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내부 총질' 노출 파문에 코너 몰린 권성동 리더십
입력: 2022.07.28 00:00 / 수정: 2022.07.28 00:00

"權 사퇴해야" 당원 비판 쇄도…이준석, '양두구육' 응수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부주의로 윤석열 대통령과의 메시지를 노출시켜 정치적 위기에 처했다. /남윤호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부주의로 윤석열 대통령과의 메시지를 노출시켜 정치적 위기에 처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정치적 위기에 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한 '내부 총질' 문자 메시지가 노출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현직 대통령의 메시지가 언론에 노출되는 대형 사고로, 원톱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27일 윤 대통령과 텔레그램 대화 내용이 보도된 데 대해 사과했다. 그는 "사적 문자 내용이 저의 부주의로 유출, 공개돼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90도로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다만 "사적인 문제가 본의 아니게 유출됐기에 그 내용에 대한 질문에는 확인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한다. 제 프라이버시도 보호받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말을 아꼈다.

앞서 권 원내대표는 전날 대정부질문이 진행되고 있는 본회의장에서 윤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국회사진기자단 카메라에 잡혔다. 논란이 된 텔레그램 대화방에는 '대통령 윤석열'이라고 적힌 발신자는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이준석) 당대표가 바뀌니 (당이) 달라졌다"는 내용이 있었다.

공개된 메시지에서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드러나면서 그동안 풍문으로만 여겨졌던 이 대표 징계에 대한 윤리위원회의 징계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게 됐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주저앉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 정치적 부담이 커지게 됐다. 권 원내대표도 '내부 총질' 문자 메시지 논란의 근원이라는 측면에서 당원들과 젊은층의 표적이 됐다. 국민의힘 게시판에는 권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최근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과 관련해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해명으로 거센 질타를 받았다. /남윤호 기자
권 원내대표는 최근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과 관련해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해명으로 거센 질타를 받았다. /남윤호 기자

권 원내대표의 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과 관련해 '최저임금 수준의 9급 가지고 뭘 그러냐'는 해명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른바 '윤핵관'의 한 축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도 쓴소리했다. 권 원내대표는 결국 지난 20일 "최근 대통령실 채용과 관련한 저의 발언에 대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특히, 청년 여러분께 상처를 주었다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취임 직후인 지난 4월에도 박병석 당시 국회의장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합의했다가 내부 반발에 부딪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인수위원회도 부정적인 기색을 내비쳤다. 권 원내대표는 중재안에 미흡한 부분이 있어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합의를 뒤집었다. 그는 "검수완박법 처리 과정에서 제 판단 미스, 그로 인한 여론 악화로 당에 부담을 지우고 의원분들에게 책임을 전가시켜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 대표 징계 이후 권 원내대표 '원톱' 체제로 전환하면서 당내 내홍은 잦아들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메시지 유출로 또다시 권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상처가 생겼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더팩트>와 만나 극도로 말을 아끼면서도 "여러모로 당이 어려운 시기 아쉬운 측면이 있다"며 에둘러 권 원내대표를 지적했다. 당 내부는 권 원내대표가 신중하지 못했다는 시선이 있다고 한다.

권 원내대표의 부주의로 조기 전당대회론이 다시 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기현·안철수 의원이 의원모임을 주도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데다 권 원내대표 체제에 대한 당원 등의 여론도 부정적이다. 윤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내림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더 떨어진다면 명분과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 지도체제를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대표 징계로 당은 비상체제 상황이고 3주 전 의원총회에서 추인한 직무대행 체제를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다. 공감대를 이루기도 어렵고, 조기 전대도 상당 기간 소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그 섬에는 카메라 사라지면 눈 동그랗게 뜨고 윽박지르고, 카메라 들어오면 반달 눈웃음으로 악수하러 오고,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 받아와서 판다"고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윤 대통령을 두고 '양두구육(羊頭狗肉·겉은 훌륭해 보이나 속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저격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shincombi@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