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파문 후 尹대통령의 도어스테핑 '실종'…민주당 경선 현장 '화기애애'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상대하는 첫 주자로 나섰지만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참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은 지난 25일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박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한 장관. 다른 의원들은 한 장관을 질의 상대로 부르지 않았다. /국회사진취재단 |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尹 대통령처럼 될라'...한동훈 앞 작아진 민주당 의원들
-이번 주는 윤석열 정부 첫 대정부질문이 있었어. 특히 첫날인 25일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관심이 쏠렸어. 야당이 '소통령'이라고 부르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출석했기 때문이야.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굴욕'을 당해서 이번 대정부질문을 벼른 의원들이 많았을 것 같아.
-전 법무부 장관이었던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첫 주자로 나섰어. 전·현직 법무장관의 맞대결인 거야. 결과적으론 이번에도 '참패'라는 평가가 나왔어. 쟁점은 역시 법무부 장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 설치의 적법성이었는데, 박 의원이 정부조직법상 법무부 장관은 인사 직무가 없다는 점을 파고들자 한 장관은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인사혁신처 권한을 위임 받아 인사검증을 했던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맞받아쳤어. 그러면서 "제가 이 일을 하는 것이 잘못이라면 과거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했던 인사 검증 업무는 모두 위법"이라는 논리를 펼쳤어. 한 장관이 "과거에 의원님께서 장관이실 때 검찰총장을 완전히 패싱하시고 인사를 하신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박 의원 장관 시절 전례를 근거로 들 때는 국민의힘 의원석에서 "잘~한다"라며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어. 박 장관은 "택도 없는 말"이라며 한 장관을 노려보기도 했어.
-대정부질문에서 국회의원은 1인당 최대 20분 질의시간이 있는데, 박 의원은 한 장관을 상대로 들여보내고 다시 부르기를 세 번 했는데도 이렇다 할 활약은 보이지 못한 셈이네.
-민주당의 공격수 선정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어. 전 법무부장관이 질의하면 당연히 문재인 정부의 검찰에 대한 역공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는 거지. 질문자 선정에 다소 실수가 있지 않나 싶어. 다른 의원들은 어땠어?
-박주민 의원도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문제에 대해서 간단히 질의하긴 했는데 당부하는 수준이었어. 그 외에 질의자로 나선 고민정·김병주·이해식·임호선 의원은 아예 한 장관을 불러내지 않았어.
한동훈 장관은 인사정보관리단 설치가 권력이라는 민주당 의원들의 지적에 "짐과 책무에 가깝다"고 맞받아쳤다. 사진은 지난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남국 의원과 악수하는 한 장관. /국회사진취재단 |
-의도적으로 피했다고 볼 수 있을까?(웃음)
-그런 분석에 무게가 실려. 실제로 대정부질문 전날인 24일 민주당 의원들은 단체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한동훈을 키워주지 말라'는 조언도 오갔다고 해. 지난 5월 인사청문회와 예산결산특위 때처럼 어설프게 밀어붙였다가 역공을 당하면 한 장관만 키우는 모양새만 된다는 판단이 깔린 것 같아. 실제 친민주당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박주민 의원이 한 장관 제대로 털기를 기대했는데 아쉽다" "박 의원의 '똥볼'이 뼈아프다. 대정부질문에서 잘한 것들은 묻혀버렸다" "여당 노릇 너무 오래 했나. 야당 의원인 걸 모르는 것 같다. 한동훈 청문회도 그렇고 왜 이렇게 못하는지" "대정부질문할 때 소리 좀 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한 장관 상대할 때 말 끊고 소리 지르고 버벅거리면 한동훈만 스타 만들어준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렇게 해서 떴는데 정신 못 차리나" 등의 반응이 나왔어.
-민주당 의원들은 이어진 28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설욕전에 나섰는데, 한 장관 특유의 화법만 부각됐어. 한 장관이 인사정보관리단은 권한을 위임 받아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관례를 따른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자, 김남국 의원이 "어떻게 관례로 인사검증을 하나. 여기가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라고 지적했는데 한 장관이 "지난 5년간 구멍가게처럼 해왔다는 말씀이시냐"고 맞받아친 거야. 그는 또 인사정보관리단 업무에 대해 "짐과 책무에 가깝지, 어떤 면에서 권한이나 권력이 된다는지 모르겠다"면서 '인사 권력'이라는 야당 논리를 정면 반박했어. 민주당 의원들로서는 여론 관심이 집중되고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 한 장관과의 맞대결에 앞으로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어 보여. 윤석열 대통령도 민주당 의원들의 펀치에 단기간에 급성장한 정치인이잖아. 그렇다고 한 장관을 상대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민주당이 누를수록 더 존재감을 과시하는 '한동훈 현상'을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나갈지 궁금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부주의로 문자메신지가 언론에 노출된 이후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대통령실 vs 출입기자, 尹 도어스테핑 신경전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주고받은 이른바 '이준석 대표 뒷담화'가 논란이 된 가운데 공교롭게도 해당 사실이 드러난 이후 일상적으로 진행되던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회견)이 열리지 않고 있네?
-맞아. 26일 오후 권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정부질문 중 윤 대통령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가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됐는데,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가 고스란히 노출됐어. 이 대표를 향한 윤 대통령의 인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논란이 확산했지.
-대통령실은 해당 사진이 보도된 당일 "권 원내대표 측에서 설명할 것"이라면서 다른 말은 하지 않았어.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 당 대표 직무대행까지 맡으며 (국회) 원 구성에 매진해온 저를 위로하면서 고마운 마음도 전하려 일부에서 회자되는 표현을 사용하신 것으로 생각된다"며 윤 대통령의 마음을 추측한 해명을 내놨고.
-27일 윤 대통령은 첫 일정이 경기도 성남에서 제4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는 것이어서 도어스테핑이 열리지 않았어. 이에 이 대표를 "내부 총질 당 대표"라고 표현한 이유가 무엇인지, 윤 대통령의 입장을 직접 듣기 위해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이 대거 윤 대통령이 회의를 마치고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돌아올 때가 됐다고 예상되는 시간에 청사 1층 로비에 몰렸어. 영상기자들은 카메라를 대기 시켜놓기도 했고. 그러자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정해진 출근길 도어스테핑 외에 (로비에서) 사진·영상은 철수해 달라"고 요청하더라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룰이 무너지면 어떻게 하나. (브리핑룸에) 들어가서 설명하겠다. 이렇게 하면 곤란하다"고 말하기도 했어.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20분께 청사로 들어왔는데, 기자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대통령님, 어제 문자 관련해서 입장…"이라는 한 기자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집무실로 올라갔어. 그러자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렇게까지 해야겠나. 진짜 (기자들) 너무 한다"고 살짝 화를 내기도 했어.
지난 28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정조대왕함 진수식이 열린 가운데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가 진수선을 자르는 모습을 바라보는 모습.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8월 8일 열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뉴시스 |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윤 대통령을 대신해 내놓은 해명은 "권 원내대표가 이미 입장을 밝히고 설명했는데, 거기에 덧붙여서 대통령실이 공식적으로 추가 입장을 밝히거나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다만 사적 대화가 노출돼 국민이나 언론이 일부 오해를 일으킨 점은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문자를 촬영해서 언론에 공개해서 정치적인 쟁점으로 만들고 이슈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어.
-미흡한 해명에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을 기다리는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 많았는데, 28일도 첫 일정이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해군의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제1번함 '정조대왕함' 진수식이어서 또다시 열리지 않았어. 사실 27~28일 일정은 사전에 기자들에게 엠바고를 전제로 예고된 일정이었어.
-문제는 29일도 도어스테핑이 열리지 않았어.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의 첫 일정은 갑자기 잡힌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직접 주관하는 것이었어.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휴가를 떠나기 전 긴급하게 챙겨야 할 추가 일정을 마련했다"고 설명했어. 다음 주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휴가를 떠날 예정이야.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8월 8일 열릴 가능성이 높아. 지난 26일 도어스테핑 이후 13일 만이지.
-이에 따라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일부러 대통령이 '내부 총질' 메시지와 관련해 답하기 싫어서 도어스테핑을 미루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어. 개인적으로는 지난 5월 24일 윤 대통령이 당시 박병석 국회의장을 접견했을 때 나눈 대화가 생각나더라고. 그때 박 의장은 도어스테핑과 관련해 "예상 밖의 질문이 나오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는데, 윤 대통령은 "그냥 지나간다"고 답했어.(웃음) 선택적으로 답한다는 이야기인데, 이것이 진정한 소통인가 의문이야.
지난 28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로 선출된 박용진, 이재명, 강훈식 후보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예비경선대회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
◆'연설 강자' 김민석·'친명 라인' 포토타임…민주당 예비경선 뒷이야기
-지난 28일 더불어민주당 예비경선이 끝났네. 8명이 도전했던 당 대표 예비경선에서는 강훈식·박용진·이재명 의원이 뽑혔어. 17명의 후보가 도전한 최고위원 예비경선에서는 장경태, 박찬대, 고영인, 서영교, 고민정, 정청래, 송갑석, 윤영찬 의원 등 8명이 컷오프를 통과했어.
-이날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예비경선이 진행됐는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어?
-오후 1시 시작 전부터 후보들은 대회의실 입구에서 두 줄로 나란히 서서 공보물을 나눠주기도 하고, 중앙위원들 및 의원들과 악수도 하면서 끝까지 유세 활동을 펼쳤어.
-후보들은 각자 정견연설을 했는데, 당 대표 연설에서 특히 주목받았던 건 김민석 의원이었어. 이날 김 의원은 지난 6·1 지방선거 서울시장,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공천을 얘기하면서 "백 가지 다른 패배 원인이 있었다고 해도 누구도 그 공천이 가장 큰 패인이고 자책점이었음을 부인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우리 당은 지금 비정상 상태다. 세와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대의와 명분"이라면서 '선당후사' 정신으로 당을 바로 세운다고 했지.
-김 의원은 강한 어조로 관중들을 향해 손가락질하면서 지난 선거들에서 민주당의 패인을 조목조목 지적했어. 직설적으로 당에 반성이 필요하다는 직설적인 메시지, 자신이 당 대표가 되면 잘 할 수 있는 이유 등을 강조하는 동안 기자들 사이에서는 김 의원이 '연설 강자'라는 평이 나왔어. 귀에 '꽂히는' 연설이었달까. (웃음) 최고위원에 출마한 한 후보도 "김 후보의 정견발표를 듣고 반성이 되더라"라는 소감을 기자에게 전하더라고.
-최고위원은 '친명(이재명)' vs '반명' 구도 8인으로 압축된 것 같은데.
-친명 라인은 강경파 초선 모임 '처럼회' 소속 장경태 의원, 이 의원의 최측근으로 '러닝메이트'를 자처한 박찬대 의원, 최근 적극 친명 행보를 보이고 있는 서영교 의원,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일찍부터 받아오며 '이재명 당 대표'를 외쳤던 정청래 의원이야.
김민석 민주당 당대표 예비후보는 28일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강한 어조로 관중들을 향해 손가락질하면서 지난 선거들에서 민주당의 패인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남윤호 기자 |
-예비경선이 끝나고 나서도 이 '친명 연대'의 스킨십이 눈에 띄었다고?
-행사 식순을 모두 마치고 나서는 후보들이 서로 인사도 하고, 최종 후보들은 사진을 찍기도 했어. 당 대표 3인에 선정된 이 의원도 무대에서 내려와 기념사진을 찍었지. 이때 박 의원, 서 의원, 장 의원이 나란히 서서 '포토타임'을 가지더라고. 또 서 의원은 지역구 관계자들로 추정되는 인물들과 이 의원과 함께 사진을 한 차례 더 찍으면서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어. 이 의원의 백브리핑 때도 서 의원과 박 의원은 양옆에 나란히 서서 '연대감'을 뽐냈지. (웃음)
-앞으로 한 달 남았네. 당 대표 선거에서 '어대명'에 맞설 변수가 있나?
-일각에서는 강 후보와 박 후보의 단일화 성사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 같아. 그간 단일화와 관련해서는 박 후보 쪽에서 더 적극적이긴 했지. 그런데 두 사람 간 캐릭터가 너무 다르고, 또 이 의원의 강세가 확실하기 때문에 둘 중 누가 2등을 하는가에 따라서 향후 정치 행보에 초록 불을 켤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와. 이런저런 요소들을 따졌을 때 현재로서는 단일화를 하지 않을 것 같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것 같아.
-최고위원의 경우, 서 의원과 고 의원과의 초접전을 예상하는 시선이 많던데.
-이수진·양이원영 의원의 컷오프로 후보 8인 중 여성 후보가 두 명 남았잖아. 당헌·당규에 따라 최고위원 득표 5위 이내에 여성 후보가 없으면 여성 후보 중 최다 득표자가 5위로 선출된 것으로 간주하거든. 둘 중 하나는 무조건 당선되는 거지. 또 친명인 서 의원과 친문이자 반명인 고 의원 중 누가 되냐가 민주당 주류 세력의 교체와 맞물려서 더 치열해지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나와.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