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주도, 1400명 집단 소송 예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전국위원회 의결만을 남겨둔 가운데 '친이준석계'로 불리는 정미경 최고위원이 8일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그러자 이 대표 지지자들로 구성된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는 이날 토론회를 갖고 집단 소송을 예고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선화 기자 |
[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전환까지 전국위원회 의결만을 남겨뒀다. 막판까지 버텼던 '이준석계' 인사들도 잇따라 당직을 자진 사퇴하면서 '비대위 체제 전환'에 속도가 붙은 모양새다. 반면 이 대표 지지자들은 '당이 이 대표를 강제 해임 시킨다'며 들고 일어섰다. '이준석 지키기'를 실현하기 위해 전면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여 향후 당 내홍은 더욱 짙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분류됐던 정미경 최고위원이 8일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한기호 사무총장 등도 줄줄이 당직을 내려놨다. 9일 열리는 전국위에서 비대위 전환 의결을 하루 앞두고 '이준석 체제 지우기' 마무리 수순으로 해석된다.
정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은 무엇보다 당의 혼란, 분란을 빨리 수습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며 최고위원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정 최고위원은 그간 또 다른 친이계 인사인 김용태 최고위원과 함께 최고위원직을 지키고 있었던 인물이다. 결국, 정 최고위원이 사퇴하면서 당 지도부 중 선출직 최고위원은 김 최고위원만 남게 됐다.
정 최고위원 사퇴 기자회견 2시간 후인 11시께 또 다른 친이계 인사들로 불리는 한기호(사무총장)·홍철호(전략기획부총장)·강대식(조직부총장) 의원도 입장문을 통해 당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내일(9일) 전국위에서 작금의 혼란을 수습할 비대위원장을 의결할 것"이라며 "비대위원장이 임명되면 새로운 지도부를 꾸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당 운영을 시작하는 만큼 전임 대표체제 하의 지도부였던 저희가 당직을 내려놓는 것이 정도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비대위 체제 전환과 함께 이 대표의 복귀도 막힐 것이라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내 친이계는 비대위 과정의 절차적 하자를 지적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이 대표 해임에 반대하는 당원들의 모임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국바세)'는 이날(8일) 여의도 한 카페에서 '국민의힘의 진짜 주인은 과연 누구인가' 토론회를 긴급 개최했다. 국바세는 신인규 전 상근 부대변인이 이끄는 모임으로, 신 전 부대변인은 이 대표가 주도했던 '나는 국대다'를 통해 중앙 정치 무대에 데뷔해 '친이계'로 지목된다.
신인규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이 8일 서울 영등포구 한 카페에서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국바세) 주최로 열린 '국민의힘의 진짜 주인은 과연 누구인가?' 긴급 대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공동취재단 |
토론회에는 약 40여 명이 참석했고, 토론회를 생중계한 유튜브 채널에는 동시 접속자가 1000여 명 몰리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참석자들은 토론회의 목적이 '이 대표를 비호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당 윤리위원회의 이 대표에 대한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와 당의 비대위 전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당이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해 '비상 상황'을 의도했고, 그 배경에는 이 대표를 쫓아내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진단했다.
신 전 부대변인은 "당원과 국민이 선출한 당 대표를 끌어내리려면 당헌에 근거해 '당헌 소환제'를 지켜야 한다. 당헌당규 어디에도 윤리위원회·전국위원회에 당대표 해임 권한은 없다"며 "(이 대표 자동 제명은) 헌법에 명시된 당원 민주주의, 절차 민주주의라고 하는 정당 민주주의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국바세 모임은 당원이나 국민의힘 지지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오픈 채팅방에는 60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비대위 전환 중단을 위한 집단 소송에는 책임당원 1436명이 동의한 상황이다.
국바세는 '비대위 전환 무효 가처분' 집단 소송을 위해 '책임 당원 1000명 동의'를 모으기로 했는데, 이날 9시 기준으로 1400명이 동의해 목표치를 훌쩍 넘겼다. 집단소송은 비대위 전환의 절차적·민주적 결함으로 당원의 권리가 침해됐으니 전국위원회 결정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취지다.
신 전 대변인은 "당원들의 권리 구제"라며 이 대표의 가처분 신청과는 별개로 집단소송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소송 참여 기준 인원을 꽉 채우면서 비대위 체제 전환이 최종 결정되는 9일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법적 공방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이 최후의 항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여 향후 내홍을 넘어 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신 전 부대변인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아직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정해진것은 없다"면서 "(집단소송) 참여 인원들이 빠르게 충족됐기 때문에 지금부터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9일 오전 전국위에서 당대표 직무대행에게 비대위원장 임명권을 부여하는 당헌 개정안을 의결, 오후 화상 의원총회에서 비대위원장 인선 추인을 거쳐 전국위 의결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zustj9137@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