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법 리스크' 현실화…野, '김건희 특검법' 만지작
입력: 2022.08.25 00:00 / 수정: 2022.08.25 15:20

'이재명 당대표 체제' 전환 후 수사 가속 전망…강 대 강 대립 불가피

이재명 당대표 후보 부인 김혜경 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의원 측은 정면돌파했지만 이 외에 각종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사법 리스크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23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경찰청에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는 김혜경 씨. /박헌우 인턴기자
이재명 당대표 후보 부인 김혜경 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의원 측은 정면돌파했지만 이 외에 각종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사법 리스크'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23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경찰청에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는 김혜경 씨. /박헌우 인턴기자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유력 당권주자 이재명 의원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인 김혜경 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시작으로 사정당국의 칼날이 이 의원을 향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 의원 측은 혐의를 적극 부인하면서 정면 돌파하는 모습이다. 당내 강경파는 맞불 성격으로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 당론 추진도 시사했다. 이 의원이 당대표에 선출될 경우 여야 강 대 강 대치는 한층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경기남부경찰청은 이 의원 배우자 김혜경 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핵심 인물인 전 경기도청 5급 공무원 배 모 씨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의원이 경기지사로 재직할 당시 3년여간 김 씨 수행비서 역할을 하면서 소고기·초밥 등 김 씨 개인 음식값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하고, 약을 대리 처방받아 김 씨에게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김 씨 역시 지난 23일 경찰에 출석해 5시간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를 이달 중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수사 결과 발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의원 측은 정면돌파를 택한 모습이다. 이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 씨의 경찰 출석을 사전 공지하고, 추후 입장문도 냈다. 이 의원은 "제가 부하 직원을 제대로 관리 못 하고, 제 아내가 공무원에게 사적 도움을 받았다"면서 "조사에서 아내가 카드를 쓴 적이 없고, 카드는 배모 비서관이 쓴 사실도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의원 측은 지난 9일 김 씨의 경찰 출석 요청 사실도 알리는 선제 대응으로 위법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이 의원을 겨냥한 수사가 줄지어 있어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성남FC 후원 △변호사비 대납 의혹 △백현동 개발 사업 특혜 △경기주택도시공사 비선 캠프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다음 달 9일 사건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있다.

당내에선 이 의원 관련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전당대회 후 '사법 리스크'가 당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사법 리스크가 당연히 있다. 소송비 문제나 성남 FC 문제 등 수사권이 없으니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모르지만, 그동안 논의됐던 내용들을 보면 사법적 문제가 있는 건 확실해 보인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당론 채택까지 시사하며 검토하고 있는 김건희 특검법을 두고 김혜경 씨 논란을 덮기 위한 정파적 노림수라고 반격했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뉴시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당론 채택까지 시사하며 검토하고 있는 '김건희 특검법'을 두고 "김혜경 씨 논란을 덮기 위한 정파적 노림수"라고 반격했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뉴시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 조작 및 허위 경력 의혹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특검법을 추진 중이다. 당내에서는 '김건희 특검법'을 당론 채택해 강행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24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법제사법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이기 때문에 (특검법을) 제대로 심의하지 않을 것이고 상정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다"며 "패스트트랙(신속 처리안건)으로 지정해 국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자동으로 심의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는 의견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고 했다.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고 있는 만큼 169석 의석으로 패스트트랙을 통해 통과시킬 수 있다고 압박한 것이다. 이는 '이재명 당대표 체제'에서 수사망을 좁혀올 사정당국에 대한 맞불 성격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가 대정부 총공세를 펼쳐야 할 제1야당으로선 부담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당을 공격하더라도 '물타기'라며 반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민의힘은 '김건희 특검법' 추진에 '김혜경 씨 경찰 수사'로 역공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의원이 김 씨 경찰 소환 조사를 '7만 8000원사건'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마치 작은 잘못으로 가혹한 형벌을 받았다는 식의 장발장 코스프레"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선 때 이 의원 측 법인카드 의혹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며 "당대표 방탄조끼부터 내려놓고 성실하게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의 '김건희 특검법' 추진에 대해 "김혜경 씨 논란을 덮기 위한 정파적 노림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사법 리스크를 얘기하는 것도 타당한 측면이 있다. 당이 왜 그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건가라는 이야기인데, 당원이 (이 의원이) 괜찮다고 한다면 당은 받아들여야 한다. 예전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처럼 완전무결한 사람이면 좋겠지만, (이 의원 외에 대권 주자로) 다른 대안이 없지 않나. 당원이 결정한 것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혜경 씨 의혹으로 김건희 여사를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누구는 7만8000원으로 경찰서에 출두했는데 김건희 여사는'이라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사법 리스크) 유불리를 따질 수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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