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97그룹' 전대 출마 바람…이재명 대세론 누를까
입력: 2022.07.01 00:00 / 수정: 2022.07.01 00:00

계파 갈등서 '통합 리더십' 부상…'강력한 혁신'으로 상쇄 관건

더불어민주당 내 97그룹이 잇달아 당대표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만난 강병원, 박용진, 김두관, 이재명 의원(오른쪽부터). /남윤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 97그룹이 잇달아 당대표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만난 강병원, 박용진, 김두관, 이재명 의원(오른쪽부터).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97그룹(90년대 학번, 70년대생) 출마' 바람이 불고 있다. '세대교체론'의 가장 큰 동력은 '통합의 리더십'이다. 친명(친이재명)계는 '혁신 적임자'을 외치며 이재명 대세론을 지원사격하고 있지만, 친명 대 비명의 계파 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단합이 절실하다'는 당내 요구가 거세지면서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이 의원으로선 출마 선언에 앞서 당 분열 우려를 상쇄할 만한 명분 쌓기가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재선의 박용진 의원은 지난달 30일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체념, 그것을 박용진이라는 가슴 뛰는 기대감으로 바꾸겠다"라며 당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재선 97그룹의 출마는 연달아 이어질 예정이다. 박 의원에 앞서 강병원 의원이 전날(29일) 스타트를 끊었고, 강훈식 의원도 오는 3일 출마 선언을 예고했다. 박주민 의원도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러 말씀을 들으며 고민하는 상황"이라며 "최대한 빨리 출마의 가부를 결정하겠다. 늦어도 다음 주 초에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반면 친문 진영과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그룹은 2선으로 후퇴했다. 친문 좌장 격인 전해철, 홍영표 의원이 연달아 불출마를 선언했고 86그룹의 맏형 격인 이인영 의원도 사실상 불출마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중진이 물러나면서 '세대교체론'이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97그룹 릴레이 출마의 또 다른 동력은 '통합의 리더십'을 향한 당내 열망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당내 주류 세력이 교체됐고 지방선거 패배 이후 친명계와 친문계로 대표되는 신구 세력이 강하게 충돌하면서 당내에선 '분당'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 광주·전남 지역구 국회의원 16명도 이날 "계파정치를 청산하고, 호남이 민주당 혁신의 발원지가 될 수 있도록 아래로부터의 힘을 모아 내겠다"라며 단합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계파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세력이 당 지도부가 돼야 당의 분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통합의 리더십'이 차기 당 지도부 주요 덕목으로 떠오른 것이다.

97세대는 통합 위의 혁신을 내세우고 있다. 계파 갈등의 중심에 선 이 의원이 이를 어떻게 돌파할지가 관건이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한 강병원 의원과 악수하고 있는 이재명 의원. /남윤호 기자
97세대는 '통합 위의 혁신'을 내세우고 있다. 계파 갈등의 중심에 선 이 의원이 이를 어떻게 돌파할지가 관건이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한 강병원 의원과 악수하고 있는 이재명 의원. /남윤호 기자

당권 주자들도 '통합 위의 혁신'을 차별화로 내세우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박용진표 혁신'에 대해 "일부 계파의 의견이, 일부 팬덤의 주장이 과대대표되는 상황으로 가선 안 된다. 당심과 민심이 50대 50으로 되는 게 중대 혁신 과제"라고 했다. 그는 "계파에 곁불 쬐지 않았고 악성 팬덤(강성 지지층)에 무릎을 꿇지 않는 사람이 당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며 "조국 사태 때, 위성정당 사태 때, 당헌·당규를 바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출마시켰을 때 침묵하거나 뒤로 물러서 있었다면 혁신의 기수가 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도 앞선 출마 선언에서 "젊고 역동적인 리더십, 혁신과 통합의 리더십으로 새로운 당 대표가 돼 하나로 뭉치는 당을 만들겠다"면서 "공적 책임감과 헌신성으로 무장해 도덕성을 회복하고 당을 하나로 통합해야 당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 통합과 혁신을 모두 할 수 있는 인물이 차기 당대표에 적합하다면서 현재 '계파 갈등' 진원으로 간주되는 이 의원을 겨냥한 것이다. 이들은 97세대 후보 간 단일화 가능성도 열어두겠다는 입장이다.

거침없는 세대교체 바람과 '통합' 전선에 이 의원도 주춤하는 분위기다. 이 의원 측은 이날(30일) 8·28 전당대회 출마 결심을 굳혔다는 언론 보도를 일축하면서 "이 의원은 대선과 지선 이후 당의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여러 계층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자신의 거취 물음에 침묵했다.

다만 당 안팎에선 이 의원의 당권 도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 의원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민생과 윤석열 정부 비판 메시지를 연일 내는 것도 당권 도전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이 의원이 세대교체와 통합론에 맞서 '강한 혁신'을 기치로 출마 선언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의원은 (통합 요구에 맞서) 당의 근본적인 혁신 프레임으로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당내에선 역대급 혁신을 내세우고, 윤석열 정부에 대해선 제1야당으로서 확실한 견제 세력이 되겠다, 차기 총선 압승을 통해 민주당 재건을 도모하겠다는 의지가 이 의원의 구호에 어울릴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이재명표 강한 혁신'은 설득력을 얻지 못할 것이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강한 혁신은) 강성 당원들에게만 유효할 것이다. 국민들은 뭐라고 하겠나. 강한 혁신을 하려면 단합해야 하는데 의원들의 반대를 뚫고 나와서 무슨 강한 혁신을 할 수 있겠나. 통합과 반성 없이 강한 혁신은 어렵다"고 했다. 한 초선 의원도 "통합의 기반 위에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의원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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