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尹 비판' 박민영 "이준석 징계는 청년 정치의 퇴보"
입력: 2022.07.18 00:00 / 수정: 2022.07.18 00:00

"청년 정치인 활동 가능한 구조 만들어져야"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4월 이준석 대표가 띄운 나는 국대다 시즌2 우승을 거머쥐며 당 대변인이 됐다. 그는 여당 대변인임에도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 당의 혼란 상황에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자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더팩트>는 지난 12일 박 대변인과 만나 청년 정치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선화 기자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4월 이준석 대표가 띄운 '나는 국대다 시즌2' 우승을 거머쥐며 '당 대변인'이 됐다. 그는 여당 대변인임에도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 당의 혼란 상황에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자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더팩트>는 지난 12일 박 대변인과 만나 '청년 정치'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나이가 어리다고 모두 '청년 정치인'은 아닙니다. 정당한 능력과 실력으로, 주관과 판단으로 국민들께 당당히 얘기하겠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추진했던 '나는 국대다 시즌2' 우승자,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의 발언이다. 그는 1993년생으로 보수 정당의 '청년 정치'를 이끄는 대표 주자다.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과 언행을 지적해 정치권의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박 대변인은 '왜 저격수를 자처하느냐'는 질문에 "정당과 정부는 긴장 관계에 있어야 하고 무조건 편들어선 안 된다"라며 소신을 밝혔다.

박 대변인이 정치권에 입문한 지 어느덧 6년째가 됐다. 지난 2017년 바른정당이 주최한 <제1회 바른토론배틀>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청년 대변인 활동을 한 것이 시작이다. 이후,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한 원희룡 전 제주지사 원팀캠프의 대변인을 지냈고, 선거대책위원회 정책총괄본부와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 청년보좌역을 지내며 당내 인지도를 차곡차곡 쌓아왔다. 뿐만 아니라 총 12번의 전국단위 토론대회에서 우승해 '토론의 달인'으로도 불린다.

이 때문일까. 박 대변인은 '청년이란 이유로 논평을 작성하거나 활동할 때 주변의 눈치가 보이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대선 캠프에서부터 당내 의원들과 신뢰를 쌓아왔다"라며 "저를 많이 믿어주시는 편"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박 대변인은 최근 이 대표의 윤리위원회 징계를 두고 벌어진 당권 경쟁에 대해서도 "자중해야 한다"라며 쓴소리를 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 대표를 압박하며 '자진 사퇴하라'는 지금의 상황은 결코 최선의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박 대변인은 2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우려하며 "국민들이 던지는 비판의 목소리를 새겨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청년 정치인'으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2030 세대의 목소리가 현장에 닿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들을 대표해서 앞으로도 계속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문제의식에서 멈추지 않고 해결하기 위해 담론을 만들고 공론화를 하겠다는 각오다. <더팩트>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박 대변인과 만나 '청년 정치'와 '국민의힘 내홍'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박 대변인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2017년 바른정당이 주최한 토론대회를 시작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정치에 꿈이 있었나.

당시에는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다. '상금'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바른정당 청년 대변인 때도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고 '내가 굳이 정치권에 있어야 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후 이준석 대표의 2030세대를 겨냥한 담론을 시작으로, 지난 대선 당시 원팀캠프에서 일을 하며 이전에 갖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깨닫게 됐다. 젊은 세대가 많은 변화를 추구하고 있음에도, 정치권에선 이들의 목소리가 소외되고 닿지 않았다. 이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문제의식'으로 자리잡았고, 그들을 대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청년'이자 '신입' 정치인이다. 논평을 작성하거나 활동할 때 부담감은 없나.

바른정당 당시에는 부담감이 커 6개월 동안 논평을 10개 정도밖에 쓰지 않았다. 그때는 확고한 신념이 없었고, 당의 입장을 고려하는 등 환경적 요인으로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지난해 두 권의 책을 집필하면서 나의 세계관을 확실히 정리할 수 있었고 그때부터 자신감이 생겼다.

이 가운데 국민의힘이 지향하는 방향과 내 세계관 안에 충돌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자유·안보뿐 아니라 민주당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것이 그렇다. 무엇보다 선대위 청년 보좌역과 각종 토론배틀을 거치며 신뢰를 쌓아온 탓에 아직까지 크게 뭐라 하시는 분들은 없다.(웃음)

-'나는 국대다 시즌2' 우승으로 국민의힘 대변인이 됐다. 어떤 다짐으로 출연했나.

언제나 모든 대회에 우승할 생각으로 참여한다.(웃음) '나국대'도 마찬가지다. 실력을 한 번 더 증명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을 향한 진정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당시 대선 직후였기 때문에 여러 곳에서 많은 제의가 들어왔었다. 그런데도 대변인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행정적인 일을 하는 것 보다 정치적 입지를 다지고 인지도를 쌓는 것이 '나'와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청년 정치인'으로서 지금의 보수 정당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최근 혼란스러운 당의 상황을 바라보면서 심경이 복잡하다. 지금의 보수 정당은 많이 경직돼있고, 비겁하기 때문이다. 당을 위해 헌신한 젊은 당 대표를 토사구팽하는 상황은 당의 변화를 바랐던 청년 당원뿐 아니라 기성 당원들에게도 큰 실망을 안겼을 것이다.

그래도,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나은 대안이라는 점은 확신한다. 지금까지 체감에 와닿는 정책은 보수정당에서 만들었다. 반값 등록금, 실업급여, 의료 건강보험, 기초보험 등등. 많은 당원들이 정당에 실망했지만 이 당의 가치를 안고 가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의지와 담론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나의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박 대변인은 이날 인터뷰 도중 당과 정부를 위해 쓴소리는 필요하고 어느 시점에선 앞으로도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갈등과 분란을 만들기 보다는 당내에서 자정작용이 있다는걸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이다./이선화 기자
박 대변인은 이날 인터뷰 도중 "당과 정부를 위해 쓴소리는 필요하고 어느 시점에선 앞으로도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갈등과 분란을 만들기 보다는 당내에서 자정작용이 있다는걸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이다./이선화 기자

-'국민의힘 저격수', '이준석 키즈' 등 다양한 호칭이 따라붙고 있다. 왜 자처하는가.

대변인이라는 직함이 '모래주머니'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못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의 비판이 안으로 향해 더 개선될 수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우리 당에 자정작용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다.

내부 비판을 문제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당에 대한 비판이 국민과 정부, 당을 향한 것이라면 앞으로도 기꺼이 할 생각이다. 얼마든지 자성의 목소리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권을 위해 다투거나 분란을 만드는 상황은 피하려고 한다.

-이준석 대표를 중심으로 당내 갈등이 심각하다.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딱 두 가지 얘기하고 싶다. 먼저, 이 대표에게 '선당후사 하라'며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분들이 있다. 정작 본인들은 당 대표 나가겠다며 이익을 탐하고 있는데, 왜 남한테만 선당후사 하라는 것인가. 이것 자체가 굉장히 앞뒤가 안 맞는 모순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내부적으로 이 대표 처분을 두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분들이 많다. 자진 사퇴 촉구는 뒤로하고 수사에 대해서도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이미 예단한다. 이런 것들은 원리 원칙을 완전히 깨는 행위다. 이렇게 불신이 쌓인다면 그 누구도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가 없다. 당내 의원들은 최대한 말을 아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으로선 당과 이 대표 모두 최선의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자중해줘야 할 때인 것 같다.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위기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과거 민주당이 민심을 잃어버린 순간을 보는 것 같다. 당시 민주당은 자성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지 않았고 정권교체로 심판당했다. 민주당을 답습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더 많은 쓴소리를 들어야 한다. 끝없이 사과해야 하고 쓴소리하는 사람들을 더 데려와야 한다.

최근 다행스러운 점은 민생경제·대통령실 논란과 관련, 당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것들을 하나의 피드백으로 받아들여 서서히 변화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청년 정치인으로서 느끼는 지금의 정치 환경은 어떠한가. 앞으로 더 많은 청년 정치인들이 등장하기 위해선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기성 정치 문화를 바꿔야 한다. 임명 중심의 청년 정치는 이제 그만하고, 능력을 통해 선발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새롭고 좋은 정치인들이 유입될 수 있는 구조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까지의 청년 정치인들은 '청년'들의 담론을 이끌기보다 임명권자의 눈치를 더 많이 봤다. 그래서 나이만 젊은 '청년 정치인'이 탄생했고, 정작 청년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나국대' 프로그램처럼 선발의 과정을 통해 개인의 능력과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특정 개인에게 모든 담론을 기대하는 과부하적인 체제를 바꿔야 한다. '이 대표'는 지난 1년 동안 홀로 싸워왔고, 그러다 보니 고립됐다. 특정 인물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보다 조직과 담론에서 가치를 논의하고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이 나와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 대표의 징계는 '청년 정치'의 퇴보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가.

누구도 대변해주지 않고, 누구도 관심 가져 주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목소리를 내고 싶다. 소위 비주류라고 불리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 예를 들어 플랫폼 노동자, 취업 준비생 등. 이들의 문제를 공론화하는 자리에 머무르려 한다. 문제의식에 갇혀있지 않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가치를 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 박민영 대변인은 누구? 1993년생으로 만 29세다.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바른정당 청년 대변인,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 경선 후보 원팀캠프 대변인, 살리는 선거대책위원회 정책총괄본부 청년보좌역,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 청년 보좌역을 지냈다. 각종 토론대회에서 12회 우승했다. '20대 남자 그들이 몰려온다', 'MZ세대라는 거짓말'을 집필하며 저자로도 활동 중이다.

zustj913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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