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구원투수'에서 '저격수'로…180도 바뀐 박지현
입력: 2022.07.14 00:00 / 수정: 2022.07.14 00:00

정치권 "최근 메시지, 정치적인 미성숙함 보여"

지난 1월 이재명 영입 인재로 민주당에 입당한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의원을 향해 거센 일침을 날리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이 이재명 구원투수였던 대선 때와 상반된 모습이다. / 박 전 위원장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 1월 '이재명 영입 인재'로 민주당에 입당한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의원을 향해 거센 일침을 날리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이 '이재명 구원투수'였던 대선 때와 상반된 모습이다. / 박 전 위원장 페이스북 갈무리.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제발 이재명을 뽑아달라. '이재명 안 뽑으면 나 죽어'라고 친구들에게 밤새 전화할 거다."(지난 3월 9일 박 전 비대위원장이 대선 마지막 홍대 유세에서 했던 말)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80도 변했다. 지난 1월,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영입 인재로 들어왔던 박 전 위원장은 약 6개월간 민주당에서 '정치 파도'를 탔다. 대선 이후 약 3개월 간은 비대위원장으로서 '쇄신'을 외치며 당을 떠들썩하게 했고, 지도부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차기 당대표에 도전하겠다며 또 민주당을 흔들고 있다. 다만 최근 산발적인 정치적 메시지들과 행보는 일관성이 부족해 민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2022년 1월 27일. 민주당 선대위는 '대학생 기자'이자 활동가 '추적단 불꽃'의 '불'로 활동한 박지현 씨를 여성위원회 부위원장 겸 디지털성폭력근절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일 때였다. 이 후보 측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등 민주당 인사들의 권력형 성범죄로 잃은 '2030 여성들의 표심'을 가져오기에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그때 등장한 것이 디지털 성착취 대화방인 'N번방'을 공론화한 박지현이었다.

대선 국면 당시 박 전 위원장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 /박 전 위원장 페이스북 갈무리
대선 국면 당시 박 전 위원장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 /박 전 위원장 페이스북 갈무리

박지현은 대선 유세를 함께하며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원스톱 지원 센터 전국 확대 설치' 같은 이 후보의 성범죄 근절 공약을 적극 홍보했다. 대선 유세 당시 화제가 됐던 것은 박지현이 '마스크를 벗었던 순간'이었다. 그는 '추적단 불꽃' 활동 당시 신변 보호를 위해 2년 넘게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익명으로 활동했다. 그랬던 그가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들의 '딥페이크(불법 영상물 합성)' 제작 위협 등을 무릅쓰고 얼굴을 공개하고 이 후보를 적극 지지하면서 2030 여성들의 표심에 적극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이 후보의 대선 마지막 유세에서는 한 청년이 이 후보에게 "젠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N번방' 최초 폭로자인) 박지현 활동가를 꼭 지켜달라"고 당부하기도 해 화제가 됐다.

대선 패배 이후엔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임시 당 대표'를 맡은 박 전 위원장은 민주당에 태풍을 몰고 왔다. 8월 전당대회 전까지의 임기를 맡은 비대위는 당의 쇄신과 지방선거 승리 두 가지를 목표로 레이스를 달렸다. 이 과정에서 박 전 위원장은 당내 '온정주의'를 타파하겠다고 첫 비대위 회의 때부터 밝혔다. 지난 5월엔 박 전 위원장이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 발언' 의혹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자, 이때부터 일부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박 위원장이 '내부 총질'만 한다는 비판 여론이 거센 물살을 탔다. 대선 이후 민주당에 신규 입당한 2030 여성들인 '개딸'들은 박 전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비대위원장 당시 박 위원장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 마스크를 벗고 미소를 짓고 있는 박 전 위원장의 사진. 부드러운 인상을 주는 베이지색 재킷을 입고 있다. / 박 전 위원장 페이스북 갈무리
비대위원장 당시 박 위원장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 마스크를 벗고 미소를 짓고 있는 박 전 위원장의 사진. 부드러운 인상을 주는 베이지색 재킷을 입고 있다. / 박 전 위원장 페이스북 갈무리

박 위원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같은달 24일 기자회견과 선대위 합동회의 등에서 △'586'(50대·80년대 학번·60년생) 용퇴론 △잘못된 팬덤 정치 결별 △대국민 사과문 채택 등 '쇄신론'을 내세우는 작심 행보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는 윤호중 공동 비대위원장과 정면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팬덤 정치와 결별해야 한다는 박 전 위원장의 발언은 이 의원 지지자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지선 패배 이후 지도부 총사퇴로 인해 모습을 감췄던 박 전 위원장은 최 의원의 성희롱 발언이 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당원 6개월 정지' 결정을 받았을 때 20일만에 'SNS 메시지'를 내며 다시 등장했다. 이후에도 박 전 위원장은 당내 팬덤 정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의원 사모임인 '처럼회' 해체, 당원들의 문자폭탄 등 폭력 행위 중단 등을 주장했다.

이후 박 전 위원장은 한 방송을 통해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혔으나 곧 '출마 자격' 시비가 붙었다. 당 비대위에서는 박 전 위원장이 민주당 당헌·당규상 피선거권을 가지려면 이달 1일 기준으로 6개월 이전에 입당해야 하는데, 지난 2월 14일 입당한 박 전 위원장은 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단서 조항을 들면서 비대위와 당무위 의결로 출마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예외를 인정할 불가피한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예외 자격 또한 인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출마 자격에 제동이 걸린 박 전 위원장의 시선은 자신이 당에 온 이유였던 이 의원에게로 향했다. 최근에는 '이재명 전담 저격수'라고 불릴 만큼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5일 그는 이 의원의 측근인 김남국 의원이 자신의 출마를 비판한 것을 들며 비대위의 거부 결정에 이 의원의 의중이 반영됐으리라고 본다고 했다. 이외에도 '저를 장식품으로 앉혀놓은 것인지 이 의원이 응답하라' '(이 의원의)계양을 출마는 (수사) 방탄용' 등의 날 선 비판 메시지를 연일 내는 박 전 위원장은 당내 여타 당 대표 후보군보다도 아프게 이 의원을 향해 일침을 가하는 중이다.

지난 12일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변경한 박 전 위원장. 얼굴에 웃음기가 없고 짙은색 남색 재킷을 입어 기존의 어린 여성 정치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전문성 있는 모습을 부각하려는 느낌을 풍긴다. /박 전 위원장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 12일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변경한 박 전 위원장. 얼굴에 웃음기가 없고 짙은색 남색 재킷을 입어 기존의 어린 여성 정치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전문성 있는 모습을 부각하려는 느낌을 풍긴다. /박 전 위원장 페이스북 갈무리

'강해진' 박 전 위원장의 메시지를 반영하듯, SNS 프로필 사진도 달라졌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12일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변경했는데, 기존의 부드러워 보이는 인상을 지운 듯한 사진의 분위기가 눈에 띄었다. 옅은색 재킷을 입고 웃음을 보였던 이전 프로필 사진과 달리, 변경된 사진에는 웃음기가 사라졌고 짙은 색 겉옷을 입어 강한 인상을 부각했다. 박 전 위원장 측은 바뀐 프로필 사진에 대해 "지난주에 (지인이) 찍어주겠다고 해서 겸사겸사해서 찍은 사진"이라고 밝혔다.

당의 만류에도 출마 의지를 강행하고 있는 박 전 위원장은 이번주 내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위원장의 거침 없는 행보가 오히려 자신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최근 박 전 위원장의 메시지를 보면) 좌충우돌식이다. 자신이 던지는 정치적 메시지가 비단 옳고 그름인 '팩트'의 문제를 넘어 메시지의 전달 대상과 효과 등을 판단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없어 보인다"며 "또 메시지의 방향이 정확하지 않고, 대부분을 당내 투쟁에 대해서만 문제지적을 하다보니 정치적인 미성숙함이 보여 사람들도 (박 전 위원장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평론가는 박 전 위원장이 이 의원을 비판하는 것을 두고도 "국민 중 절반 정도는 이 의원에게 비판적이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이다. 이재명을 비판해야 박 전 위원장이 뜨니까 그러는 것"이라며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의 메시지 방향이 이 의원의 당내 여성 문제를 보는 관점을 지적하는 게 아닌, 이 의원의 출마 반대 여론에 기대 비판하는 것"이라며 소구력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한 초선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을 두고 "자신을 당에 데려온 사람을 공격하는 걸 보면 '제대로 된 싸움꾼'이 하나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며 "말로만 하면 못할 게 뭐가 있겠나. 정치인의 메시지는 '실행력'이 담보돼야 하는데, 박 전 위원장의 경우 그런 실행력이 담보되지 못한 상태에서 메시지를 던지다 보니 반발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당에 쓴소리 하라는 역할로 박 전 위원장을 데려다 놓고 내보내놓고 지금처럼 다시는 오지 말라는 듯이 (당이) 내치는 것은 좀 아니라고 본다"고도 덧붙였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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