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대통령 있는 곳이 '상황실'" vs 野 "그러면 위기관리센터는 왜 필요한가"
입력: 2022.08.09 16:20 / 수정: 2022.08.09 16:20

민주당 비판에 대통령실 "尹, 자택 전화 지시와 상황실 현장지휘 큰 차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8일 오후 수도권에 내린 역대급 폭우로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서초동 자택에서 상황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린 것을 맹비난했다. 대통령실 측이 "대통령이 있는 곳이 '상황실'"이라고 해명에 나섰지만, 민주당은 "그러면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위기관리센터 등은 왜 필요한가"라고 재반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집중호우가 내린 8일 오후 윤 대통령 대응에 대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제 집중호우가 내려지고 기록적인 폭우가 있었는데 대통령이 보이지 않는다는 식의 기사 내지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 등이 있었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어제 대통령은 오후 9시부터 오늘 새벽 3시까지 실시간으로 (자택에서) 보고받고, 실시간으로 지침 및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오늘 다시 새벽 6시부터 보고를 받으셨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왜 어제 현장이나 상황실을 방문하지 않았는가'라는 지적에 대해선 "어제는 기록적인 폭우에 현장의 모든 인력이 현장 대처에 매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라며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현장이나 상황실로 이동하면 그만큼 대처 인력들이 보고나 의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오히려 대처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대통령은 집에서 전화를 통해 실시간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렸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통령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당초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과 피해 현장을 방문하려 했지만, 서초구 자택 인근 도로가 침수되면서 발이 묶였고, 헬기 이동도 고려했지만 안전 문제와 주민 불편 등을 고려해 취소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집중호우 대처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집중호우 대처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대통령 사저 주변에도 침수가 있었지만, 침수됐다고 해서 대통령이 현장에 나와야겠다고 생각하시면 나오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고 보인다"며 "어제 이미 상황실에 한덕수 총리가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그런 상황에서 대처 역량을 오히려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판단 속에서 가지 않으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대통령 자택에도 위기관리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같은 것이 마련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엔 "사저에 어떤 시스템이 있는지는 특별히 공개해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실시간으로 대통령이 어떤 상황에서든 충분한 정보를 갖고, 보고를 받고, 그 상황 인식 속에서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결국 대통령이 있는 곳이 상황실"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전화로 지시하는 것과 실제 상황실로 나가시는 것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도 "저희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보고, 오히려 실시간으로 한 총리, 이상민 행안부 장관, 그리고 대통령실의 참모들에게 수시로 보고받고 수시로 지시를 내리면서 입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판단은 달랐다.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브리핑에서 "어제 수도권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8분이 사망하고 6분이 실종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국민을 더 안타깝고, 분노하게 하는 것은 윤 대통령의 비상 위기 대응 자세"라며 "'대통령이 있는 곳이 곧 상황실'이라는 대통령실의 주장대로라면 NSC 위기관리센터 등은 무슨 필요가 있는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수도권에 역대급 폭우가 내린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대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잠겨 있다. /뉴시스
수도권에 역대급 폭우가 내린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대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잠겨 있다. /뉴시스

이수진 민주당 의원(서울 동작을)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8일 밤, 우리는 대한민국 위기관리의 민낯을 봤다. 수도 서울이 물에 잠기고, 국민의 삶이 통째로 물에 떠내려가는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대통령은 보이지 않았다"라며 "위기관리센터에서 상황을 확인하고, 진두지휘해야 할 대통령은 서초동 자택에 갇혀 전화기만 붙들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9일 오전 첫 일정으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에서 '집중호우 대처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어제 수도권을 비롯한 중부지방 집중호우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안타까운 인명피해를 포함해서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먼저 위로의 말씀을 드리겠다"며 "천재지변이라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무엇보다 인재로 안타까운 인명이 피해받는 그런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한 번 더 살피고, 철저하게 점검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정부서울청사 내 다른 공간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앞으로 며칠간 집중호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모두 긴장감을 가지고 총력 대응을 부탁드린다. 무엇보다 인재로 목숨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관계 부처는 신속한 복구와 피해지원 그리고 주거 안전에 문제 있는 주거 취약지역과 취약계층에 대한 주거 안전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이번 폭우로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다세대주택 현장을 방문해 피해 주민들을 위로하면서 "조속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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