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나-친척-지인 "채용 문제없다"는데…尹 지지율 '뚝뚝'
입력: 2022.07.19 00:00 / 수정: 2022.07.19 00:00

尹 '침묵', 대통령실 "사적채용 논란은 프레임" 해명 속 떠나는 민심

대통령실 사적채용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관련한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날 도어스테핑은 취임 후 가장 짧은 34초 만에 끝났으며, 질문 한 개에 대해서만 답했다. /뉴시스
대통령실 사적채용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관련한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날 도어스테핑은 취임 후 가장 짧은 34초 만에 끝났으며, 질문 한 개에 대해서만 답했다. /뉴시스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대통령실 '사적채용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침묵'을 택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사적채용은 프레임 씌우기"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내가 추천했다"며 방어막을 쳤지만, 해명 과정에서 '외압'을 행세한 것을 스스로 언급하면서 새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러는 사이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하락세를 이어가며 30%대 초반까지 주저앉았다. 취임 석 달째에 접어든 윤 대통령 주변 풍경이다.

◆반복되는 사적채용 논란…논란 키우는 與 원내대표

국가 최고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에 윤 대통령 내외와 사적 인연이 있는 인사 채용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달 중순 김건희 여사가 대표를 역임한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 출신 2명이 대통령실 직원으로 들어간 사실이 드러난 게 시발점이다. 이후 윤 대통령의 외가 6촌 최모 씨, 40년 지기 아들 황모 씨가 대통령실에 채용된 사실이 또 드러났다. 또한 윤 대통령 부부와 오랜 인연이 있는 이원모 인사비서관의 부인 신모 씨가 '민간인'임에도 '스페인 순방' 행사 기획에 참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여기에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 앞에서 '고성·욕설 시위'로 물의를 빚은 극우 유튜버 안정권 씨의 친누나 안모 씨도 대통령실에 근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안 씨는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 합류하기 이전 안정권 씨와 함께 유튜브를 진행하고, 5·18 민주화운동 폄하 행보에도 동참했다.

지난 15일에는 윤 대통령의 또 다른 40년 지기 아들인 우모 씨도 대통령실에 근무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이런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대통령실은 능력을 고려한 인사로 "문제없다"는 해명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채용을 누가 주도했는지, 어떤 능력을 가진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심지어 안 씨의 대통령실 근무와 관련해선 "누나와 동생을 엮어 채용을 문제 삼는 것은 연좌제나 다름 없다"며 "안 씨는 지난해 11월 초부터 대선 캠프에 참여해 영상편집 등의 일을 했고, 이 능력을 인정받아 대통령실에 임용됐다"고 채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이선화 기자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이선화 기자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실과 외교부 등에 대통령 순방 행사를 기획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넘쳐나는데도, 윤 대통령 내외와 사적 인연이 깊은 민간인이 행사 기획에 참여하고, '관용 여권'을 발급받아 스페인 순방에 동행하고, 대통령전용기로 귀국까지 함께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인식과 거리가 먼 극우 인사의 대통령실 채용을 두고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추천한 인사를 찾아내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외에 윤 대통령 친척, 사적 인연이 있는 지인 아들 채용을 두고도 그들이 가진 경험과 능력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사적 인연이 채용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또한 우 씨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에 1000만 원의 후원금을 냈고, 순방에 동행한 신 씨와 그의 어머니 전모 씨도 각각 1000만 원씩 후원금을 낸 사실이 드러나 일각에선 "매관매직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이 가운데 대통령실과 보조를 맞춰 사적채용 논란을 잠재우려던 권 원내대표는 15일 "내가 추천했다"며 "나중에 (인수위원회 비서실장을 맡았던) 장제원 의원한테 물어봤더니 대통령실에 안 넣었다 그래서 좀 뭐라고 그랬다. (9급으로 우 씨가 채용된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래도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더니 9급에 넣었더라.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아서 내가 미안하더라"라고 채용 과정에 외압을 행사한 사실을 본인이 직접 언급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권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개최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반복된 윤 대통령의 인사 논란에 대해 "우리도 공정과 상식에 부합한 인사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전문성, 능력, 도덕성을 갖춘 분들을 여러 경로를 통해 찾고 나름대로 검증을 통해 추천하고 있다"며 "일부 국민 눈높이에 미흡한 부분은 있다. 더 노력해 시정하겠다"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지난 17일 원내대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당시. /국회사진취재단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지난 17일 원내대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당시. /국회사진취재단

같은 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 씨 채용과 관련해 "이 사안의 핵심은 아무런 업무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이른바 사적 인연에 따라서 대통령실에 채용됐는지 여부가 아니겠나"라며 "우 씨는 선거운동 초반부터 참여해서 업무 능력을 충실히 검증 및 인정을 받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발됐다"고 재차 강조했다.

나아가 이 관계자는 "대통령비서실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절차를 걸쳐 임용되는데,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 채용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며 "왜 이렇게 이른바 사적채용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기자들이) 말하는지 동의하기 어렵다. 이는 대통령비서실의 특성을 간과한 부당한 정치 공세, 이른바 '프레임 씌우기'"라고 반박했다.

다음 날(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윤 대통령은 "잇단 채용 논란에 윤석열 정부 공정이 무너졌다고, (야당에서) 국정조사 요구 목소리까지 있는데 인사 전반을 짚어볼 계획이 있는지"라고 묻자 "다른 말씀 또 없으세요"라며 답하지 않고 집무실로 올라갔다.

이날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은 취임 후 가장 짧은 34초 만에 끝났으며, 1개의 질문에만 답하고 자리를 뜬 것도 처음이었다. 이를 두고 민감한 현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약식 회견 발언이 논란을 키우는 일이 되풀이되자, 대통령실이 적극적인 메시지 관리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60% 넘은 尹 부정 평가, 긍정 평가 '두 배' 육박

사적채용 논란이 지속된 사이 윤 대통령 지지율은 급락세를 이어갔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15~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 18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32%, 부정 평가는 63.7%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관 조사에서 6주 연속 긍정 평가는 내려가고, 부정 평가는 상승한 것이다. 취임 초 대통령의 국정운영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의 두 배가량 나타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리얼미터가 11~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9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 이날 발표한 결과에서도 윤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33.4%, 부정 평가는 63.3%를 기록했다. 리얼미터 조사에선 긍정 평가가 4주 연속 하락했고, 부정 평가는 6주 연속 상승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P,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와 관련한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KSOI, 리얼미터 제공
/KSOI, 리얼미터 제공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 사적채용 논란에 대한 국정조사까지 예고하고 나섰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인사시스템이 국민적 평가에 올라왔다"며 "인사 참사로 불렸던 장관 인사, 사적채용으로 불리는 대통령실 인사 그리고 대통령전용기에 민간인을 태웠던 비선 논란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윤 대통령의 인사시스템은 참담할 정도다. 누구에 의해서 이러한 인사가 진행됐는지, 누가 이런 사람들을 추천해서 이런 참사에 이르게 했는지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 위원장은 이어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린 인사시스템을 개선하지 않고는 대한민국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며 "아무 문제 없다고 강변하는 태도는 더 심각하다.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한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서난이 민주당 비대위원은 "사적으로 가까운 사람의 자녀가 선거 등을 계기로 공적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우리는 '부모 찬스' 또는 '청탁'으로 부른다"며 "분노한 국민과 청년이 묻는 것은 9급 요원의 능력과 검증 절차가 아니다. 그 청년의 아버지가 윤 대통령이나 권 원내대표와 관계가 없었다면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고 대통령실에 들어갈 수 있었겠는가를 묻는 것이다. 이렇게 소개를 하고 추천을 하고 더 나아가 압력을 행사해 관철하는 것이 곧 특혜를 주고 특권을 행사하는 것임을 왜 인정하지 않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서 위원은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많은 청년이 무보수로 밤낮없이 일한다. 봉사와 노력,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채용된 청년이라면 왜 권 원내대표는 전화해서 자리를 확인하고 압력을 넣은 것인가"라며 "'7급에 넣을 줄 알았는데 9급에 넣었더라',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 자리라 미안하다'는 발언은 실력을 검증해 채용한 것으로 판단할 수 없는 발언이다. 이러한 부모 찬스를 너무 당당하게 이야기하니 더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이날(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두 번도 아니고 이런 일이 계속 터진다. 이제는 대통령실이 인적 구성과 임명을 어떻게 했는지 전수조사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대통령실 비서관과 행정관도 전체가 (새 정부 출범 후 두 달이 넘었는데도) 지금 공개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에 몇백 명이 근무하는지 모르겠지만, 내부적으로라도 전수조사를 해서 과연 문제가 될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논란이 될 만한 인물이 있는지 없는지 지금 체크해서 대책을 마련해야 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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