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의 동상이몽…전당대회 시점 두고 '눈치 싸움'
입력: 2022.07.13 05:00 / 수정: 2022.07.13 05:00

차기 당대표 후보군 물밑서 분주한 행보…'이준석의 선택' 주목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당 대표 직함에 공백이 발상하자 차기 당권을 노리는 유력 주자들 사이에선 조기 전당대회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이선화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당 대표' 직함에 공백이 발상하자 차기 당권을 노리는 유력 주자들 사이에선 '조기 전당대회'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으면서 국민의힘 지도부에 균열이 발생했다. 일단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기로 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차기 대표를 꿈꾸는 이들은 '동상이몽'이다.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한 이 대표는 12일까지 당 윤리위원회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당초 재심청구,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직 특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결백'을 주장하는 이 대표의 향후 거취가 당내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중징계로 인해 이 대표의 리더십이 치명타를 입은 상황에서 '이준석 체제'는 6개월 뒤 징계가 끝나도 불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통해 권 원내대표의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추인했다. 차기 지도체제를 놓고 조기 전당대회, 비대위 전환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자 당내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차기 당 대표 후보군이 눈앞에 닥친 위기를 모면하고자 당장은 손을 잡았지만, 이 대표의 6개월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한 셈법은 각자 다르다.

그런 점에서 이 대표의 상태가 '궐위(어떤 직위나 관직 따위가 빔)'가 아닌 '사고'로 해석되는 지점은 중요하다. 전당대회 개최 여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공식 임기는 내년 6월까지로, 약 11개월 정도 남았다. 국민의힘 당헌 제26조에 따르면 궐위된 당 대표 잔여임기가 6개월 이상일 경우 궐위된 날로부터 60일 내 임시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반면 이 대표의 상태를 '사고'로 판단하면 징계 기한 이후 복귀 시 임기가 5개월 남게 돼 전당대회를 개최할 수 없다.

차기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보이는 권성동 원내대표에겐 이 대표의 징계가 사고로 해석되는 것이 더 유리해 보인다. 사고로 해석되면 이 대표의 임기가 모두 끝난 내년 6월 정기 전당대회가 개최된다. 내년 4월까지 원내대표 임기를 수행해야 하는 권 원내대표로선 최선의 플랜이다. /남윤호 기자
차기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보이는 권성동 원내대표에겐 이 대표의 징계가 '사고'로 해석되는 것이 더 유리해 보인다. '사고'로 해석되면 이 대표의 임기가 모두 끝난 내년 6월 정기 전당대회가 개최된다. 내년 4월까지 원내대표 임기를 수행해야 하는 권 원내대표로선 최선의 '플랜'이다. /남윤호 기자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그룹 중 차기 당권 주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권 원내대표에겐 '궐위'로 인한 조기 전당대회보다 '사고'로 인한 '직무대행' 체제가 더 유리하다. 내년 4월까지 임기가 보장된 원내대표직을 중간에 던지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할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원내대표 임기가 모두 끝난 뒤, 내년 정기 전당대회를 기다리는 것은 권 원내대표에게는 최선의 '플랜'이다.

게다가 권 원내대표는 직무대행을 겸임하며 명실상부 여당 '원톱'으로 자리했다. 외부 인사를 추대할 가능성이 큰 비대위와 달리 당 안팎의 조명을 한 몸에 받는다는 점에서 차기 당권 주자 중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같은 맥락에서 정진석 국회 부의장도 시간을 벌었다. 21대 국회 후반기 부의장에 선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다면 '윤핵관들이 당권 경쟁을 위해 이 대표를 쫓아냈다'는 세간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다만 친윤계를 포함한 다른 그룹에선 이 대표 상태를 '궐위'로 진단하고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차기 당권 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차기 당권 도전과 관련해 "내년 당 대표가 해야 할 역할과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맞는다면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명한 정치인이라면 결정에 불복하는 일은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본인이 재기하기 위해 이럴 땐 승복하는 것이 성숙한 이 대표의 모습이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당 윤리위가 내린 징계를 수용하고 자진 사퇴하라는 압박으로 읽힌다.

김기현 의원은 "당 대표로서 개인의 과거 문제로 촉발된 혼란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지도자로서의 도리"라며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를 두고 권 원내대표가 주장한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에 대해 우회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오전 입당 후 첫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친윤계를 비롯한 현역 의원 50여 명이 참석했다.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두고 세몰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국회사진취재단
안철수 의원은 이날 오전 입당 후 첫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친윤계를 비롯한 현역 의원 50여 명이 참석했다.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두고 '세몰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국회사진취재단

물밑에선 차기 당권 주자들이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며 당심을 잡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오전 입당 후 처음으로 민(民)·당(黨)·정(政)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친윤계를 비롯한 현역 의원 50여 명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친윤계와 손잡고 차기 당권을 노리고 있는 안 의원이 공부 모임을 통해 취약한 당내 입지 확장을 위한 발판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간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던 장제원 의원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장 의원은 최근 대규모 지지 모임인 '여원산악회' 행사 개최를 알리며 '조직력'을 과시했다. 약 한 달 만에 내보인 공식 활동인데, 앞으로 공개 활동을 늘리는 한편 차기 전당대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차기 당권을 노리는 이들의 전당대회 시점을 앞둔 '눈치 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의 반발'은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이 대표가 침묵을 깨고 전면전에 돌입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자중지란 상태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더팩트>와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가 마땅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자진 사퇴'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라며 "윤핵관을 중심으로 계속되는 공격에 이 대표도 대책을 꺼낼 시기가 곧 다가올 것 같다"고 말했다.

zustj913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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