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선 청년 정치인 '토사구팽' 이미지 우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피선거권이 없다'고 한 당 지도부 결정에 불복하면서 전당대회 후보등록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18일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입장하는 박지현(왼쪽),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마이웨이 행보에 민주당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당 지도부는 박 전 위원장에게 피선거권이 없다며 그의 8월 전당대회 출마에 제동을 걸었지만, 박 전 위원장은 지난 4월 비대위원장 선출 당시 피선거권 자격을 부여받았다고 반박하면서 전대 후보등록을 강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쇄신의 상징'으로 영입된 청년 정치인의 연타에 당 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진 분위기다.
'삼일천하'로 끝날 것으로 보였던 박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은 그가 비대위 결정에 사실상 불복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박 전 위원장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내고 지난 4월 자신은 이미 피선거권을 획득했으며, 현재도 권리는 유효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당시 당 대의기구인 중앙위원회 투표에서 84.4%의 찬성을 얻어 비대위원장에 선출됐는데, 이는 곧 피선거권을 부여받았다는 근거라는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은 "저는 피선거권을 부여받아 당헌에 의해 선출된 비대위원장이었고, 그동안 우리 당이 저에게 준 피선거권을 박탈한 적이 없다"며 "당 지도부는 명확한 유권해석을 해주시기 바란다. 다른 언급이 없으면 국민께 약속한 대로 후보등록을 하겠다"고 요청했다. 당규상 당직 피선거권을 가지려면 이달 1일 기준으로 6개월 이전에 입당한 권리당원이어야 한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입당한 박 전 위원장은 당무위 의결이 있어야 전당대회에 출마할 수 있다. 앞서 민주당 비대위는 "예외를 인정할 불가피한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박 전 위원장 출마를 사실상 불허했는데, 이에 대해 박 전 위원장이 사실상 불복한 셈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박 전 위원장이 피선거권을 부여받았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비대위원장 선출 당시 인준 절차는 불필요했지만 비대위 체제의 정당성을 위해 실시했던 것일 뿐, 비대위 인준 투표와 당 대표 선거를 동일선상에 놓고 '피선거권'을 얻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비대위원장은 선출직이 아니고 임명직"이라며 "공직 후보자는 당헌·당규상 전략 공천이 있고, 당 대표는 당헌·당규상 6개월을 채워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경우가 완전히 다르다"고 꼬집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도 기자들과 만나 "왜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느냐고 항의할 수는 있지만, 예외를 인정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있음에도 피선거권이 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결정을 번복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박 전 위원장은 당 지도부의 출마 불허 결정은 '청년 정치인 밀어내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도 당이 스스로 영입한 인사의 저격에 '혁신 이미지'가 갈수록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1일 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대화하는 박 위원장과 이재명 후보. /남윤호 기자 |
비대위는 박 전 위원장의 '유권해석' 요구에 무대응하는 모습이지만, 그가 연일 '민주당 때리기' 행보를 보이면서 난감한 모습이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일 당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이후 현재까지 페이스북에 민주당을 겨냥한 6건의 글을 올렸다.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서는 "'친명계' 김남국 의원이 자신의 출마를 비판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이번 결정에 이재명 의원의 의중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나 보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또 이재명 의원에 대해선 "대선 이후에 지선 과정을 거치면서 성폭력 이슈나 젠더이슈는 발언을 하신 게 없는 수준이고 또 당내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거의 침묵으로 일관하셨고 솔직히 많이 실망을 했다"고 저격했다.
일각에선 이번 비대위 결정이 지난 3월 대선 때 이대녀(2030 여성) 지지를 이끈 박 전 위원장의 전대 출마를 막는 모양새가 되면서 자칫 '토사구팽' 당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에서는 박 전 위원장에 대한 비토 정서가 강하다. 유권해석은 사실 정무적 판단"이라면서도 "박 전 위원장 입장에선 토사구팽으로 느낄 수도 있다. 비대위는 갈수록 부담스러워할 텐데 박 전 위원장은 계속 (출마에 대해) 세게 이야기할 것이고 물러설 스타일도 아니라 걱정이다. 난감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박 전 위원장은 청년과 여성의 상징인데 (외부에선) 어떻게 보면 상징이 밀린다고 볼 수도 있다. (박 전 위원장 출마 불가 결정에 대한) 여론이 어떨지 모른다. 그러니 8월 전당대회에서 박 전 위원장 영향력이 있는지 뚜껑을 열어볼 기회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봉한나 그린벨트(민주당 청년출마자연대) 공동위원장은 "8월 전당대회는 앞으로 당의 존속, 당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이벤트인데 우리가 고질적으로 갖고 있던 성비위 문제들을 격파한 인물에게 '너는 안 돼'라고 판단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라고 평가했다. 박 전 위원장의 행보에 대해선 "이런 식의 돌파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기존 여의도 문법과 굉장히 거리가 멀고, 메시지나 방향성은 어떤 정치인보다 뚜렷하다고 본다"라고 평가했다.
봉 위원장은 이어 "당 청년 사회 안에서는 그래도 박지현이라는 인물을 다음 정치가 가야 할 방향을 상징하는 인물로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박 전 위원장의 지금 당대표 선거 도전이 좌절되더라도 (청년 정치인) 기세를 상징하는 인물로 함께 가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