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릴레이 불출마' 압박 커진 이재명…'비명계' 단일화 변수
입력: 2022.06.29 00:00 / 수정: 2022.06.29 00:00

친문 2선 후퇴로 '세대교체론' 재부상…일각선 '분당' 우려도

친문 핵심인 홍영표 의원이 28일 당대표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24일 충남 예산군 덕산 리솜리조트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을 마친 후 인사를 나누고 있는 이재명(오른쪽) 의원과 홍영표 의원. /뉴시스
친문 핵심인 홍영표 의원이 28일 당대표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24일 충남 예산군 덕산 리솜리조트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을 마친 후 인사를 나누고 있는 이재명(오른쪽) 의원과 홍영표 의원. /뉴시스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친문(親文)계 중진 의원이 잇달아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대표 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를 향한 전방위적 압박 수위가 높아졌다. 이 의원이 출마를 강행할 경우 '세대교체론' 파고 속에서 '비명계' 당권주자들의 단일화가 전당대회 변수로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친문' 핵심 홍영표 의원은 28일 "참으로, 어려운 결정이었다. 당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단결과 혁신의 선두에서 모든 것을 던지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를 내려놓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에 이르렀다"라고 입장문을 밝혔다.

이어 "민주당은 무너져 내린 도덕성을 회복하고 정당의 기본 원칙인 책임정치, 당내 민주주의를 다시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이번 전당대회는 단결과 혁신을 통해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 낼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했다. 대선과 지선 패배 책임론에 휩싸인 이 의원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홍 의원은 지난 당 의원 워크숍에서도 이 의원에게 '동반 불출마'를 우회적으로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이 의원이 출마 결심을 굳혔다는 측근발 이야기가 나오자, 먼저 불출마를 선언하는 결단으로 이 의원을 직접 압박하는 움직임을 보인 셈이다.

홍 의원에 앞서 친문 좌장 격인 전해철(사진) 의원도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재선 그룹이 요구한 대상 중 이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불출마한 셈이다. /이동률 기자
홍 의원에 앞서 친문 좌장 격인 전해철(사진) 의원도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재선 그룹이 요구한 대상 중 이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불출마한 셈이다. /이동률 기자

이 의원을 향한 당내 비토 여론은 친문과 재선 그룹을 중심으로 넓게 형성된 분위기다. 지난 22일 민주당 재선 의원 35명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에 중요한 책임이 있는 분들은 이번 전당대회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문을 내고 이 의원과 전해철·홍영표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촉구한 바 있다. 이에 약 1시간 뒤 '친문'계 좌장 격인 전 의원이 "혼란스러운 (당의) 상황이 수습되고, 민주당 미래를 위한 비전과 과제가 활발히 논의될 수 있도록 저부터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날 홍 의원까지 '불출마' 대열에 합류하면서 재선 그룹이 언급한 대상 중 이 의원만 남게 됐다.

이 의원은 전당대회 정지작업을 위해 의원들과의 접촉을 넓히고 있지만 '책임론'을 돌파하기 쉽지 않은 모습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의원은 최근 당 인사들과 점심, 저녁 등을 함께 하며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이해찬 전 대표와 만찬 회동을 통해 출마 지지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7일에는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권노갑, 김원기, 임채정, 정대철, 문희상 등 5명의 민주당 상임고문과 비공개 오찬 회동했다. 이 의원 측에서 먼저 요청한 자리였다고 한다. 5명의 원로 모두 이 의원 출마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대철 고문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다섯 명 모두 (출마에) 신중하라고 한 이유는 첫째 책임에 문제가 있다. 대통령 후보는 실패하면 자숙하는 게 좋다는 것이고, 두 번째 이 의원이 출마하면 당에 상당히 분란이 있을 것 같다. 분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불출마)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주로 했던 것 같다"며 "나는 '당신이 좀 더 큰 인물이 되려면 이런 때에 안 나오는 게 좋아 보인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8월에 있을 전당대회가 가까워올수록 친명계와 비명계 간 갈등 구도가 뚜렷해지면서 '분당'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3선·서울 영등포구을)은 선거 패배 책임 공방이 가열될 경우 과거처럼 분당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김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민주당 의원 워크숍 때) 여러 가지 논의가 있었던 그 중간점을 보면서 '이대로 가면 결국 그간에 있었던 성찰과 평가에 기초해서 서로 대안경쟁으로 가는, 건강한 경쟁 국면이 아니라 과거를 지목하고 책임을 묻고 계속 과거 싸움으로 가는 공방으로 가겠구나, 그것(분당)이 불가피하게 재현되겠구나' 하는 종합적인 판단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최근 "(이 고문이 당 대표에 출마하면) 당이 굉장히 혼란스럽고 분당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 걱정이 많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은 '2015년 분당 사태'에 대한 트라우마가 상당하다.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은 지난 2015년 2·8 전당대회를 거쳐 문재인 당시 당대표를 선출했지만 4월 재·보선에서 완패하면서 친문 대 비문 갈등이 증폭했고, 결국 안철수 의원이 호남계 반문 의원들과 탈당한 바 있다. 이 의원 비토 여론의 밑바닥에는 계파 갈등 중심 인물들이 당대표가 되면 당 분열이라는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전방위적인 압박에도 이 의원이 당권 도전 결심을 굳힐 경우 당권 주자들의 단일화가 전당대회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의원이 출마한다면 결국 1대1 구도가 돼야 한다. 누구로 뭉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당내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친문 인사들이 2선으로 후퇴하면서 이 의원에 맞설 구심점이 누가 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현재까지 당 대표 출마를 공식화한 주자는 5선 설훈 의원과 3선 정청래·김민석 의원 등 3명이다. '세대교체론'의 기치를 내걸고 강병원·강훈식·박주민 등 재선 의원을 비롯해, 김해영 전 의원, 이동학 전 최고위원 등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선 패배로 물러난 후 최근 페이스북 메시지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 출마설도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맞서 이 의원이 출마할 경우 정 의원은 단일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은 이날 "내가 출마할 테니 너는 불출마해라 이 무슨 언어도단인가"라며 홍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비판했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 준비위원회 위원장은 28일 차기 지도부 체제로 현행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하는 쪽이 우세하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전준위 회의에서 발언하는 안 위원장. /남윤호 기자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 준비위원회 위원장은 28일 차기 지도부 체제로 현행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하는 쪽이 우세하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전준위 회의에서 발언하는 안 위원장. /남윤호 기자

한편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는 차기 지도부 체제와 관련해 현행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안규백 전준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준위 내에서는 (순수 집단지도체제 보다) 단일성 집단지도체제가 약간 우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준위 관계자도 "현행 단일지도체제에 무게가 실리는 것 같다. 이제 와서 집단 지도체제로 바꿔야 할 이유나 명분이 크지 않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 뽑는 방식으로, 당대표에게 권한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재선 의원 모임은 통합형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다만 최고위원 권한을 현행보다 강화하는 '절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최고위원 권한이 많이 없다는 얘기는 예전부터 있어서 이런 부분도 논의해보면 좋지 않겠나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친명계는 "형식은 단일성 지도체제라고 하고, 내용과 실질은 '집단지도체제'로 변경한다는 것은 명백한 꼼수(김남국 의원)" "만약 조금이라도 개정한다면 반드시 전당원 투표를 요구한다(김용민 의원)"며 반발하고 있다. 전준위는 선거인단 구성 기준과 투표 반영비율 조정 문제, 예비경선 컷오프 기준 논의 등도 마무리해 다음 주께 전당대회 룰을 확정,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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