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표 윤리위원회 징계 여부가 분수령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윤리위원회 징계 여부는 국민의힘 계파 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을 ㅗ보인다. 이 가운데 한 여론조사에서 유승민 전 의원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거론돼 눈길을 끈다.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 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 징계 논의가 임박했다. 벌써부터 차기 당권을 노리는 계파 간 움직이 포착된다. 윤석열 대통령을 등에 업은 '친윤계'가 주류로 떠오른 가운데 한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차기 지도자 선두권을 차지해 눈길을 끈다.
오는 7일 열리는 윤리위 전체회의 결과에 따라 이 대표는 운명의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이 대표의 행동 변화가 감지된다. 그는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으나 공개 발언 없이 마이크를 치우고 발언 순서를 넘겼다. 지난달 20일부터 이어진 '침묵 모드'의 연장선이다. 행동반경도 보폭을 좁혔다. 이 대표는 최근 공식 일정을 최소화하거나 비공식으로 소화하고 있다.
약 3주째 이어지는 이 대표의 침묵을 두고 '윤리위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자신의 말 한마디와 행동들이 윤리위와 엮여 해석되는 만큼,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고 피해자 이미지를 구축해 동정 여론을 얻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최소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그가 윤리위에 회부된 안건 자체가 '성 상납'이 아닌 '증거인멸교사' 관련인 만큼 '정치 처벌'이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만약 이 대표가 징계를 받을 경우 대표직 사퇴로 직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친윤계는 이 대표를 압박하며 운신의 폭을 좁혀가고 있다. 박성민 의원의 '당대표 비서실장' 중도 사퇴가 대표적이다. 그의 중도 사퇴는 개인적 사정이라는 해명에도 친윤계가 윤리위 징계를 계기로 이 대표에 대한 손절에 나섰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 대표는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윤리위가 징계를 내린다면 불복하며 '강경 카드'를 빼들 수 있다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현재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이 대표가 △당 대표 권한으로 윤리위를 해산하는 안 △최고위에 본인의 징계안 재논의를 상정하는 안 △징계에 불복하고 자진 탈당하는 안 등이다.
국민의힘 계파 갈등에 이 대표를 중심으로 '신당 창당설'이 솔솔 나온다. 이 가운데 유승민 전 의원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여의도 중앙정치에 등 돌렸음에도 여전히 영향력이 남아있고, 반윤(反尹) 세력에 속한다는 교집합으로 인해 새로운 계파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국회사진취재단 |
이 대표가 중심이 된 '신당 창당설'이 솔솔 나오면서 유승민 전 의원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유 전 의원은 지난 대선과 경기도지사 경선 낙선으로 여의도 정치권에 등 돌리며 두문불출하고 있다. 특히, '친윤계'와 각을 보이는 등 '반윤(反尹)' 인사로 불린다.
유 전 의원은 정치적 재기를 노릴 발판과 명분이 필요한 상황이다. 마침 그는 지난달 11일 지선 이후 이어오던 잠행을 마치고 두 달여 만에 북콘서트를 여는 등 공개 행보 중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 대표는 "노력하다 보면 빛을 본다는 확신이 있다. 그 길에 함께하겠다"며 인적 네트워크가 유효함을 알렸다. 이에 유 전 의원이 이 대표와 손잡고 정치권 재기를 모색할 수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하태경 의원은 4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경찰 발표도 아닌데 징계하면 윤리위 자체가 굉장히 존립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하는 등 이 대표를 엄호했다. 이 대표가 당권 경쟁에서 밀리거나 지쳐 '창당 카드'를 빼 든다면 유 전 의원의 합류가 유력해 보이는 이유다.
이 대표 윤리위 징계 건을 계기로 국민의힘 계파 갈등이 본격화할 경우 홍준표 대구시장도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유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지난 대선 경선 이후 중앙 정치를 떠났고, 친윤 세력과 대척점에 있다는 교집합 때문이다.
실제 보수 진영에서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꽤 유효해 보인다. 지난 3일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가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범보수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홍 시장과 유 전 의원은 각각 12%와 9%를 차지해 선두권을 차지했다. (지난 6월 28~30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참조)
정치권은 정통 보수층에서 유 전 의원과 홍 시장이 이 대표와 함께 '반윤(反尹)'의 한 축을 구성해 정계 개편을 가속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와 관련 <더팩트>와 통화에서 "친윤계를 대비하는 상대 세력으로 유 전 의원과 홍 시장이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유 전 의원의 입지가 살아있는 상황에서 당내 변화와 큰 그림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