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 장제원의 2선 후퇴는 '위장 사퇴?'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번 주 새로운 의혹들이 추가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가 지난달 19일 충북 충주 중앙경찰학교 대운동장에서 열린 중앙경찰학교 310기 졸업식에서 신임 경찰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지난 대선 과정에서 불거지기 시작한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다. 이미 제기된 의혹만 여러 건인 상황에서 이번 주 김 여사의 '고가 장신구'를 둘러싼 새 의혹이 제기됐다. 또 대통령 취임식에 부적절한 인사를 초청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취임 초 이례적으로 낮은 대통령 지지율, 집권 여당의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윤핵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2선 후퇴를 선언했다. "앞으로 지역구와 상임위 활동만 전념하겠다"고 밝혔는데, 이준석 전 대표는 '위장 사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재명 의원이 새 대표로 선출됐다. 또 올해 정기국회가 막을 올린 가운데 여야 국회의원들이 모두 모여 단체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야당은 김건희 여사가 고가의 팔찌(붉은 원)를 재산 신고에서 누락했다고 주장했지만, 대통령실은 "지인에게 빌렸다"고 해명했다. <더팩트>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던 지난 5월 10일 이후부터 공개된 김 여사의 사진을 모두 확인한 결과 평상시에도 카르티에 팔찌를 착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 DB·뉴시스·대통령실 |
◆대통령실·행안부·경찰, '김건희 리스크'에 미흡한 대처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새로운 부적절한 의혹이 이번 주 또 나왔지?
-맞아. 먼저 '보석 장신구 의혹'부터 말하면, 지난달 30일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 여사가 나토 순방 때 착용한 목걸이·팔찌 이야기를 꺼낸 게 발단이 됐어.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신고한 재산내역에 보석류는 하나도 없었는데, 수천만 원 상당의 고가 보석을 여러 개 보유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거지.
-회의 취지(결산 심사)에 맞지 않다는 권성동 국회 운영위원장(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제지로 전 의원은 당시 회의에선 답변을 제대로 들을 수 없었어. 대신 회의가 끝난 후 대통령실이 "2점은 지인에게 빌렸고, 1점은 소상공인에게 구입했다"고 해명했다고 해. 그런데 어떤 지인에게, 어떤 조건으로, 어떤 제품을 빌린 것인지 등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어.
-윤 대통령 취임식 이후 공개된 김 여사 사진들을 모두 찾아봤는데, 국내 주요 행사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1500만 원대 '팔찌'를 착용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 대통령실의 해명에 따르면 이 제품이 지인에게 빌린 2점 중 1점으로 보이는데, 고가의 보석을 지인에게 장기간 빌려서 수개월 간 평상시에도 착용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쏟아졌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윤 대통령 내외가 신고한 재산은 76억 3999만 원이야. 이 중 김 여사는 은행 예금만 49억9993만 원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어. 이 정도 규모의 재산을 보유했으면 본인이 착용한 고가의 장신구를 충분히 구매할 수도 있을 텐데, "지인에게 장기간 빌렸다"는 해명은 의혹의 불씨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어.
-평상시에도 착용한 제품인 만큼 김 여사가 실제 소유한 것이라면 '공직자윤리법 위반'에 대통령실이 '거짓 해명'을 한 셈이야. 상식적이지는 않지만, 대통령실의 해명대로 고가의 보석 장신구를 지인에게 빌려서 장기간 착용하고 있다면 어떤 지인에게 어떤 조건으로 빌렸는지는 설명해야 의혹을 해소할 수 있어. 하지만 대통령실은 "지인에게 빌렸다" 외에 다른 설명은 하지 않고 있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5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장에 도착해 시민들에게 환대를 받으면서 단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앞서도 극우 유튜버들, 주가조작 혐의로 수사는 받는 도이치모터스 대표 등을 김 여사가 윤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또 다른 부적절한 초청 사례도 드러났지?
-김 여사와 김 여사 모친 의혹 관련 수사를 담당한 경찰 A 씨가 취임식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어. 이에 대통령실은 "취임식 초청자 명단을 갖고 있지 않아 확인이 어렵다"고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어. 이 해명은 취임식 초청자 관련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대통령실이 했던 해명이야.
-정부 부처도 김 여사 의혹에 말이 꼬이는 건 마찬가지인 거 같아.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에서도 A 씨의 취임식 참석은 논란이 됐어. 관련한 김교흥 민주당 의원 질의에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A 씨가 청룡봉사상을 받아서 초청받은 것"이라고 해명했어. 하지만 김 의원에 따르면 청룡봉사상은 받은 4명 중 2명은 아예 초청을 못 받았다고 해. 김 여사 측이 자신들을 향한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고 A 씨를 딱 집어서 취임식에 초청했다는 게 김 의원 주장이야.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고위급 인사가 총집결한 취임식에 참석한 A 씨가 그 취임식의 주인공 부인과 관련한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거지.
-하지만 이 장관도 서울경찰청 수사 차장도 제대로 된 답은 하지 않았어. 민주당 의원들이 "A 씨의 취임식 초청은 김 여사 일가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추궁에 서울경찰청 수사 차장은 "실제로 수사 공정성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이 되면 적절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했어. 수사의 공정성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수사를 끝내고 검찰에 송치할 때쯤 공정했는지 여부를 검토할 수 있을 텐데, 그때 적절한 조치를 다시 검토하겠다는 건 사실상 A 씨를 수사팀에서 교체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와.
-'김건희 여사' 이름만 나오면 대통령실도, 정부도, 경찰도 모두 지나치게 위축된 듯 제대로 된 말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역구 의원으로서 책무와 상임위 활동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기간 동안 어떤 임명직도 맡지 않겠다며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
◆당직·공직 없는 '윤핵관' 장제원의 '2선 후퇴 선언' 논란
-'윤핵관' 중에서도 핵심 인사로 지목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2선 후퇴를 선언했다고 하던데. 무슨 일이야?
-장 의원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역구 의원으로서의 책무와 상임위 활동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혔어. 윤석열 정부 동안 계파활동으로 비칠 수 있는 모임이나 활동 또한 일절 하지 않겠다고 선언함과 동시에 어떠한 임명직 공직도 맡지 않겠다고 했어. 자신이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로 과도하게 부풀려지거나 사실과 다르게 전해지는 사안들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거야.
-이러한 배경에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맞물려 윤핵관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는 것을 감안한 것으로 보여. 당의 지도부 체제를 두고 의원들 간 갈등이 보이는 상황에서 윤핵관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당 안팎의 시선을 의식했다는 거지.
-사실상 장 의원이 '백의종군'을 선언한 거로 보이는데, 이를 두고 이준석 전 대표는 '위장 사퇴'라고 평가했지?
-응(하하). 같은 날 이 전 대표는 "종일 '윤핵관 거세!'"라며 장 의원의 다짐(?)을 비난했어. 최근 연달아 발표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과 측근들 관련 부정적 결과가 많이 발표되니 기술적으로 그들과 거리두기를 취하는 모양새일 뿐이라는 주장이야. 이에 이 대표는 "정말 이들이 거세되었다면 지난 한 두 달간 당을 혼란 속에 몰아넣은 일이 원상 복귀 또는 최소한 중지되고 있나요?"라고 꼬집었어.
-이 전 대표의 폭주(?)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어. 그는 "오히려 무리한 일정으로 다시 그걸 추진한다고 한다. 그 말은 '위장 거세쇼'라는 이야기"라며 "애초에 이들이 기획한 자들이 아니라 이들에게 이 모든 것을 시킨 사람이 있었다는 이야기"라고 했어. '무리한 일정'은 추석 전까지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겠다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계획으로 읽혀. 안철수·서병수 의원 등이 법원 판결 취지대로 비대위 출범보다 최고위원회 체제로 회귀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당은 새 비대위 출범으로 가닥을 잡았지. 이에 쏟아지는 '사퇴 압박'에도 새 비대위 출범 전까지 자리를 지키겠다고 한 권 원내대표를 저격한 듯해.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장제원 의원의 '2선 후퇴' 선언에 대해 "위장 거세쇼"라고 비난했다. /남윤호 기자 |
-그런데 정말 장 의원을 비롯한 윤핵관들이 일선에서 물러날지가 궁금해. 사실 장 의원은 권 원내대표와 달리 주요 당직을 맡고 있는 것도 아닌데, 더 물러날 곳이 있나?
-이 전 대표도 이 점을 지적했어. 그는 "대선 때도 이들이 2선 후퇴한다고 한 뒤 인수위가 되자 귀신같이 수면위로 다시 솟아오르지 않았냐"고 언급했어. 이미 장 의원이 한 차례 당무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비선 실세'라 불렸기에 '진실성이 없다'고 힐난한 거지.
-최근 대통령실이 인적 쇄신에 나선 점도 장 의원과 무관하지 않아 보여. 최근 대통령실에선 윤핵관 라인의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이 면직되거나 사퇴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잖아. 용산(대통령실)이 여의도(국회)와 정치적 거리를 두려고 하는 만큼 장 의원이 분위기에 맞춰 한 발 빼기로 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야.
-장 의원이 "당이 갈등을 최소화하고 빨리 정상화됨으로써 윤석열 정부를 성공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는데, 나라를 위해서라도 집권 여당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하루빨리 매듭지었으면 좋겠네.
-윤핵관의 입지가 얼마나 좁아질지는 모르겠지만, 집권 초기 가장 탄력을 받아야 할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여당의 집안싸움이 몇 개월째 계속되는 상황에서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윤핵관들이 앞으로 어떤 행동을 취할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하>편에 계속
sense83@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