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지지자, 당심 흔든다" vs "정부 견제자 힘 실어줄 것"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방탄용' 지적을 받는 당헌당규 개정 여부를 조만간 결정하기로 하면서 당내 '사당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심의 민심의 괴리를 고려하지 않은 채 개정을 현실화할 경우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국회사진취재단 |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방탄용' 당헌당규 개정 여부를 곧 결정하기로 하면서 '사당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고려하지 않은 채 개정할 경우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당헌당규 개정 논의를 진행 중이다.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 5일 당헌당규 개정 관련 내용을 전준위로 넘겼다. 전준위는 오는 17일 회의를 열고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8일 당헌당규 개정과 관련해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코로나19 자가격리 이후) 오는 목요일(11일)에 복귀하면 관련해 드릴 말이 있을 것"이라며 "전준위가 논의한 사항을 보고하면 비대위도 절차에 따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논란의 청원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할 수 있다'는 민주당 당헌 제80조를 바꾸자는 게 골자다. 이는 당 지도부가 당원 의견 수렴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민주당 당원청원시스템에서 응답 요건인 '청원동의 5만 명'을 넘기면서 여론의 관심을 받았다.
일각에선 '개딸(개혁의 딸)'들을 포함한 이 의원 지지자들이 윤석열 정부의 '정치보복' 수사를 우려해 당헌당규를 바꾸자고 들고 일어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가 자칫 당 대표 당선 이후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성남FC 후원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으로 이 의원이 기소될 수 있어서다.
이 의원의 당권 경쟁자인 박용진 의원은 앞장서 공개적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해당 개정이 진행될 경우, 민주당의 사당화 논란은 더 거세질 것이라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박 의원은 이날 당헌당규 개정과 관련해 "결연히 반대한다"며 해당 당헌은 개인의 리스크가 자칫 당까지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은 늘 부정부패와 맞서 싸워왔다. 국민의힘에도 같은 조항이 있다. 그러나 이제 '차떼기 정당'의 후신보다 못한 당을 만들어서야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당헌당규 개정 요청 목소리가 커지면서 당 안팎으로는 향후 '강성 팬덤'을 등에 업은 '이재명의 민주당'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사당화 우려가 거세지고 있다. /남용희 기자 |
전준위는 비판을 의식한 듯 특정 지지자들의 요구로 당헌을 바꾸는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권교체'로 야당이 됐고, 정부와 여당에 의해 현재 약 20명 정도의 민주당 의원들이 수사선상에 올랐기 때문에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준위는 현재 기소가 아닌 '1심 재판 유죄 시' 당직을 정지하는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하는 중이라고 알려졌다.
당헌당규 개정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전준위에 이른바 '비명계'로 분류되는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전준위원장인 4선의 안규백 의원을 비롯해 총 20명 규모로 이뤄진 전준위는 총무기획홍보, 당헌당규당무발전, 당강령, 조직 등 4개 분과로 나뉜다. 이중 당헌당규당무발전 분과에는 조승래(분과장)·강선우·김병욱·김민철·송옥주 의원과 안귀령 상근부대변인이 위원을 맡고 있다. 이중 조 의원은 '정세균(SK)계'로, 김 의원·강 의원과 안 부대변인은 '친이재명계' 인사로 알려져 있다. 당초 이 의원의 출마를 반대했던 '친문계' 인사는 전무하다.
강성 지지자들이 당헌당규 개정에도 목소리를 키우면서 당 안팎으로는 향후 '강성 팬덤'을 등에 업은 '이재명의 민주당'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사당화 우려가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이 강성 지지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추진하는 등 행보를 했던 것처럼 '이재명 당대표체제'가 될 경우 민주당이 자칫 '강성 팬덤'의 과대 대표된 목소리에 휩쓸려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당내 '비이재명계' 의원들도 당헌당규 개정 요구는 곧 강성 팬덤의 당 장악이라는 비판과 함께 '이재명의 민주당'에 대한 우려를 내놓았다.
당내 '비이재명계' 의원들도 당헌당규 개정 요구는 곧 강성 팬덤의 당 장악이라며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사진은 지난 재보궐 선거 당시 유세를 펼치고 있는 이 의원의 사진. /국회사진취재단 |
초선 A 의원은 당헌당규 개정 요구에 관해 "우리 당의 '진보 도덕성'은 어디로 사라진 거냐"며 "특정인(이 의원)을 위한 움직임에 강성 권리당원들의 목소리가 너무 높은 것은 합리적이지 못한 결정이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예견해 당헌당규를 개정한다는 게 말이 되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A 의원은 이어 "(현재 판세를 봤을 때) 이 의원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더 높아질 거다. 그럼 의원들도 당원들 눈치만 볼 텐데, 이러면 당이 더 이상 존립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이런 얘기도 이름을 밝히고 하면 '수박'으로 간주해 집단 폭격을 가한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3선인 B 의원은 "(당헌당규 80조는) 현행대로 가도 충분하다고 본다. 개정하면 특정인을 위한다는 생각이 당연히 들게 돼 있다. 지금은 이 의원에게 맞춰져 있지 않나"라며 "(앞으로도)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당연히 강성 팬덤 정치도 심화할 거고, 민심과 당심의 괴리가 더 심해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3선 C 의원도 "절차에 따라 청원에 따른 논의는 할 필요가 있겠지만, 당헌당규가 개정될지는 잘 모르겠다"며 "해석의 여지에 따라 (정치보복으로 규정될 경우에는) 충분히 직무를 계속할 수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하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강성 지지자들의 목소리를 과대 대표할 시, 자칫 당심과 민심 사이 균형을 놓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사진은 이 의원의 첫 국회 출근을 축하하기 위해 국회 정문에 지지자들이 축하하는 문구를 넣어 보낸 화환들. /이선화 기자 |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해당 개정을 추진할 경우 당심과 민심 사이 균형을 놓칠 수 있다며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원들의 요청일지라도, 그 요구가 민주당 당원 전체인지 아니면 과대대표된 소수의 목소리인지에 따라서 논란이 될 수 있다"라며 "'공당'이라는 건 당원뿐 아니라 '다수의 일반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는 '이재명 때문에 당헌당규를 바꾼다'고 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도 "특정인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에서 민심과 멀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 의원을 둘러싼 팬덤과 관련해 "야당 대표자의 팬덤은 현 정부 견제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데에 힘을 실어줄 수 있어 오히려 민주당 쪽으로 여론을 집중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