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당선 4개월 '비상식' 인사·해명 반복…'공정과 상식' 어디로?
입력: 2022.07.14 00:00 / 수정: 2022.07.14 00:00

'부인 회사 직원', '지인 아들', '외가 6촌'에 이어 '극우 유튜버'도 대통령실 근무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직후 공정과 정의, 공정과 상식, 통합의 정치를 강조했다. 이후 4개월이 지났다. 그런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30%대로 추락했다. 윤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조선일보가 주최한 아시안 리더십 컨퍼런스에 참석해 축사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직후 '공정과 정의', '공정과 상식', '통합의 정치'를 강조했다. 이후 4개월이 지났다. 그런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30%대로 추락했다. 윤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조선일보가 주최한 '아시안 리더십 컨퍼런스'에 참석해 축사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국민들께서는 26년간 '공정과 정의'를 위해 어떠한 권력에도 굴하지 않았던 저의 소신에 희망을 걸고 저를 이 자리에 세우셨습니다. 정의가 무엇인지 고민하기 전에 일상에서 정의를 느낄 수 있게 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라는 뜻입니다. 이 나라의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라는 개혁의 목소리이고 국민을 편 가르지 말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입니다. 저는 이러한 국민의 뜻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10일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된 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공정과 정의', '공정과 상식', '통합의 정치'는 검찰총장 출신 '정치 신인'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원동력이자, 본인이 국민께 한 약속이었다.

◆희망고문에 그친 공정과 상식의 시대

당선 후 4개월 이상 흐르는 동안 윤 대통령은 '공정', '정의', '상식', '통합'에 충실한 인사를 하고, 국정을 운영했을까. '이상한 인사'와 '이상한 해명'이 반복되면서,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2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고성·욕설 시위를 해 온 극우 유튜버 안정권 씨의 친누나 안모 씨(이하 안 씨)가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실에 근무하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당초 "안 씨는 지난해 11월 초부터 대선 캠프에 참여해 영상편집 등을 했고, 이 '능력을 인정받아' 대통령실에 임용된 것"이라며 "안 씨는 선거 캠프에 참여한 이후 안정권 씨 활동에 일체 관여한 사실이 없다. 누나와 동생을 엮어 채용을 문제 삼는 것은 '연좌제'나 다름없으며, 심각한 명예훼손"이라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후 안 씨가 윤 대통령 캠프에서 일하기 전 동생이 진행하는 극우 유튜브 채널에서 함께 일했고, 5.18 민주화운동을 폄하하고 왜곡하는 일에 동참하는 등 안정권 씨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려운 일을 해왔던 정황이 드러났다. 또한 안정권 씨는 나경원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초대받지 못했던 윤 대통령 취임식에 '특별초청' 받은 사실도 알려졌다.

대통령실 직원 채용과 관련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새 집무실로 사용되고 있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 /뉴시스
대통령실 직원 채용과 관련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새 집무실로 사용되고 있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 /뉴시스

관련한 보도가 쏟아지자, 안 씨는 부담을 느끼고 대통령실에 사표를 제출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 씨가 어떤 과정으로 대통령실에 채용됐는지, 어떤 능력을 보고 채용했는가'라는 질문에 "그분은 사진기자를 보조하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채용 과정에 대해선 확인해 드릴 만한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안 씨 채용에 대한 문제 제기를 '연좌제' 운운하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던 대통령실 측의 전날 반박대로라면 안 씨의 사표를 반려한다던가, 만류하는 절차가 있는 게 상식적이다. 그러나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그 자세한 과정과 관련해서 확인 드릴 만한 내용은 없다"고 침묵했다. 나아가 이 관계자는 "그분은 사진 전속의 담당 보조업무를 하던 분으로서 그분이 이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선 저희가 알지 못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이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을 대선 캠프에서 기용했는데, 능력이 있어서 대통령실에까지 채용을 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최고 보안시설인 대통령실을 출입하기 위해선 사전에 신원조회 등을 위해 가족사항뿐 아니라 본인의 경력도 상세히 기술해야 한다.

몇십 년 전 과거도 아니고 지난해 대선 캠프에 들어오기 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도 모르는 사람을 대통령실 직원으로 채용했다는 것은 '거짓말', 아니면 대통령실 직원을 과거 이력도 모르고 '깜깜이' 상태에서 채용했다는 고백과 다름없다. 어느 쪽이든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

지난 3월 10일 당시 윤석열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선인이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당선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지난 3월 10일 당시 윤석열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선인이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당선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이에 대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SNS를 통해 "안정권 씨는 세월호 참사를 폄하하고, 노회찬 의원의 불행한 죽음 앞에 잔치국수 먹방을 하고, 5.18 민주화운동을 폄하하고 왜곡했던 사람이다. 누나를 채용한 것을 비판하는 게 연좌제라고요"라며 "안정권의 콘텐츠를 조금이라도 찾아보면 누나 안 씨와 함께 출연하거나, 아예 방송을 진행한 적도 있는데 이 사람이 무관한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대통령실의 이러한 보수 유튜버 친족 채용은 5.18 폄훼 연장전"이라며 "'우리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광주시민'이라 부르짖었던 윤 대통령의 5.18 기념사가 기억난다. 이런 사람의 채용은 윤 대통령의 5.18 기념사는 선거를 앞두고 국민 앞에 부르짖었던 모든 것이 '가식과 위선'이었다는 뜻인가. 다시 윤 대통령에게 묻는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尹, 5.18 기념사 '가식·위선'이었나…욕설 시위 배후가 대통령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에서 "안 씨 사표로 일단락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 사안의 핵심은 욕설 시위 유튜버의 친누나가 대통령실에 근무하느냐가 아니라 이같은 욕설 시위의 배후에 대통령실이 있느냐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안정권 씨의 활동을 알고 있었는지, 알고 있었다면 어떠한 조처를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대변인은 또 "안 씨의 누나는 안정권 씨와 유튜브 활동을 함께 해왔던 만큼 대통령실이 채용 과정에서 안 씨의 욕설 시위를 모를 수 없었다"라며 "더욱이 안정권 씨는 윤 대통령의 취임식에 특별초청을 받아 참석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국민께서 납득할 수 있게 해명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에 앞서 김건희 여사가 사적으로 운영한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 출신 2명을 대통령실 직원으로 채용하고, 윤 대통령과 오랜 친구인 전기공사 업체 사장 황모 씨의 아들 황 씨도 대통령실에 근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윤 대통령의 외가 6촌인 최모 씨도 대통령실 부속실에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 내외와 가까운 지인, 친인척 채용 사실이 하나둘씩 드러날 때마다 대통령실은 "문제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심지어 검찰 내 윤석열 사단 출신인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부인 신모 씨가 윤 대통령 내외의 첫 순방에 동행한 것이 뒤늦게 드러났을 때도 대통령실 측은 "민간인 '기타 수행원' 신분으로 절차를 밟아 간 것"이라며 문제없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신 씨는 오랜 해외 체류 경험과 국제 행사 기획 역량을 바탕으로 이번 순방 기간 각종 행사 기획 등을 지원했다"라며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기 위해 별도의 보수를 받지 않았다"고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 내 윤석열 사단 출신인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부인 신모 씨가 윤석열 대통령 내외의 첫 순방에 동행한 것이 뒤늦게 드러났을 때 대통령실은 민간인 기타 수행원 신분으로 절차를 밟아 간 것이라며 문제없다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한 스페인 마드리드 현지 숙소 인근에서 산책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검찰 내 윤석열 사단 출신인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부인 신모 씨가 윤석열 대통령 내외의 첫 순방에 동행한 것이 뒤늦게 드러났을 때 대통령실은 "민간인 '기타 수행원' 신분으로 절차를 밟아 간 것"이라며 문제없다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한 스페인 마드리드 현지 숙소 인근에서 산책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이런 인사와 민간인 지인의 대통령 순방 동행이 상식적이지도 않고, 공정하지도 않다는 것은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알앤써치가 뉴스핌 의뢰로 9~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4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 13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2.5%(부정 평가 63.5%)로 집계됐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

전날(12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긍정 34.5%, 부정 60.8%), 리얼미터(긍정 37.0%, 부정 57.0%)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0%대에 머물렀다. 응답자들은 '인사 실패', '지인 순방 동행' 등을 부정 평가의 핵심 이유로 꼽았는데, 취임 두 달 만에 레임덕 때나 나타나는 수준의 지지율이 나타나는 것은 이례적이다(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지지율 추락에는 날로 가중되는 경제·민생 위기를 해소할 실질적인 해법을 윤석열 정부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경제와도 연동된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은 단기간에 마련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면 지지율 하락 방어를 위해선 최소한 국내 정치에라도 잡음이 없어야 하지만 지금처럼 비상식적 인사와 이상한 해명이 반복되는 상황에선 떠나는 민심을 되돌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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