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책임론 부담에 주 후반 출마 선언 전망 지배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당원 가입 권유 및 광주 방문 등 활발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8월 전당대회 출마선언만 지지부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주 후반 이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오는 8·28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재명 의원이 말 대신 발로 움직이고 있다. 후보자 등록을 약 일주일 앞둔 10일, 이 후보는 아직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다. 그는 민주당의 심장부인 광주광역시를 방문해 시민들과 소통을 이어갔다. 또 온라인상에서는 이 의원이 당원 가입을 권유하며 '밭갈이'(주변인들을 민주당원으로 가입시키는 행동을 뜻하는 말)에도 적극적인 모습이 포착됐다. 이를 두고 이 의원이 일부 비판 여론을 의식해 출마 선언은 최대한 지연하지만, 사실상 당권 행보에 나섰다는 정치권의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의원은 평소 당원들과의 '랜선(온라인) 소통'에 활발하기로 소문나 있다. 지난 9일 새벽 그는 지지자들의 '밭갈이' 게시물들을 공유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이 의원은 지지자의 '밭갈이' 게시물을 공유하며 "또금만 더 해두때여(조금만 더 해주세요)" "참~잘 해떠요(했어요)" "큰일 하셨습니다. 조금만 더…" 등의 멘트를 남기며 당원들의 적극 참여를 권유했다.
또 이 의원은 한 트위터 이용자가 "맞팔(서로 팔로우)해주세요. 계양구 주민입니다"라고 하자 "대신 인터넷 입당해 주세요"라고 쓰기도 했다. 이 의원은 "정치가 바뀌어야 나라가 바뀌고, 정당이 바뀌어야 정치가 바뀌고, 당원이 바뀌어야 정당이 바뀐다"고 썼다.
트위터에서 '밭갈이' 게시물을 공유하며 당원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이재명 의원. / 이 의원 트위터 갈무리 |
의원실에서도 '밭갈이'를 적극 홍보했다. 이 의원 측은 "이 의원이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서 '밭갈이'를 했다"며 "민주당 지지층 일각에서 여러 당내 현안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며 탈당을 주장하는데, 이같은 네거티브(부정적) 방식보다 당원으로 더 많이 가입해 주장을 관철하는 포지티브(긍정적) 방식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임을 알리겠다는 취지"라고 적힌 설명을 공유했다.
이 의원이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을 외치며 '밭갈이' 선봉자 역할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권리 행사일 기준(2022년 7월 1일) 6개월 전 입당자가 아니면 8월 전당대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다만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국면에서 오는 8월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될 경우, 전당대회 전후로 신규 입당한 당원들이 '권리당원' 자격을 얻으면 '당 지지세 부족' 약점을 지닌 이 의원 입장에선 '천군만마'가 생기는 셈이다.
이 의원의 발걸음은 랜선에서 잠시 떠나 지방으로도 향했다. 그는 주말이었던 지난 10일 당 지역 기반인 광주로 향했다. 이 의원의 광주행은 보궐선거 당선 이후 첫 지방 행사였다. 전대를 앞두고 호남을 향한 이 의원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본격 당권 행보에 나섰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 의원은 이른바 '민주당 텃밭'이라 불리는 광주광역시를 방문해 지지자들과의 소통하는 '이재명과 위로 걸음' 행사를 진행했다.
전대를 앞두고 호남을 향한 이 의원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본격 당권 행보에 나섰다는 분석을 내놨다. 사진은 지난 10일 광주를 방문한 이 의원. /나윤상 기자 |
이날 광주 방문에는 전대 '러닝메이트'인 박찬대 의원, 윤영덕·이용빈·이형석 광주 지역구 의원 등이 참석했다. '위장 탈당' 논란의 무소속 민형배 의원과 이 의원의 측근 김남국 의원도 함께했다. 이날 이 의원은 지지자들을 만났지만 전당대회와 관련한 발언은 따로 하지 않았다.
전대를 앞두고 이 의원은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이 의원의 출마를 기정사실화 했지만 정작 본인은 출마 여부에 대해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를 두고 자신을 향한 일부의 '책임론' 비판을 의식해 출마 선언을 지연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의원총회가 있었던 11일 이 의원은 여의도에 나타났지만 입은 여전히 굳게 닫았다. 그는 '일주일이 남았는데 출마를 고민하고 있나' '고심 중인 부분은 어떤 게 있나' '마음을 정했나'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의총장을 떠났다.
이 의원 측은 출마 선언을 하지 않는 이유를 두고 "당 대표 출마 선언 계획이 잡히면 말씀드리는 것이 맞지 않겠나"라며 "(이 의원은) 여러 말씀을 많이 듣고 있고 (앞으로도) 또 충분히 듣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당권 주자인 박주민 의원도 이 의원과 최근 만났으며 출마 여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11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2주 전쯤 (이 의원과) 둘이서 새벽까지 술도 한 번 마셨고, 출마 선언을 하기 전에는 직접 찾아뵙고 출마하게 된 배경과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며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제가 출마 선언 전 찾아뵙고 말씀 나눌 때만 해도 '고민이다' '고심이 깊다' 이런 말씀만 했다"고 했다.
이 의원의 행보를 두고 '비명'계로 분류되는 한 재선 의원은 "(이 의원의 출마를 두고) 반대 의견이 많으니 계속 '듣는다'는 스탠스를 유지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최대한 반대 의견이 수그러든 다음에 나와야 자신도 부담이 덜한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 의원이 적절한 '타이밍'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