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공천 학살 없다'는 낡은 표현"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예비후보는 향후 단일화 방식에 대해 "친명과 반명 대결 구도의 단일화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회=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임종석·김영춘·조응천. 문재인 청와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과 86세대 맏형, 개혁 소신파가 한데 뭉쳤다. 오는 8월 전당대회 당대표에 출마한 강훈식 의원(재선·충남아산을)을 지지하기 위해서다.
임 전 실장은 2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중요한 때마다 민주당을 위해 헌신했고, 어떤 상황에서도 '민주당다움'을 잃지 않는 사람"이라며 "민주당의 미래화 혁신을 이끌며 민주당을 전국정당에 올려놓을 수 있는 일꾼, 참신함과 안정감을 함께 갖춘 젊은 리더"라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계파를 초월한 이들이 잇따라 우군을 자처하면서 '7 대 3(중앙위원 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 싸움에 강 의원이 다크호스로 떠오른 모양새다. 보수 텃밭에서 낙천과 낙선을 거듭하며 밑바닥부터 올라와 이해찬 당대표 체제에서 전략본부장, 지난 대선에선 이재명 후보의 전략기획본부장을 역임하는 등 정치 궤적도 그의 '잠재력'을 뒷받침한다.
오는 28일 예비경선(컷오프)를 앞둔 강 의원은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팩트>와 만나 "다른 후보들은 모두 전당대회를 나가봤는데 저는 이런 선거를 처음 치러봤다. 이렇게 힘든지 몰랐다"고 웃으며 소회를 밝혔다. 지역 순회 등 강행군 일정으로 다소 지친 기색이었지만, 당의 혁신과 미래 비전을 논할 때는 힘이 들어갔다. 강 의원은 "선거인단 한 분 한 분을 만나 진심을 전달하고 비전을 설명하려고 애쓰고 있다. 민주당의 존재 이유가 뭔지, 정치를 왜 하는지, 그리고 미래를 위해서 새로운 파격을 선택해달라고 호소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전당대회 변수로 언급되는 단일화 방식에 대해선 "누가 (본선에) 올라가느냐에 따라 다르니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친명·반명(反이재명)의 대결로 선거를 치르는 단일화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 미래냐 현재냐, 아니면 새로움이냐 낡음이냐의 선거 구도로 본선을 치러야 당의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선택들을 할 수 있고 파격을 선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일부 당권주자들의 이재명 의원에 대한 '사법리스크 공세'는 자가당착이라고 꼬집었다. /남윤호 기자 |
◆"공천 학살은 옛날 표현...'사법 리스크' 공세는 자가당착"
이른바 '공천 학살'이 민주당 전당대회 화두로 떠올랐다. 유력 당권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의원이 출마 선언에서 "선거마다 유령처럼 떠도는 '계파공천', '사천', '공천 학살'이란 단어는 사라질 것"이라고 천명했지만, 우려는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이 의원으로부터 인천 계양을 공천 압박을 받았다는 주장을 하면서 '엿가락 공천이 반복되는 것 아닌가'하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이를 겨냥한 듯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 일부 당권 후보들은 '공천 혁신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강병원 의원은 "당 대표 공천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고, 박용진 의원은 총선 1년 전 공천심사위원회 구성 등을 핵심으로 하는 5대 혁신안을 내놓았다.
반면 21대 총선에서 총선공천제도 기획단 간사를 맡으며 180석 압승의 토대를 다졌던 강 의원은 현 공천 시스템 변화 요구에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공천의 룰과 방향을 쉽게 바꾸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180석보다 더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라면 도입해야겠지만 확실하지 않다면 기존 시스템이 본질적인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이 공천을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지, 시스템을 잘 준용하는 게 민주정당의 절차"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의 관련 발언에 대해선 "'공천 학살'은 옛날 표현이다. 이미 그렇게 안 했는데, 너무 옛날 단어"라며 "지난 총선에서 시스템 공천으로 180석을 얻었다. 그 시스템 공천을 잘 지키면 된다"고 말했다.
일부 당권주자들이 이 의원을 향해 '사법 리스크' 공세를 집중하는 데 대해서도 강 의원은 "자가당착이 될 수 있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이 후보는 우리 당 소속 의원이다. 지금 나와 있는 말은 입증된 바 없는 '여당발 의혹'인데, 이를 사법 리스크로 명명해서 활용하는 건 적어도 당 대표가 될 사람이 취해야 할 태도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특히 이 후보는 몇 달간 우리가 치른 대선 후보였다. 우리 모두가 대선을 치르면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당시 후보가 제기한 의혹들에 대해서 정치 공세를 하고 힘겹게 싸웠는데 당 대표 선거에서는 그게 당 대표 자격이 없다고 주장을 해버리면 자가당착이 될 것이고, 국민이 볼 때도 '그때는 그렇게 말하더니 지금은 문제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것"이라며 "물론 추후에 그런 혐의가 입증되고 이 의원한테 잘못이 있다면 당연히 스스로 책임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 의혹 제기 상황인데 우리가 전당대회에 끌어들여서 쟁점화시키고 활용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당내 일각의 '분당 위기론'에 대해선 "민주당은 그런 정당이 아니다. 지난 대선 때도 마치 그럴 것처럼 말했지만 그렇게 안 되지 않았나. 민주당은 충분히 자생 능력, 전쟁터에서 싸웠을 때 상처의 재활 능력을 갖고 있다"고 일축했다.
강 의원은 '진보 재구성'으로 민주당의 노선 투쟁을 제시했다. /남윤호 기자 |
◆"앞으로는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킹메이커·진보 재구성 약속
"저 먼저 고백합니다. 민주당이 지금에 이르도록 침묵하고 방치한 저의 모습이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
강 의원은 지난 3일 출마 선언에서 상당 부분을 '반성과 성찰'에 할애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께 왜 민주당이 있어야 하는지 우리의 효용을 스스로 입증해내지 못했다"며 "이제 이 부끄러움과 반성의 시간을 끝내고 혁신과 미래의 시간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고백했다.
'왜 이제와서'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접한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지금까지는 여당의 시간이었다. 당·청와대·정부가 모두 혼연일체가 돼서 팀플레이 하는 게 되게 중요했다고 생각했다. 아마 많은 의원들이 밖에 나가서 하는 말들은 상대에게 빌미로 작용될 수 있으니 숨죽였을 것이다. 특히 저는 여러 당직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제 의견을 그런 통로(내부로 의견 전달)로 소통하는 게 맞지, 야당에게 악용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팀플레이를 위해서, 또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그랬던 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원래 민주당은 힙하고 쿨하고 팝(대중적)했는데 언젠가부터 우리가 주장하는 건 힙하지 않고 기득권을 위한 이야기처럼 들리기 시작하면서부터 국민은 우리를 등 돌렸고, 지지자들은 핫해지지 않았고 핫해지지 않으니까 팝하지도 않았다"면서 "앞으로는 기본과 상식을 지키면서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잡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차기 지도부의 당면 과제 중 하나는 22대 총선이지만, 수권 정당으로서 대선후보를 육성해야 하는 임무도 맡는다. 강 의원은 당 대표가 되면 다수의 대선 주자를 만들겠다며 '킹메이커'를 약속했다. 강 의원은 "5년 전에는 지역마다 대통령 후보가 있었던 정당이다. 수도권에 이재명·박원순, 충청에 안희정, 호남에 이낙연, 영남에 김경수·유시민, 강원에 이광재 등 7명의 대선주자가 있었다"며 "여러 후보가 많아서 '이 사람이 유력 주자가 되면 어떻게 될까. 저 사람은 뭐가 다를까'라고 상상하며 설렜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민주당은 그런 설렘을 다시 줘야 할 때다. 그러려면 더 많은 대통령 후보들이 나올 수 있는 토양과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강 의원은 김 전 지사의 8·15 광복절 특별사면에도 힘을 싣고 있다.
강 의원은 민주당 쇄신의 장기 과제로 '진보 재구성'으로 집약되는 노선 투쟁을 제시했다. 민주와 반민주 구도의 유효기간이 종식된 상황을 인식하고, 민주당이 대변해야 하는 새 시대에 맡는 준거집단을 명확히 설정해야, 이들의 정치 효능감도 높아지고 외연 확장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 동안은 모두를 위한 정부를 추구해왔다. 누구를 위한 정당인지가 상실된 지점이 존재한다. 민생을 이야기하는데 듣는 사람은 저게 나를 위한 건지 저 사람을 위한 건지 모른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제가 상정하는 보수의 얼굴은 하나다. 그러나 진보의 얼굴은 다양해야 한다. 소수자, 약자일 수 있고 소외계층일 수도 있다. 제가 생각하는 우리 시대의 진보는 다양성이 핵심"이라며 "플랫폼 노동자도 있지만 사장님도 있을 수 있다. '우리는 플랫폼 노동자만 보호하고 사장님들하고는 싸우겠다' 이건 과거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공존하게 만들고 조정하고 타협시키는 게 진보다. 과거 시대의 진보는 독재와 반독재 사이에서 싸웠다면 지금은 훨씬 사회가 복잡해졌다. 진보는 그런 사람들을 다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돼야 한다. 그래서 너와 나의 다름을 인정하고 하나의 공동체와 공존 속에서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민주당이 170명인데 170개의 연대를 만든다고 생각해보시라. 그런 식으로 진보가 재구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구체적인 전략으로 '주 4.5일제' 등 진보 진영과의 의제 연대도 제시했다.
강 의원은 당내 민주주의 강화와 지역 불균형 해소도 차기 당대표의 과제로 꼽았다. /남윤호 기자 |
강 의원은 당내 민주주의 강화와 지역 불균형 해소도 민주당의 혁신 과제로 꼽았다.
그는 "당원이 주인인 민주당"을 약속하며 당론, 개혁입법과제 등 중요 안건의 '권리당원총투표제'를 도입해 당원들이 함께하는 의사결정 구조를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 방식의 '민주당 당원청원제' 도입과 민주당사를 개방한 '오픈 정치살롱' 운영도 제시했다.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더 심화하지 않나'라는 물음에 강 의원은 "우리 권리당원이 120만 명이다. 120만 명이 집단 지성에 대해서 믿어야 한다. 참여 민주주의는 계속 확대돼왔고 지금까지 한 번도 후퇴한 적은 없다. 그런 면에서 정당의 전 당원이 참여하는 것들은 더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직접 민주주의의 확대와 숙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조화롭게 운영할 것인가는 좀 다른 측면이다. 이를 어떻게 접목시킬지, 어떻게 효율적으로 만들 것인지, 그래서 민주주의를 조금 더 성숙하고 다수의 의사결정을 따르게 할지가 우리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통 여론조사할 때 120만 명이 참여하진 않는다. 참여의 모수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 (지금의 민주당은) 좀 아쉽다.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민주당이 돼야 한다. 그러면 결국 민심과 당심은 같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 의원은 유일한 '비수도권 당대표 후보'를 강조하면서 지역균형뉴딜위원회 재설치 등도 약속했다. 17개 시도당협의회장과 겸임토록 해 원팀 예산 반영을 추진하고, 비수도권 시도당을 중심으로 정책연구소를 설치하며 험지 원외위원장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그는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는 기회의 차이인데, 이 기회를 다시 바로잡고 불평등을 극복하는 것은 민주당의 큰 과제"라며 "(국민의힘의) 서진 정책이 보여주는 행보가 호남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도 진정성을 가지고 해야 되는 거 아니냐. 우리 당도 새롭게 변화하고 당을 좀 이끌어가야 되는 거 아니냐'하는 흐름이 존재하는 건 분명한 것 같다.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에 대해서도 얼마나 진정성이 있었는지 우리가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강훈식 당대표 예비후보는 누구? 1973년생. 건국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2004년 손학규 전 대표 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삼수' 끝에 20대 총선에서 충남 아산을에 당선, 21대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21대 총선에서 당 총선공천제도 기획단 간사, 20대 대선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역임하는 등 특정 계파로 분류되지 않는 '전략통'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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