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배경 패션 화보 촬영을 두고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격하시킨 의도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진은 보그코리아가 공개한 청와대 화보. /보그코리아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청와대 배경 패션 화보 촬영의 적절성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24일 자신의 '국격' 발언이 정부의 미숙함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탁 전 비서관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화보를 찍은) 한혜진 씨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 또 보그코리아도 화보를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정부의 미숙함으로 인해서 예술인들이나 혹은 집단들의 평판에 해를 자꾸 끼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미 개방돼 있던 청와대를 전면 개방이라는 허울 아래 국민들께 돌려 드린다는 상당히 요상한 표현으로 해 놓고 나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계속 발생하니 이분들(윤석열 정부) 입장에서는 어쨌든 청와대 이전의 당위를 계속해서 설명하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그런데 설명이 잘 안되니 결국은 '많은 사람들이 청와대를 오가고 있다, 국민들이 좋아한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여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정부가 청와대 개방 이후 유인책으로 화보 촬영 등 청와대를 활용한 무리한 기획들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개방을 일제의 '창경궁 격하'에 빗댄 이유에 대해선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격하시키면서 그 이유를 궁중에 대한 숙청 작업, 궁전의 조경과 동식물원을 신설해야 백성들이 많이 그 공간을 찾을 수 있다는 의도를 가지고 했는데, 그런 것과 유사하게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한복을 알리는 차원이었다는 문화재청 입장에 대해서도 "아주 솔직하지 못한 것"이라며 "(화보 촬영에서) 한복만 찍은 게 아니다. 다른 여러 가지 복장들을 다 갖추고 있고 또 심지어는 일본의 아방가르드 대표 디자인인 류노스케 오카자키라는 사람의 작품도 그 안에 있다. 그런 것들을 자꾸 숨기는 것이다. 다양한 검토 없이 자꾸 무리하게 개방 행사 혹은 사람들을 초청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탁 전 비서관이 보그 청와대 화보를 두고 '국가의 품격을 떨어뜨린다'고 평가한 데 대해선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보그코리아

앞서 보그코리아는 지난 22일 공식 누리집에 '청와대 그리고 패션!'이라는 제목으로 화보 32장을 공개했다. 문화재청은 이에 대해 "열린 청와대를 새롭게 소개하고자 촬영을 허가했다"며 "한복의 새로운 현대적 해석이 열린 청와대와 함께 소개되는 것이 새로운 시도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탁 전 비서관은 "역사의식과 인문적 소양이 없는 정치권력이 얼마나 국가의 품격을 떨어뜨릴지 슬프지만 우리는 지속해서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의 청와대 개방 결정을 일제강점기 일본의 창경궁 격하에 빗대면서 논란이 일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청와대는 창경궁이 아니다. 왕이나 대비를 모시는 곳이 아니라, 대통령이 일하는 곳이다. 일본이 아니라, 우리 정부가 개방한 문화유산"이라고 말했다. 이어 "꽃송이 드레스를 입고 '드러누운' 여성 모델 공격한다고, 기획한 그분이 반성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재난 대응 미흡 등 대통령실 이전으로 제기되는 문제와 청와대 개방은 별개로 봐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도 누리소통망을 통해 "청와대를 국민이 누리고 즐기게 됐다고 해서 국가의 품격이 떨어졌다고 말하는 건 우리 국민 모두를 무시하는 언사"라고 직격했다.

그는 "청와대가 아직도 대통령 한 사람만의 소유물인 양 국민들이 다 같이 즐기는 것을 폄하하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청와대는 권위주의적 대통령 권력의 종언을 고하며 국민의 공간이 됐다"고 강조했다.

unon89@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