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위 징계 심의 앞두고 방어 치중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당 안팎의 흔들기가 거세지는 가운데 이 대표는 자신을 향한 공세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박근혜 대통령 시계를 받은 적도 없고, 구매한 적도 없고, 찬 적도 없고, 따라서 누군가에게 줄 수도 없다."
자신을 향한 의혹 공세에 대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반박이다. 이 대표는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이 2013년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로부터 성 상납을 받은 뒤 박 전 대통령 시계를 건넸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면서 "엄청나게 거짓말을 해대면서 장난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또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8월 독립유공자에게 처음 '대통령 시계'가 전달됐다는 기사 링크를 올리며 "2013년 7월에 저에게 요청했다는 (김 대표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존재하지 않는 시계를 요청했고 저는 그것을 전달했던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 대표가 '메시지 관리'에 나섰다. 그동안 여러 이슈와 현안과 관련해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했던 것과 사뭇 다르다. 이달 초 5선 정진석 의원과 '온라인 설전'을 벌였을 정도로 거침없이 의사 표현을 했던 이 대표는 최근에는 방어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전날(28일) '친윤계'(친 윤석열)로 분류되는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SBS에 출연해 이 대표가 혁신위원 13명 중 5명을 지명했다고 주장하자,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허위 사실"이라며 "김 의원은 조속히 제가 지명한 5명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고 역공을 가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9일 안철수(사진) 의원이 2016년 총선을 거론하면서 자신을 향해 "선거 패배에 대한 상처가 있을 것"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이선화 기자 |
특히 '친윤계'와 안철수 의원을 동시에 견제하는 게 두드러진다. 이 대표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면담과 관련한 '익명 인터뷰'를 두고 "누군가 의도적으로 대통령실과 당 사이 불화를 일으키기 위한 것"이라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자기를 흔들려는 불순한 목적을 가진 배후가 있다는 시각이다.
안 의원이 2016년 총선을 언급하며 "이 대표가 나름대로 선거 패배에 대한 상처가 있을 것"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안 의원은 2016년에 살고 계시는가 보다. 평생 즐기시라"며 힐난했다. 대수롭지 않듯 가볍게 넘기는 뉘앙스로 안 의원은 안중에 없다는 인상을 준다.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했던 이 대표가 태도를 달리하자 여러 분석이 나온다. 당내 여러 갈등의 주요 인물로 찍힌 부담이 작용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친윤 그룹인 장제원 의원과 배현진 최고위원 등과 불화를 빚으면서 당대표로서의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자신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심의를 앞두고 수위 조절을 하며 몸을 낮추고 있다는 시각도 다수다. 최근 세력 간 공방이 격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립감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적극적인 반박을 통해 자신의 결백을 부각함과 동시에 '반(反)이준석' 세력으로 '화살'을 돌리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현장 방문 일정에 나선 것도 간접적으로 당당함의 표출 의도가 있어 보인다. 29일 제2연평해전 기념식을 참배하는 안보 행보에 이어 경북 포항 영일만 대교 현장 부지와 국가해양정원을 차례로 방문했다. 포항을 관광도시로 만들기 위해 당 차원의 지원을 약속하는 등 선거 유세급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