사 당시 국회 사진. /더팩트DB
국회 의원회관의 불이 꺼지지 않아 '여의도의 등대'라 불릴 만큼 국감 직전 보좌진들이 밤낮없이 근무하는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진은 2019년 국정감사 당시 국회 사진. /더팩트DB

정치권에서 국감 직전 국회 의원회관은 불이 꺼지지 않아 '여의도의 등대'라 불린다. 국감을 앞두고 보좌진들이 밤낮없이 근무하는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야당 보좌진 G씨는 "과거에는 당연시했던 것들이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근로기준법'을 운운하며 국감에서 질의하는 게 바로 국회의원들인데, 정작 의원실 직원들은 '근로기준법'을 쳐다도 못 보는 현실을 좀 직시했으면 한다"며 국회의 실정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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