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계 "친문 책임론 일고의 가치 없어" 반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는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을 두고 당내에서 '보이콧' 여론이 퍼지고 있다. 이 의원 출마 시 유력 상대로 점쳐지는 '친문(친문재인)' 진영에선 좌장인 전해철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앞서 재선 의원들도 이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한 데 이어 압박의 파고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당을 향한 '쓴소리'일까. 우리도 안 나가니 이재명도 나오지 말라는 '억지'일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는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을 두고 당내에서 '보이콧' 여론이 퍼지고 있다. 이 의원 출마 시 유력 상대로 점쳐진 '친문(친문재인)' 좌장 전해철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재선 의원들도 '이재명 불가론'에 가세하며 압박의 파고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 의원은 본인 입장을 직접적으로 표명하고 있지 않지만, 출마 여부에 대한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은 안 된다"…'친문', 재선 의원들의 합동 포격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패배의 중요한 책임이 있는 분들은 이번 전당대회에 나서지 말 것을 촉구한다."
지난 22일 민주당 재선 의원 34인은 결의안을 발표했다. 전당대회가 계파 간 다툼이 되지 않도록 이재명 의원이나 친문 홍영표·전해철 의원, 그리고 이른바 '586' 대표 정치인인 이인영 의원 등의 불출마를 촉구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들은 계파정치 청산과 혁신·통합의 새로운 리더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 재선 의원 48명 중 최소 35명이 이같이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결의안 약 1시간 후 전 의원은 당 대표 불출마를 선언했다.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민주당의 가치 중심으로 당을 이끌어나갈 당대표와 지도부가 구성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지선 패배 이후 당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자신이 한발 물러서겠다는 주장이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김종민 의원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공개 재선 의원 간담회를 앞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선화 기자 |
같은 날 5선 중진 설훈 의원은 이재명 의원실을 찾았다. 설 의원과 이 의원은 모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만남을 두고 설 의원이 이 의원에게 불출마를 권유한 것 아니겠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설 의원은 동교동계 막내로, 지난 대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 캠프에서 '이재명 저격수'로 활동했다. 그는 최근 차기 당대표 출마 의사를 밝혔다.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다음 날인 23일 친문이자 재선인 김종민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상당히 놀랐다"며 함께 거론됐던 이재명·홍영표 의원 등도 출마를 두고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97그룹(90학번·70년대생)' 당권 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친문 전재수 의원은 같은 날 라디오에서 "전 의원의 (불출마) 반응이 여타 책임이 있는 분들의 어떤 연쇄적 반응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의원을 향해선 "달이 차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현시점에서 출마하는 것은 이 의원이 조급하게 생각하는 것이라며 불출마를 에둘러 제안했다.
당내 '소신파 초선'인 이탄희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보궐선거 당시 이재명 의원의 인천 계양을 출마에 대해 "종로를 버리고 부산에서 낙선했던 노무현의 길과는 일시적으로나마 반대 행보로 비췄다"며 "반드시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
당내 '소신파 초선'인 이탄희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보궐선거 당시 이재명 의원의 인천 계양을 출마에 대해 "종로를 버리고 부산에서 낙선했던 노무현의 길과는 일시적으로나마 반대 행보로 비췄다"며 "반드시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 이탄희 의원은 "나오고 안 나오고는 스스로 선택할 일"이라며 말을 아끼면서도 "양당 체제 하에서 민주당의 대표는 민주·진보 진영의 최고 지도자이다. 최고 지도자의 자질은 선공후사하는 것이지 않냐"며 "자기 자신보다 진영 전체를 우선할 수 있나, 그만한 자질을 가지고 있느냐를 민주당 당원들이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3일부터 1박 2일간 진행되는 국회의원 워크숍에서도 대선·지선 패배 원인 분석 및 향후 진로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 의원을 향해 책임론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李는 출마 의지 확고?…친명계 "피선거권 있으면 아무나 나가는 것"
당사자인 이 의원은 당대표 출마 여부에 대해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이날 워크숍 행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당대표 출마 여부에 대해 "의견을 계속 듣고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전 의원의 불출마에 대해선 "특별한 의견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자신을 향해 제기되는 지선 패배 책임론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열심히 의견을 듣고 있다. 제일 큰 책임은 저한테 있는 것이라는 개표 날 내용과 다를 것 없다"고 밝혔다.
야권에선 이 의원이 최근 출마 의사를 굳혔고, 주변 의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한 초선 의원은 "주변에서 이 의원과 식사했다는 의원들이 몇 명 있었다"고 전했다.
이재명 민주당 국회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의원실로 첫 등원을 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
친명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친문 의원들이 이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하는 움직임에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그는 "정당 민주주의 국가에서 피선거권이 있으면 아무나 나가는 거지, 나가라 마라 (왈가왈부하는 게) 말이 되나. 저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불출마) 압박에 굴복해서 안 나가면 국회의원들이 이재명의 미래를 담보하는 게 아닌데, 이재명을 유지하는 것은 (의원들이 아니라) 국민들과 당원들의 지지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의원을 향해 제기되는 일각의 '책임론'에 대해서도 "문재인 정권이 실패해서 민주당이 정권이 뺏긴 데에 대해서는 민주당 의원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 누가 누구의 책임론을 제기하나"라며 "(현재의 불출마 권유들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의 출마 여부에 관해 그는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고 시기와 방법도 본인이 선택할 문제"라면서도 "이 의원이 결단하면 나는 도와주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