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적 감정 싸움에 '실망'…민생 챙겨야
국민의힘 지도부의 갈등이 노출됐다. 사진은 지난 20일 이준석(오른쪽) 국민의힘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비공개 회의 현안 논의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자 권성동 원내대표가 급히 자제시키는 모습.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국민의힘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3·9 대선과 6·1 지방선거 승리 이후 잔칫집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계파 갈등이 시끄럽기 때문이다. 이준석 대표와 친윤계 간 갈등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출범을 앞둔 혁신위원회가 '공천 룰'을 다룰 것을 시사하자 '친윤계'(親 윤석열)는 견제구를 날렸다. '공천 시스템'을 강화하려는 이 대표의 움직임에 정치적 의도를 의심한 것으로 읽힌다.
여당 지도부 내에서도 갈등이 드러났다. 이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은 공개 석상에서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가 앞선 비공개회의 때 나온 내용이 외부로 유출돼 보도된 것을 지적하며 비공개회의에서 현안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선언해버린 게 발단이다. 배 최고위원은 "비공개회의를 이렇게 일방적으로 없애면 어쩌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대표는 앞선 최고위에서 비공개회의 내용 유출한 인물로 사실상 배 최고위원을 지목했다. 배 최고위원은 "누구의 핑계를 대냐"며 발끈했다. 흥분한 두 사람은 자기 할 말에 바빴다. 그러다 고성이 오갔고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두 사람 사이에 낀 권성동 원내대표가 이 대표의 마이크를 꺼버릴 정도였다. 이런 장면은 고스란히 온라인상에 생중계됐다.
앞서도 이 대표와 배 최고위원은 미묘한 기 싸움을 벌였다. 지난 1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띄운 혁신위에 대해 "자잘한 사조직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했고, 16일 비공개회의에서는 이 대표가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인사안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 "졸렬해 보일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비공개 회의 현안 논의 문제를 놓고 배현진 최고위원과 논쟁을 벌인 뒤 회의장을 나서며 "내 발언을 내가 유출했다고?"라며 발언하는 모습다. /남윤호 기자 |
꼭 최고지도부라고 해서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현안을 두고 여러 의견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서로의 가치관에 따라 얼마든지 달리 생각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 대표와 배 최고위원의 의견이 서로 다른 것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더라도 국민이 보는 공개 석상에서 감정을 드러낸 채 입씨름을 벌이는 모습은 적절치 않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와 배 최고위원의 다툼을 두고 계파 싸움이라는 시각이 많다. 2년 뒤 총선을 겨냥한 힘겨루기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대표는 성 상납 의혹으로 당 윤리위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지방선거 이후부터 당권을 두고 계파 갈등이 예고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향후 본격적인 당권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과거에도 공천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있었다. 2016년 4월 총선 공천을 두고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서 벌이진 '친박계'와 '비박계' 간 계파 싸움이 벌어졌다. 당시 지도부에서도 '옥새 파동' 등이 일어났고, 여러 갈등으로 당 내부가 시끄러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와 지금을 놓고 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대표와 배 최고위원은 정치인으로 따지면 앞날이 창창한 '청년'이다. 정치권에 새바람을 일으켜주길 바라는 국민의 기대와 달리 기성세대 정치인과 다를 게 없는 모습이다. 정치권이 정치 개혁, 세대교체를 외치면서도 정작 청년 정치인이 과거의 구태 정치를 재연한다면 곱게 바라볼 국민이 있을까.
서로 협의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거쳐 이견을 줄여나가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이들이 대놓고 다툼을 벌이는 것은 국민에게 실망감을 줄 수밖에 없다. 더구나 물가가 치솟으면서 근심이 깊은 국민에게 정치를 외면할 수밖에 없는 일을 자초했다는 점에서 비판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5년 만에 정권을 바꾸고 지방권력까지 여당에 쥐여준 것은 열심히 일하라는 명령이었을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