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내홍 수습·대정부 투쟁으로 지지율 견인…'소통' 리더십 발휘
'우상호 비대위 체제'가 호평 속에 70여일 간의 활동을 마무리한다. 26일 비대위 활동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는 우 위원장. /국회사진취재단 |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최초의 성공한 비대위가 아닐까 한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號가 오는 28일을 끝으로 78일간의 활동에 마침표를 찍는다. 연이은 선거 패배 이후 책임론을 두고 당 내홍이 짙은 상황에서 출범한 '우상호 비대위'는 당을 이른 기간 내에 안정화하는 한편 강력한 대여 투쟁을 이어가면서 당 지지율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관리형'에 그쳐 당 쇄신에는 상대적으로 힘을 쏟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당 혁신 과제의 공은 차기 지도부가 안게 됐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60·서울 서대문갑)은 활동 종료를 이틀 앞둔 2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작별 인사를 미리 남겼다. 그는 "처음 비대위원장이 됐을 때 당 상황이 정말 암담했다"며 "다행히 많은 의원들을 만나고 워크숍을 통해서 내분을 조기 수습할 수 있었던 게 보람찼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앞으로 방향을 잘 정하고 열심히 활동하고 성과를 내면 국민이 민주당에 대한 애정을 거두지 않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4선' 우상호 위원장이 이끄는 민주당 비대위는 지난 6월 10일 공식 출범했다. 우 위원장을 비롯해 비대위원에는 한정애(3선)·박재호(재선)·이용우(초선) 의원이 선수(選數)별로 추천을 받아 선임됐다. 시도당 위원장과 선수별 간담회, 의원총회 등 당내 총의를 모아 추대된 만큼 원활히 당을 운영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새 지도부 선출 전까지 당을 이끌 '징검다리' 역할을 하면서 전당대회 준비와 혁신 토대 작업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떠안고 출발했다.
우 위원장은 탁월한 균형 감각과 소통으로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국회에서 마지막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념촬영하는 우 위원장과 비대위원들. 왼쪽부터 서난이, 한정애 비대위원, 우 비대위원장, 박 원내대표, 박재호, 이용우, 김현정 비대위원. /국회사진취재단 |
우 위원장이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내홍 수습이었다. 그는 지난 6월 12일 첫 공식 일정에서 계파 갈등 해소 등 당의 '위기 극복'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신공격, 흑색선전, 계파적 분열의 언어는 엄격히 금지하겠다"며 이른바 '수박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계파 갈등은 차기 당권주자를 뽑는 전당대회 룰 논쟁으로 번지며 고조됐다. 당 강경파와 친명계는 전당대회에서 지도부 선출 시 권리당원 비중을 높이고 대의원 비중을 낮추자고 주장했고, 소장파 의원들은 일반 국민 민심을 50% 이상 반영해야 한다고 맞섰다. 권리당원 요건 완화, 재선 의원들의 집단지도체제 요구 등 쟁점이 쏟아졌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의결한 '예비경선 선거인단 국민여론조사 30% 반영'을 '중앙위원급 위원 투표 100%'로 뒤집고, 권역별 최고위원 투표제 도입 안을 비대위가 발표했을 때는 후폭풍이 거셌다. 안규백 전준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표명하고, 친명계 의원들은 집단 성명을 발표했다. 개딸 등 이재명 의원의 일부 지지자들은 당사 앞 항의 시위를 하며 지도부를 압박했다. 우 위원장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자 우 위원장은 비대위 권역별 투표제와 당대표 선거 중앙위 100% 안을 철회하고, 최고위원 선거에서만 중앙위 투표 100%로 진행하는 절충안을 마련해 논란을 수습했다.
전당대회 룰 윤곽이 잡히자, 비대위는 지난 7월 당 바깥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달 들어 '윤석열 정부 규탄' 의원총회를 두 번 개최하는 등 '강한 야당' 모드에 당력을 집중했다. 정치보복수사대책위원회를 직접 이끌며 윤석열 정권의 문재인 정부 겨냥 수사에 강력 대응했다. 내부에는 △윤석열 정부 경찰장악·법치농단 저지 대책단 △정치보복수사대책위원회 △서해공무원 사망사건 TF(태스크포스) △인사검증 TF △대우조선 파업 TF 등 각종 특위를 설치해 여론 총력전에 나섰다.
우 위원장은 '처럼회 해체론'이나 '민형배 의원 복당' 등 갈등을 증폭할 수 있는 쟁점에 대해선 곧바로 입장을 밝혀 논란을 이른 시일 내에 해소했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기준을 두고도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출마 불허' 방침으로 조속히 선을 그으면서도 박 전 위원장과 직접 오찬 자리를 마련하면서 '청년 정치인 이미지만 소비한다'는 토사구팽 비판에서 벗어났다.
그 결과, 선거 연패에 따른 후유증을 극복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을 따라잡았다. 정부 국정운영 혼선과 여당 내홍에 따른 '반사이익' 영향도 있지만, 짧은 기간에 당내 혼란을 극복한 '우상호 리더십'이 발휘된 것이란 평가도 적지 않다.
우 위원장은 민주당 내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대표주자지만, 계파색이 옅고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그의 균형 감각이 당내에서도 설득력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대변인 출신으로 소통을 중시한 점도 한몫했다. 비대위 출범 후 우 위원장은 매주 주말 간담회를 열어 현안에 솔직하게 답해왔다.
민주당 한 의원은 "짧은 기간에 비대위로서는 최초의 성공 사례가 아닌가 싶다"고 호평했다. 그는 "두 번의 큰 선거 참패 이후 당이 여러 어려움에 처했을 때 (패배) 평가를 둘러싸고 당이 큰 내홍에 시달리는 상황이었다. 이런 것을 짧은 두 달이었지만 우 위원장을 중심으로 비대위원들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당도 안정화하고 중요할 때 쟁점 의제들에 대한 합리적 조정 역량을 잘 발휘했고, 하반기 원 구성과 관련한 여야 쟁점 부분도 지혜롭게 잘 정리해서 국회 공백을 메우기 위한 여러 민생 대응을 했다. 또 윤석열 정부의 잘못에 대한 공격이라든지 부당한 공세에 대한 수비를 능수능란하게 잘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의원도 "이번 비대위가 비교적 잘했다고 본다. 중심을 잡고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잘 운영됐다고 생각한다. 이제 새로운 지도부에 잘 이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 초선 의원도 '안정성'을 꼽았다. 이 의원은 "그전에 비해서 비대위원장이 전체적으로 당 단합을 위해 풀 수 있는 것들은 되게 유연하게 했다. 국민 시각에서 보면 최근 당헌 개정 논란 등을 빼고는 무리 없이 왔다. 80여일 하는 과정에서 '이제 당이 상식적으로 가려고 한다' 이렇게 보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우상호 비대위는 당 쇄신 작업 토대를 마련하는 과제는 상대적으로 힘을 덜 쏟았다는 지적도 있다. '쇄신 과제'는 차기 지도부의 몫이 됐다. 17일 오후 광주 서구 KBS광주방송총국에서 열린 당대표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기념촬영하는 이재명 후보(왼쪽)와 박용진 후보. /뉴시스 |
반면 당 쇄신 작업의 토대가 될 문재인 정부,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평가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가위원회 격인 '새로고침위원회'는 비대위 출범 약 한 달 만에야 꾸려졌다. 객관성을 확보한다며 외부인사들로 구성하고, 가치와 노선 제시에 초점을 맞췄다. 일각에선 평가위에 일정 가이드라인을 주고 의도적으로 계파 갈등 소지를 피했다는 시각도 있다.
새로고침위원회는 전날(25일) 활동 결과 보고를 통해 유권자 지형이 복잡한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당의 노선, 정책, 태도, 조직과 운영에서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상호 위원장은 위원회가 제시한 '외연 확장' 과제에 대해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을 찍은 사람들을 보수층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이념 지형과 정책 관심사로 보면 진보적 의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반(反)윤석열로만 가면 외연 확장이 어렵다는 것이 확인됐다"라고 했다. 이어 "선거 전략 방식을 많이 수정해야 하고, 평소 당 운영에 있어서도 그동안 우리가 부차적 주제로 생각해왔던 것들을 생존의 문제 수준으로 격상시켜야 한다. 안 그러면 아깝게 계속 지는 정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새로고침위원회가 마련한 당 미래 비전과 노선 관련 보고서는 차기 지도부에 권고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우 위원장은 "임기 마지막날이라 보고서로 새 전략까지 짤 수는 없다"면서 "후임 지도부가 이런 문제에 대해 별도의 전략 단위를 만들어서 분석하고, 민주당을 확장할 새로운 브랜드 형성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 드리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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