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독주에 동력 잃은 '박용진·강훈식 단일화'
입력: 2022.08.11 00:01 / 수정: 2022.08.11 00:01

수그러든 '세대교체론'에 당 일각 "소비만 돼 아쉽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전당대회 초반 크게 앞서는 결과가 나오자 97세대 단일화 무용론에 무게가 쏠린다.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공명선거 실천 협약식에 참석한 박용진, 이재명, 강훈식(왼쪽부터) 민주당 대표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전당대회 초반 크게 앞서는 결과가 나오자 97세대 '단일화 무용론'에 무게가 쏠린다.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공명선거 실천 협약식에 참석한 박용진, 이재명, 강훈식(왼쪽부터) 민주당 대표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표 선거에서 '이재명 1강' 구도가 공고해지는 가운데 '97세대 단일화'가 막판 변수로 꼽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해졌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용진·강훈식 두 후보가 '당헌 개정' 등 쟁점을 두고 입장차를 보이는 데다 사실상 '단일화 무용론'까지 고개를 들면서 동력을 상실한 모습이다. 당내에선 기대를 모았던 세대교체론이 전당대회 과정에서 소비만 돼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당권 레이스가 중반을 향해 가는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의 독주 기세가 이어지고 있다. 강원·대구·경북 지역과 제주·인천 지역 등 이틀 간 열린 지난 지역순회 경선 누적 득표율에서 이 후보는 74.15%(3만3334표)로 다른 두 후보와 압도적인 표 차를 보였다. 오는 13일 예정된 PK(부산·경남) 순회 경선에서도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PK지역 A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인천은 수도권이고 대구·경북도 지역적인 특수성이 있는데도 이 후보가 70%대 초중반이 나오는 것 아닌가. 부산이라고 여기(첫 주 순회 경선)와 별반 다른 결과가 나올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두 지역의 권리당원 규모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판세를 확정하기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당내에선 대세론이 공고해지면서 대의원(30%)·일반당원(5%) 투표 결과와 두 차례 국민여론조사(25%)까지 포함하더라도 현재의 '1강' 구도를 뒤집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1강 구도에 맞설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 후보 단일화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두 후보도 단일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 9일 부산지역 기자간담회에서 "단일화를 제가 포기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 시간이 자꾸 가고 있으니 빨리 결정이 내려졌으면 하는 생각"이라며 "단일화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관전 포인트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강 후보도 "(박 후보와) 같은 비전이 생기는 공간이 있다면 그걸 찾아보는 게 필요하겠다. 그래야 당내 흥행도 되고 재미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열어놓고 생각하고 있고 계속 찾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표면과 달리 이들의 단일화는 사실상 무산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당대회 초반 후보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도운 B 의원은 "이번 주에는 (단일화가) 힘들어 보인다"고 했다. 야권에선 단일화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늦어도 이번 주까지 마무리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당내 일각에선 세대교체론을 기치로 든 97세대 후보들이 소비만 되고 있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21일 민주당 재선의원 모임 주최 민주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기념촬영 후 박수를 치고있는 (왼쪽부터) 박주민, 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의원. /국회사진취재단
당내 일각에선 '세대교체론'을 기치로 든 97세대 후보들이 소비만 되고 있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21일 민주당 재선의원 모임 주최 민주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기념촬영 후 박수를 치고있는 (왼쪽부터) 박주민, 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의원. /국회사진취재단

단일화가 난항을 겪는 배경으로는 우선 두 후보의 색깔이 뚜렷하다는 점이 꼽힌다. 이들은 지난 2017년 대선 경선 당시 안희정 대선 후보 캠프에서 함께한 이력이 있지만 이후 박 후보는 당내 '소장파'로, 강 후보는 '당권파'로 각자 목소리를 내왔다. 전당대회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당헌 80조 개정'만 하더라도 박 후보는 사당화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강 후보는 "개정해야 한다면 '1심 판결'까지는 지켜보는 게 맞다"며 결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강 후보는 '반이재명 연대'로는 승리할 수 없다고 강하게 선을 긋고 있어 '이재명 대세론'을 견제하기 위한 단일화는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두 후보가 전당대회를 계기로 선거 결과보다 인물 홍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B 의원은 단일화 진전이 없는 이유에 대해 "각자도생해 보고 싶다, 자기 능력도 확인해보고 싶다 이런 것들"이라고 추측했다.

단일화가 성사되더라도 이 의원을 꺾기 어려울 것이란 '단일화 무용론'이 제기되면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앞서 박 후보 측은 첫 지역 순회 경선 투표일인 지난 3일을 단일화 마지노선으로 정했는데, 투표 실시 후에는 중도 사퇴자의 투표는 모두 사표 처리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주를 넘기게 되면 단일화가 성사되더라도 뒤집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A 의원은 "(이재명 대세론으로) 단일화가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강 후보는 단일화를 굳이 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박 후보도 단일화를 반드시 해야 하겠다는 의지가 상당히 꺾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단일화되기는 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중진 의원도 "단일화를 해도 이 후보가 쭉 앞서가고 있기 때문에 해봐야 안 된다는 게 있어서 (단일화도) 안 되는 것 같다. 단일화가 힘이 안 붙는 것"이라고 했다.

당내 일각에선 97세대 후보들이 이 후보와의 대립 구도에 갇혀 미래 비전과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홍영표·전해철·이인영 의원 등 친문, 86 세력이 자리를 내어주면서 '세대교체론'에 힘을 실었지만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소비만 됐다는 평가다.

A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 판이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흘러가다 보니까, 97세대가 어떤 정치적 의미를 가지고 정치 담론으로서의 세대교체론이 되지 못하고 단순하게 소비만 되는 것 같다. 이런 것을 가장 우려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래서 조금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어 "그렇지만 이번에는 세대교체가 씨앗을 뿌린 것이고, 다음에 어떤 시기와 계기를 맞게 되면 활짝 꽃이 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 재선 의원은 "당선이 안 되더라도 재선 그룹에선 단일화를 기대했는데, 의미 있는 대응을 한번 해보자는 진정성이 훼손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조금 된다"며 "승부를 떠나 단일화하면서 서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전당대회 후에도 좋을 것 같은데 단일화가 안 되고 끝까지 개별적으로 가면 이후 과연 이렇게 (힘 실어주기) 한 게 맞았나 하는 근본적인 것부터 의심이 드는 평가를 할 공산도 있다"고 말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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