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서러운' 박지현, '길바닥 출마 선언' 이유는?
입력: 2022.07.16 00:00 / 수정: 2022.07.16 00:00

尹 지지율 급락에도 마냥 웃지 못 하는 민주당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15일 오전 30도를 웃도는 더위에 국회 앞 길거리에서 진행된 당 대표 출마 선언 중 땀을 흘리고 있다. /남윤호 기자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15일 오전 30도를 웃도는 더위에 국회 앞 길거리에서 진행된 당 대표 출마 선언 중 땀을 흘리고 있다. /남윤호 기자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민주당 의원 169명 중 '박지현 출마' 지원군 한 명도 없었다

-'출마 자격 예외 인정'을 할 수 없다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결정에도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 15일 당 대표 경선 공식 출마를 선언했어. 그런데 선언하는 장소가 두 번이나 바뀌었다고?

-박 전 위원장은 당초 출마 기자회견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실에서 할 예정이었어. 그런데 국회 규정상 소통관 대관은 '현직 국회의원'이 예약해야 하고, 회견 시간에 예약자가 동석해야 해. 박 전 위원장은 대관을 위해 다수의 의원을 찾았어.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의 출마를 반대하거나, 일정상의 이유로 소통관 동석이 힘들다면서 박 전 위원장의 부탁을 거절했다고 해.

-그래서 박 전 위원장은 전날 늦은 저녁 공지를 통해 '국회 본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밝혔어. 시간은 오전 9시 30분. 이 시간이면 통상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가 진행되는데,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의 일정에 맞춰 박 전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연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어. 박 전 위원장 측은 15일 낮 12시에 비가 온다는 예고가 있어 이른 시간에 진행하게 됐다고 이유를 밝히긴 했지만(웃음).

-그런데 분수대에서도 기자회견을 못 했다고?

-회견 당일 오전 9시 정각에 분수대에 도착했더니, 현장에서 대기 중이던 카메라들이 돌연 자리를 뜨더라고. 왜 그런가 했는데, 곧 박 전 위원장이 장소가 바뀌었다며 재공지를 올렸어. "국회 안에서는 의원을 대동하지 않으면 어디서든 회견이 불가하다고 한다. 부득이하게 국회 정문 앞에서 진행하려고 한다"는 내용이었어.

-그래서 국회를 등지고 국회 정문 앞 보도블록 위에서 기자회견을 한 거구나. 색다르긴 한데…

-오전부터 30도를 웃도는 더위에 취재진도 대기하면서 땀을 뻘뻘 흘렸지. 회견을 마치고 화장실에 가서 보니 그새 얼굴이 좀 탄 것 같기도 했어. 박 전 위원장도 출마 선언을 위해 넥타이에 재킷까지 입고 왔는데, 더운지 연설하는 도중에 땀을 흘리더라고.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전 출마 선언을 도와줄 민주당 국회의원을 찾지 못해 국회 입구 앞에서 당 대표 경선 출마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전 출마 선언을 도와줄 민주당 국회의원을 찾지 못해 국회 입구 앞에서 당 대표 경선 출마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당내 의원 지원군이 한 명도 없어서 좀 서러워 보이기도 하네.

-아무래도 당 지도부가 원칙상 출마를 인정할 수 없다고 단언한 상황이라 그런 것 같아.

-박 전 위원장은 9시 30분에 짙은 남색 정장 차림에 흰 셔츠에 짙은 남색 넥타이를 매고 까만 구두를 신은 차림으로 나타났어. 대중교통을 타고 왔는지 횡단보도에서 건너오더라고. 왼손에는 출마 선언문이 저장된 태블릿 PC를 들고 있었지.

-박 전 위원장이 출마 선언에서 쇄신 공약 외에 당내 현안에 대해서 뭐라고 했는지도 궁금한데?

-박 전 위원장은 요즘 페이스북에서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이재명 의원을 향해서는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차기 대선에서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오면 당도 이재명 의원도 상처 입는다"고 말했어.

-지금으로서는 후보자 등록 기간인 17~18일에 박 전 위원장이 접수한다고 한들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인데.

-박 전 위원장은 '후보 등록을 하더라도 반려되지 않겠는가'라는 질문에 "반려할 명분이 충분하지 않다. (등록이) 받아들여지겠다고 생각한다"면서 "후보 등록이 좌절된다면 앞으로 청년 정치를 위해 무엇을 할지 청년들과 함께 논의하겠다"고 말했어. 일각에서 그에게 제안한 '신당 창당'에 대해선 "앞으로도 민주당에서 계속 정치를 하고 싶다"며 거절한 상태라고 말했어.

-어찌 됐든 박 전 위원장은 후보 등록까지는 강행하겠다는 입장이고, 당 대표 출마가 좌초되더라도 민주당에 적을 두고 정치 행보는 계속할 것 같네.

-현재로선 그래 보여. 박 전 위원장은 14일에 텔레그램에 기자들과의 소통을 위한 공보방도 새로 개설했어. 그간 박 전 위원장은 언론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행보 때문에 기자들이 취재할 길이 없어 답답함을 표했었는데, 이를 의식한 듯해.

-박 전 위원장의 출마 선언 이후 의원들의 반응은 어때?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국회 입구 앞에서 당 대표 경선 출마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국회 입구 앞에서 당 대표 경선 출마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 좋지. 이원욱 의원은 회견 직후 '이재명 의원과 박 전 위원장의 갈등이 민망하다'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을 올렸어. 그는 "제게 여러 기자가 박 전 위원장이 당 대표 출마 선언을 위해 소통관 예약을 부탁해왔는지, 예약해주었는지를 물었다"며 "저는 박 전 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를 반대한다. 다만 자격 문제는 비대위 안건으로 올려 의결하는 과정을 밟는 게 전 위원장에 대한 도리였다고 생각한다. 그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적하는 것이지 박 전 위원장의 출마를 환영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어.

-이원욱 의원은 이어 "박 전 위원장은 송영길·이재명 후보 공천 과정에서 잘못된 선택을 했고 혁신안 방향은 좋았으나 시기를 잘못 선택하는 등 몇몇 오류는 지선 패배의 주요 이유 중 하나"였다며 "박 전 위원장이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말아야 할 이유"라고 말했어. 이 모든 문제를 풀 사람이 이재명 의원이라고도 지적했지.

-김민석 의원도 "박 전 위원장은 정치를 잘못 배웠다. 우기면 된다는 오만의 보여주기 쇼"라며 "자기 입장만 내세워 상식을 무시하는 억지가 무슨 청년 정치고 혁신이냐. 청년 정치의 모범도 아니다"라며 맹렬하게 비판했어.

-출마 선언에서 박 전 위원장은 "청춘은 빗물 위에서도 탁탁 튀어 오르는 불꽃과 같다. 누군가에겐 매우 불편할 수 있는 낯선 도전을 계속하는 이유"라고 당 대표 강행 이유를 밝혔어. 후보자 등록일이 박 전 위원장 행보에 있어 다시 한번 분수령이 될 것 같은데, 그 불꽃이 어디로 타오를지, 아니면 사그라질지 앞으로도 관심은 계속될 것 같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당 대표 경선 출마가 힘을 얻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의총에 참석한 이 의원.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당 대표 경선 출마가 힘을 얻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의총에 참석한 이 의원. /국회사진취재단

◆野 '혁신 동력 상실' 우려…조응천 "국민의힘 의원들 제발 좀 잘해라"

-민주당이 '소속 국회의원 일동' 명의로 윤석열 정부 규탄 성명서를 내고 항의했어. 윤석열 대통령 취임 두 달 만인데 허니문이 정말 빨리 끝난 느낌이야.

-허니문이 있었나 싶기도 하지만(웃음), 야당의 비판 수위가 높아지고 있기는 해. 민주당은 11일 의원총회에서 성명서를 발표했는데, 지난 대선 과정에서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적폐청산 수사' 발언에 반발하면서 성명서를 낸 이후에 처음이야. '문재인 정부 겨냥' 수사에 특히 민감한 것 같아.

-정권이 바뀐 이후에도 여당 티를 벗지 못하고 야성이 안 보인다는 느낌이었는데, 이날은 각성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인 거야. 다만 아직까진 '야당 민주당'이 어색한 모습이야. 의총에서 당내 위원회의 활동 보고를 받기 전에 규탄 구호를 연습하기도 했어. 사회를 맡은 박영순 의원은 "원래 구호 제창은 규탄 성명서 발표 직전에 하는 건데 연습 좀 해보고 하겠다"면서 "야당이 되니까 이거 괜찮네요. 이거 할 만하네요"라고 하더라고(웃음). 보고가 끝나고 실전에서 '윤석열 정부 민생 외면 규탄한다', '윤석열 정부 권력 사유화 중단하라' 구호를 외쳤는데 일부 의원들은 피켓을 거꾸로 들거나, 앞뒤를 바꿔 들거나 하면서 약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어.

-민주당은 규탄 성명서뿐만 아니라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등을 재조사하려는 윤석열 정부 움직임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이야. 아무래도 '169석 의석'이라는 큰 덩치를 가졌으니 그렇겠지?

민주당은 11일 의원 전원 명의의 윤석열 정부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국회사진취재단
민주당은 11일 의원 전원 명의의 '윤석열 정부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국회사진취재단

-그렇기도 하고 최근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급락도 배경인 것으로 보여. 지난 의총뿐 아니라 민주당은 각종 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30%대 지지율을 언급하면서 "레임덕 수준"이라고 저격하고 있어. 민주당 입장에선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내부에선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마냥 웃지 못하는 모습이야. 윤석열 정부가 너무 못하니까 민주당 내 쇄신과 혁신 동력이 떨어진다는 거야. 조응천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에 나와서 "여당이 지리멸렬하고 있고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도 떨어지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쇄신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한가한 얘기 비슷하게 돼 버렸다"며 "상당히 안타깝다. 배 위에 구멍이 났는데 일등석 주인만 바뀌는 꼴"이라고 했어. 그는 또 "우리가 당을 쇄신하자고 하면 왜 여당을 비판하고 대통령 실정을 비난해야지 자꾸 내부 총질하느냐 이야기가 나온다"고 우려했어. 그래서 조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날 때 "제발 좀 잘해라. 미치겠다 부탁하자. 너희 때문에 우리가 힘들다"라고 호소하고 다닌대.

-야당 내 선명성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재명 의원의 당권 도전에 대한 비토 여론도 수그러들 것이란 전망도 나와. 이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줄곧 '침묵 모드'를 유지해왔는데, 오는 17일 출마 선언할 예정이야. 지난달만 해도 친문(친문재인)이나 86 세력의 강한 불출마 압박이 있었는데, 지금은 확실히 그런 분위기가 아니야. 인천 계양을 출마로 정치적 내상을 입은 이 의원이 대통령과 여당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아(웃음).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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