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전문성' 앞세웠지만, 넉달 만에 수십 명 교체 검토
윤석열 대통령 취임 넉 달째를 맞은 시점에 대통령실에 '인적 쇄신' 칼바람이 불고 있다. 앞서 반복된 '사적 채용 논란'에 대통령실은 "능력 위주로 채용했다"고 반박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업무 역량'을 기준으로 대대적 인적 쇄신을 추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 취임 넉 달째를 맞은 시점에 대통령실에 '인적 쇄신' 칼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29일 하루에만 정무·시민사회수석실 소속 비서관 4명과 행정관 등 10여 명 이상이 사퇴하거나 면직됐다. 비위 의혹이 제기된 인사도 있지만, 대부분 '업무 역량'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인사가 교체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반복된 대통령실 직원 '사적 채용 논란'에 '능력 위주 인사'라고 반박했던 대통령실 해명과 배치되는 상황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가 사적으로 운영한 코바나컨텐츠 직원들, 윤 대통령 지인 아들들 및 외가 6촌, 극우 유튜버 안정권 씨의 친누나 등의 대통령실 채용을 두고 '사적 채용' 논란이 일자 "능력과 전문성을 고려한 인선"이라며 모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능력과 전문성'은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 인사 발표 당시에도 대통령실이 강조했던 핵심 인사 기조다.
하지만 윤 대통령 취임 100일 무렵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하면서, 대통령실의 입장이 급변했다. 지난 21일 그간 여러 차례 메시지 혼선 논란을 자초한 홍보수석실 수장을 교체(홍보수석 최영범→김은혜)하고, 정책기획수석(이관섭)직을 신설해 새로 임명한 이후 인적 쇄신 바람은 정무·시민사회수석실로 옮겨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은혜 신임 홍보수석(위)과 이관섭 정책기획수석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정무수석실은 산하 비서관 3명 중 홍지만(정무1)·경윤호(정무2) 비서관 2명이 옷을 벗었고, 선임행정관 2명과 행정관 3명도 권고사직 형태로 물러났다. 시민사회수석실은 비서관 5명 중 3명이 공석인 상태이며, 국민제안비서관실 소속 행정관 5명이 한꺼번에 권고사직 형태로 물러나기도 했다.
일각에선 교체됐거나 교체가 검토되는 대상자 중에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라인 인사가 다수 포함돼 인적 쇄신을 통해 윤핵관 정치인 줄을 타고 들어온 대통령실 직원에 대한 솎아내기가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인사를 주도한 검찰 라인에 대한 교체는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대통령실 전체 직원(420여 명)의 20%에 해당하는 80여 명에 대한 교체를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현재 직원들에 대한 직무 감찰과 역량 평가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데 80여 명이 집중 점검 대상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취임 넉 달 만에 대대적인 대통령실 인사 개편 작업이 진행 중인 셈이다.
최근 대통령실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실에 들어와서 보니 어중이떠중이가 많아서 대대적 (인사) 손질이 필요할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쇄신 대상자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대통령실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뒤숭숭하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안팎에선 80여 명의 직원들에 대한 교체를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 청사 전경. /뉴시스 |
대통령실에 따르면 현재 집중 점검 대상이 된 직원들은 업무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받거나 비위 의혹이 제기된 비서관급 이하 직원들이다. 해당 인사들에 대한 재점검이 끝나면 수석급 이상에서도 일부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인사 개편 작업과 관련해 "현재 진행형"이라며 "수석비서관도 예외가 아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예외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9일 출근길에 대통령비서실 인적 쇄신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국민에게 가장 헌신적이고 가장 유능한 집단이 돼야 국민에게 제대로 봉사할 수가 있고, 가장 중요한 기관이기 때문에 늘 국가에 대한 헌신적인 자세, 업무 역량이 늘 최고도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무 역량을 기준으로 교체 대상을 가리겠다는 뜻이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업무 역량이 미달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인사들도 현재 대통령실에 들어와 있다는 이야기다. 조직 재점검과 인적 쇄신은 앞으로 임기 내내 상시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 측의 설명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사적 채용 논란 초기 "문제없다"고 덮고 넘어간 게 화를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sense83@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