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80년 만의 폭우 속 '尹 재택 상황관리'…"매뉴얼대로 한 것"
입력: 2022.08.09 19:06 / 수정: 2022.08.09 19:06

"대통령 있는 곳이 상황실"→"민주당 비판 논평 유감"→"매뉴얼에 따른 조치" 해명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빌라를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빌라를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8일 오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80년 만에 최다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수도권 곳곳에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상황 관리를 한 것을 두고 야당을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지자 대통령실이 9일 적극 해명에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어제 오후 9시부터 오늘 새벽 3시까지 실시간으로 (집에서) 보고받고, 실시간으로 지침 및 지시를 내렸다"며 "오늘 다시 새벽 6시부터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현장이나 재난 대응 상황실을 방문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선 "대통령이 현장이나 상황실로 이동하면 그만큼 대처 인력이 보고나 의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오히려 대처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집에서 전화를 통해 실시간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렸다"며 "대통령이 있는 곳이 결국 상황실"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쪽에선 '대통령이 있는 곳이 상황실이면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위기관리센터 등의 시설은 왜 필요한가'라는 또다른 지적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해당 비판을 한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을 향해 "재난 상황마저 정쟁 도구화를 시도하는 논평에 유감을 표한다"며 "재난 위기 극복은 정쟁이 아닌, 초당적 대책 마련으로 가능하다. 국민의 고통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행보를 멈춰달라"고 요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첫 일정으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집중호우 대처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첫 일정으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집중호우 대처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해명에 나섰다. 이 관계자는 이날 오후 5시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각종 재난은 천재지변이지만, 충분히 예견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여름 비·태풍·강풍 피해, 봄 산불 등 재난 상황에 대비해서 우리 정부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한다는 사전 매뉴얼, 점검 계획을 세워놨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계획에 의해서 어제 같은 상황은 정확하게 사전에 저희가 준비하고 예비한 그런 계획에 의해서 대처가 된 것인데, 마치 우리가 소홀함이 있었던 것처럼 오해를 하시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지난 5월 20일 서울청사 스마트워크센터에서 국정상황실, 행안부, 소방청, 해양청, 산림청 등 재난관리 담당 부서 국정들과 회의를 해서 그 결과를 공유한 바 있다"며 "재난이 발생했을 때 대통령실이 초기부터 직접 지휘에 나설 경우에 현장에 상당한 혼선이 발생한다. 그러니 초기에는 상황이 진행 중인 상황에선 대통령실은 관계기관이 적극적으로 대처·대응할 수 있도록 총력 대응하라는 신속한 지시를 내려서 '비상'을 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장을 방문하거나 하는 것은 어느 정도 현장 상황이 마무리되거나 진정된 다음에 가는 게 맞다는 원칙을 정해 놓은 바 있다"며 "어제 비 피해와 관련한 우리 정부 대응은 딱 그 원칙에 맞춰서 진행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이 아닌 9일 오전 상황실과 현장을 방문한 것은 매뉴얼에 따른 조치라는 설명이다.

8일 오후 수도권에 내린 집중호우로 선로가 침수돼 1호선 상하행 운행이 중단되면서 경기도 군포시 금정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뉴시스
8일 오후 수도권에 내린 집중호우로 선로가 침수돼 1호선 상하행 운행이 중단되면서 경기도 군포시 금정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뉴시스

특히 이 관계자는 "오늘 야당에서도 어제 우리 정부 대통령실 대응을 놓고 여러 가지 문제 제기를 한거로 알고 있는데, 저는 적어도 국가적인 재난 상황만큼은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재난 관리 상황을 놓고 이걸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국가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관계자는 '매뉴얼대로 전날 대통령이 자택에서 상황을 관리했다면, 다음에 또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재택하면서 대통령이 지휘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엔 "상황에 따라 다르다"며 "초기 상황이 진행되는 경우에는 그러실 수도 있고, 바로 (현장이나 상황실로) 나가서 점검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나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9일 오전 방문한 신림동 침수 현장도 물이 다 빠지지 않았고,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에 '오늘 윤 대통령의 현장 방문도 원칙에 어긋난 게 아닌가'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원칙에 어긋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소방관들이 불을 끄고 산불을 끄고 그러는 상황에 가는 것과 다르다. (윤 대통령이 신림동에 갔을 때는 비가) 조금 소강국면이라 큰 고비가 넘어가면 현장 상황을 직접 보면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나. 그렇게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이 관계자는 오늘 밤에도 폭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어디에서 상황을 살피는지 묻는 말에는 "아직 미정"이라고 답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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