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출마 선언 박지현 "李, 여전히 쉬는 게 좋다고 생각"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를 등지고 오는 8·28 전당대회에서 자신의 당 대표 출마 강행 의사를 밝혔다. /국회=송다영 기자 |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오전 국회를 등지고 오는 8·28 전당대회에서 자신의 당 대표 출마 강행 의사를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전날(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장소를 대관해 줄 의원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대관 의향이 있는 의원을 찾지 못했다. 그는 결국 오후 8시 "시간과 장소를 결정하는 데 좀 오래 걸렸다"며 "다음 날(15일) 오전 9시 30분 국회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공지했다.
국회 분수대 앞 기자회견도 무산됐다. 박 전 위원장은 기자회견 30분 전인 이날 오전 9시쯤 "방금 경호과에서 연락을 받았다. 국회 경내에서는 의원을 대동하지 않을 시 회견이 불가하다고 한다. 부득이하게 국회 정문 앞에서 진행하겠다"며 회견 장소를 재공지했다. 결국 '국회 밖'으로 밀려나 기자회견을 진행하게 됐다.
9시 30분 박 전 위원장은 짙은 남색 정장 차림에 흰 셔츠에 짙은 남색 넥타이를 매고 까만 구두를 신은 차림으로 나타났다. 왼손에는 출마 선언문이 저장된 태블릿 PC를 들고 있었다.
그는 "국회 안에서 (기자회견을) 할 수 없어서 이렇게 하게 됐다"며 "(마이크가 없어) 목소리가 안 들릴 것 같아 크게 말하겠다"며 출마 선언문을 읽어 내려갔다.
국회를 등지고 입구 앞 보도블록에 선 그는 "저 박지현이 한번 해 보겠다. 썩은 곳은 도려내고 구멍 난 곳은 메우겠다"며 "서민들의 한숨을 위로하고 따뜻한 용기를 불어넣는 그런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국회 앞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박 전 위원장이 걸어 들어오는 모습. /송다영 기자 |
이어 박 전 위원장은 "저는 오늘 민주당을 다양한 목소리를 더 잘 들을 줄 아는 열린 정당, 민생을 더 잘 챙기고, 닥쳐올 위기를 더 잘 해결할 유능한 정당으로 바꾸기 위해 당 대표 출마를 결심했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의 팬덤 정치를 지적하며 "민주당은 청년과 서민, 중산층의 고통에 귀를 닫으면서 세 번의 선거에서 연달아 지고 말았다"며 "그런데도 우리 민주당은 위선과 내로남불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당을 망친 강성 팬덤과 작별할 준비도 하지 않고 있다"라며 당의 쇄신을 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은 당 혁신 방안으로 "위선과 이별하고 '더 엄격한 민주당'을 만들겠다"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당원은 윤리위 징계뿐 아니라 형사 고발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몰락은 성범죄 때문으로, 성범죄는 무관용 원칙으로 신속하게 처리하는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조국(전 법무부 장관)을 넘지 않고서는 진정한 반성도 쇄신도 없다. 대표가 되면 조국의 강을 반드시 건너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비대위원장 당시 강조했던 '86세대 용퇴' 설득 등 젊은 민주당으로의 변화, 대통령 선거 및 지방선거 공약을 지키는 차원에서 '공약 입법 추진단'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30도에 육박하는 여름 날씨에 회견 도중 박 전 위원장은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기도 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국의 강을 건널 것인가'라는 질문에 "저 혼자 건넌다고 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내에서 많은 협의와 토론을 통해 이뤄나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 기자회견을 위한 소통관 섭외에 어려움을 겪은 것에 대해 박 전 위원장은 "제가 아예 거절을 당했다. 처음엔 수락을 하셨다가 배석해야 한다고 하니 부담을 느낀 분도 계셨고, 일정 상 같이 서 줄 수 없다고 하신 분도 계셨다"며 "공개적 지지는 어렵지만 마음 속으로는 지지하고 있다고 말씀해주신 의원도 계셨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15일 국회 정문앞에서 열린 당대표 출마선언 기자회견중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고 있다. /남윤호 기자 |
민주당 입당 계기가 됐던 이재명 의원과의 관계가 틀어진 결정적 계기에 관해 박 전 위원장은 "제가 대선 캠프에 들어왔을 때 이재명 당시 후보가 제게 약속한 건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으로 성폭력을 근절하겠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 발언 사건에 있어서 제 발언 막는 것을 보고, 그 때 했던 약속과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그렇다고 해도 아예 갈라섰기보다는 앞으로도 언제든지 (이 의원과)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의원과의 관계 회복 가능성을 열어뒀다.
당 대표 후보 등록이 좌초될 경우 향후 활동에 관해 그는 "후보 등록이 반려된 후에 생각해 보겠다면서"도 "지금 집필하는 책을 마무리하고 앞으로 청년 정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지는 더 많은 청년과 함께 논의하며 정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출마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야 차기 대선에서도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며 "(이 후보가) 나오면 우리 당도 이 후보도 모두 상처입게 될 거라고 보고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은 '왜 지금 당 대표로 출마하냐'는 질문에 "민주당은 지금 3연패를 했다. 하루라도 더 빨리 쇄신하고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해야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의 '창당 제안'에 관해 그는 "앞으로도 민주당에서 계속 정치를 하고 싶다"며 "창당 제안에 대해서는 거절한 상태"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