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제대로 시행도 못 해…'남 탓' 노선 연장"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용진 의원은 12일 '소득주도성장' 강령 삭제 움직임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 지우기"라고 반대했다. 전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 하는 박 의원.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용진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 기조였던 '소득주도성장'을 당 강령에서 삭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 지우기"라며 12일 강하게 반발했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당대회준비위원회의 강령 수정 움직임에 대해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란 김대중의 가치를 소득주도성장이란 방법론으로 구체화시킨 문 대통령의 성취를 민주당의 강령에서 들어내겠다는 것"이라며 "'소득주도성장'을 '포용성장'으로 대체하는 것은 변명할 여지 없는 문 대통령 지우기"라고 비판했다. 소득주도성장은 문재인 정부 '포용성장' 노선에서 혁신성장, 공정경제와 함께 핵심 3대 축 중 하나로서, 임금 근로자의 소득을 늘려 소비를 통해 성장을 이끌겠다는 기조다.
박 의원은 "우리가 정권을 빼앗긴 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패 때문이 아니다"라며 "우린 소득주도성장이란 가치에 따른 '정책'을 제대로 실행해보지도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 임금분포 공시제, 자산소득 과세 강화, 약속어음 제도 폐지, 임차인 보호 상가임대차법 개정 등을 언급하며 "우리가 공약했지만 끝내 실행에 옮기지 못 한 소득주도성장 노선의 주요 정책들"이라고 했다.
이어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한 자영업자와 저임금 노동자, 을과 을의 대립을 만든 부족함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라면서도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강령에서 우리의 방향성을 삭제한다? '우리가 정권을 뺏긴 건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정책 탓'이라는, 남 탓 노선의 연장"이라고 지적했다. 정책 실행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방향은 틀리지는 않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 의원은 "국민 다수의 소득을 늘려 성장하겠다는 노선은 재벌 위주로 성장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투자주도성장' 노선과도 선명하게 대비된다"며 "재벌주도 성장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민주당만의 정신이다. 이 노선 자체를 강령에서 삭제하는 것은 민주당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지난 10일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 강령 분과는 당 강령에서 '소득주도성장'에 관한 내용을 삭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민주당 강령에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실직과 은퇴 등에 대비한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해 안정적인 소득주도성장의 환경을 마련한다"는 문구가 있는데, 여기에서 '소득주도성장'을 '포용성장'이라는 표현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전준위는 오는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당 강령 개정안을 마련해 비상대책위원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박 의원은 전당대회 쟁점으로 떠오른 '당헌 80조 개정'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는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전화 인터뷰에서 "80조 안에 정치 탄압과 부정부패를 가지고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자체 재량권도 있다. 이걸 없애서 논란 만들고, 없애서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정치적·도덕적으로 못한 당으로 만드는 이런 논란을 왜 우리 스스로 '자충수'를 만드는지, 왜 정치적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있는지 저는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고 했다.
조속한 단일화를 제안했지만 강훈식 의원이 거절하면서 사실상 논의가 무산됐다는 관측에 대해선 "저는 아직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일화가 박용진의 20%와 강훈식의 5%가 합쳐지는 단순 수치의 플러스가 아니라 이것이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시너지 효과가 엄청날 것이라고 하는 것. 아직까지는 그렇다"며 "그러나 더 늦어지면 아마 이런 효과도 다 없어질 것이기 때문에 어제(11일) 한 번 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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