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조해진·하태경 등 이준석 옹호하며 非尹 세력 구축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확정한 가운데 '유승민계'로 불리는 원내 인사들이 이준석 대표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이에 경기도지사 선거 이후 잠행을 이어갔던 유 전 의원이 전격 중앙 정치 무대에 등장할지 여론의 관심이 쏠린다. /이선화 기자 |
[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확정하며 위기 탈출에 힘을 쏟고 있다. 이준석 대표의 복귀 여부가 관건으로 떠오른 가운데 '유승민계'로 불리는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입장을 피력하는 상황이다. 지난 경기도지사 선거 이후 자취를 감췄던 유승민 전 의원이 중앙 정치 무대에 본격 등장할지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 상임 전국위원회가 지난 5일 현재 당 상황을 '비상 상황'으로 규정하고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한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서병수 전국위 의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4차 상임전국위회의를 마친 뒤 현재 당 상황을 '비상 상황'으로 보는 내용의 당헌·당규 유권해석 안건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전국위에 상정된 당헌 개정안은 총 2건으로 △당대표 직무대행이 비상대책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는 내용의 최고위원회의 개정안과 △이 대표의 당무 복귀를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조해진·하태경 의원안)이다.
무기명 투표 결과 54명 중 26명이 최고위 개정안에 찬성했다. 반면, 조해진·하태경 의원 안은 10명만 찬성해 부결됐다. 이에 직무정지를 당한 이 대표는 비대위 구성과 동시에 자동으로 당대표직에서 해임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 의장은 '상임전국위의 유권해석이 이준석 대표의 복귀 불가라고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비대위가 구성되면 지도부는 즉시 해산한다는 조항이 있다"며 "이건 당 대표의 사고 유무와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대표가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에서 '유승민계'로 불리는 당내 인사들의 '친(親)이준석'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개혁 보수' 일원으로 불리는 하태경·조해진·김웅 의원 등이다. 이들은 당내 입지가 좁아진 이 대표를 옹호하면서도 연일 '윤핵관'을 때리며 자신들의 소신을 밝히고 있다.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당헌개정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들은 대표적 '유승민계'로 불리는 원내 인사들이다. /국회사진취재단 |
전날(4일) 조해진·하태경 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비대위 체제 전환 이후에도 이 대표의 복귀가 보장되는 당헌 개정안을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이준석 컴백'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에 조 의원은 "젊은 당대표를 몰아내기 위해 명분 없는 징계에 이어 억지 당헌 개정까지 하려 한다. 이 대표 몰아내기는 당헌·당규와 법리적으로 아무런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고 당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하 의원은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더 큰 당내 갈등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김 의원도 힘을 보태는 중이다. 그는 자신의 SNS에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 설문지를 올리며 "자, 드가자! 출정이다"라고 적었다. 지도부를 와해시키기 위해 일부 세력들이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당원들의 의견과 지혜를 모을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김 의원은 지난 1일 의원총회 당시 비대위 출범에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밝힌 인물이며, 이 대표 징계가 결정된 지난달 8일에도 그를 옹호했었다.
유 전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원내 인사들이 이 대표를 옹호하고 나서자 자연스레 정치권의 시선이 유 전 의원에게 모인다.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낙선한 뒤 '반윤' 인사로 돌아선 그가 이 대표와 손잡고 중앙 정치 무대에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이 대표가 당권 경쟁에서 밀려 '창당 카드'를 빼든다면 가장 유력한 우군은 유 전 의원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유 전 의원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며 맹비판에 나서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이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에 대해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미국 의회의 대표를 패싱한 것이 어찌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전날에는 윤 대통령이 휴가 중 연극을 관람한 뒤 뒤풀이에 참석한 것을 거론하며 "동맹국 미국의 의회 1인자가 방한했는데 대통령이 만나지 않는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대학로 연극을 보고 뒤풀이까지 하면서 미 의회의 대표를 만나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라고 힐난했다.
이처럼 유 전 의원이 윤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우는 점을 두고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잠행을 이어가던 유 전 의원이 본격적인 복귀 시도를 하고 있는 것 아니겠냐"며 "정치적 타이밍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당 지지율 하락 관련 '윤핵관'을 향한 책임론이 부상하면서 외곽에 내몰렸던 '유승민계'가 부활의 신호탄을 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유 전 의원이 이 대표 손을 잡고 차기 당권과 대권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유 전 의원과 이 대표 간의 접점이 있지 않겠느냐"며 "의원들 중심으로 움직임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고 전했다.
다만, '분당설'과 '신당 창당설' 등 극단적인 방안에 대해선 이들 모두 선을 그었다. 이 대표의 지지층이 확고한 만큼 독자적인 진영을 구축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범보수, 범여권 진영의 전력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집권 여당이 비대위로 전환하는 초유의 위기를 기회 삼아 '윤핵관' 뒤편에 머물렀던 '유승민계'가 중앙 정치 무대로 전격 회귀할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