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인 '한일·한중관계' 개선한다는데…실질적 해법은 '깜깜이'
입력: 2022.07.22 00:00 / 수정: 2022.07.22 00:00

외교부 첫 업무보고…尹 "경제외교 가장 중요"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첫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첫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박진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첫 업무보고를 받았다. '북한 비핵화', '경제안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한반도 역내 및 글로벌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진행된 외교부 업무보고는 통상적인 부처 업무보고 소요시간인 1시간 30분을 훌쩍 넘긴 2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박 장관은 "밀도 있는 토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난국을 헤쳐갈 실질적 논의가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6시 30분께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통령 업무보고를 마치고 진행한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의 국정 비전과 외교 분야 국정과제에 맞춰 주요 국가들과의 관계 발전 추진 전략을 중점적으로 보고드렸다"고 말했다. 당면한 현안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핵심과제를 성공적으로 이행해 나가기 위한 하반기 정상외교 일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는 게 박 장관의 설명이다.

◆박진 "한일, 정상급 셔틀 외교 복원 목표…'위안부' 합의 존중"

박 장관은 먼저 주요국과의 관계 발전 추진 전략에 대해 "현재 한미 양국은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토대로 안보, 경제, 과학기술 등 전반에 걸쳐서 고위급 전략 소통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동맹 70주년인 내년을 맞이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서 도약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0여 년 이상 단절된 한일관계와 관련해선 "정상급 셔틀 외교의 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한일 양국 간 당면 현안을 합리적으로 조속히 해결하면서 동시에 상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과 관련해 세부적으로 진전된 내용과 한일관계 경색의 최대 쟁점인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실질적 해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를 방문,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박진 외교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를 방문,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박 장관은 "한일관계와 관련해 대통령이 따로 당부하거나 지시한 사항이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통령은 한일관계 개선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고, 한국과 일본이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신뢰 관계를 앞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그런 시각을 가지고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합리적인 해결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그 안에 강제징용,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해결책도 포함돼 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한일 간의 주요 현안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현안에 대해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합리적인 해결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번에 (제가) 일본을 방문해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고, 또 일본이 여기에 대해서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한 박 장관은 "오늘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위안부' 합의 무효를 주장했는데, 우리 정부의 입장이 궁금하다"는 질문엔 "'위안부' 2015년 합의에는 양국 정부 간의 공식 합의로서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합의의 정신이다.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합의의 정신이기 때문에 그런 합의의 정신에 따라 이 문제를 앞으로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한일 정부가 체결한 2015년 합의 당시 당사자인 피해자들이 배제됐고, 지금도 합의 무효를 주장하는 피해자가 있는 상황에서 "합의는 존중되어야 한다"는 박 장관의 입장으로 꼬이고 꼬인 '위안부' 문제가 풀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문제를 앞으로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도 뒤집어 보면 지금은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박 장관은 싸늘한 한중관계와 관련해선 "보편적 가치와 규범에 입각한 양국 관계의 상생 발전을 추구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 한중 외교장관회담 등 고위급 전략 소통을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금년 수교 30주년을 맞아 국민들께서도 체감하실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도 거양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최근 우리나라가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Fab4(미국·한국·대만·일본 반도체 공급망 협력 구상) 등과 같은 새 경제질서 규범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국제적 논의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중국을 배제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적으로 해당 협의체에 중국이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강인선 대변인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강인선 대변인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공급망 변화에 따라서 한국이 IPEF 들어가고 Fab4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이건 어떤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한국이 나름대로 국익을 확대해 나가는 과정에서 검토해야 될 그러한 사안"이라며 "윤 대통령은 중국이 오해하지 않도록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사전에 설명을 잘하고 또 그런 부분이 있으면 그것을 풀어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외교를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미 중국은 한국의 해당 협의체 가입을 중국 대신 '미국 의존도'를 높이려는 것으로 판단하고 비판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어떤 '설명'으로 중국의 인식을 바꿀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는 상황이다.

◆尹 "IPEF 가입·Fab4 논의, 중국 오해 않도록 설명 잘하라"

박 장관은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선 "현재 북한은 국제사회와의 대화를 거부한 채 도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일관되고 확고한 원칙에 기초해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면서 도발 시에 강력한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단순한 이벤트성 정치 행사가 아닌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와 남북관계의 정상적이고 근본적인 발전을 이끌어내기 위한 로드맵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관계부처와 함께 담대한 계획을 수립해 실행해 옮겨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취해온 대북 정책 방향인데, 북한은 두 달이 넘도록 대화는 거부하고 잇달아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우리나라를 도발하고 있다.

아울러 박 장관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리 경제의 회복을 위한 방산·원전 수출을 지원하는 경제외교',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외교 총력전 전개' 등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를 통해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실현'이라는 핵심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박 장관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보편적 규범과 가치에 기반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국제연대와 협력을 주도하는 적극적인 외교가 필요하다"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주요 4국 외교를 추진하고, 아시아·중동·유럽·아프리카·중남미 등에서 글로벌 외교로 지평을 확대해서 국익을 극대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경제외교가 가장 중요하다"며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면 대통령은 어디든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우리 경제를 위해서라면 대통령이 어디든지 찾아가겠다'라는 말이었다"라며 "앞으로 양자 정상회담, 지역별 방문을 할 때 외교부에서 이런 일정을 짜고 전략을 수립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지침이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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