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곳에 '문자폭탄' 돌린 강성 지지자들…"당 분열 꾀하는 행위"
입력: 2022.06.22 02:00 / 수정: 2022.06.22 02:00

'강성 팬덤' 대책 無…"관계 설정 전략 세워야"

더불어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 최강욱 의원에 대한 당 윤리심판원 징계에 반발해 다시 들고 일어섰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 준 혐의로 지난 5월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재판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는 최 의원. /이동률 기자
더불어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 최강욱 의원에 대한 당 윤리심판원 징계에 반발해 다시 들고 일어섰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 준 혐의로 지난 5월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재판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는 최 의원.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 최강욱 의원의 '6개월 당원 자격정지' 결정에 반발했다. 당 윤리심판위원 '허위' 명단을 공유하며 문자폭탄 등 항의에 나섰다. 이재명 의원과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최근 이른바 '수박 금지령'을 내리면서 과격 행위 자제를 호소했지만, 당내 체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분위기다. 자정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당 차원에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친민주당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최 의원에 대한 민주당 윤리심판원 징계 처분 발표 이후 이에 반발하는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다. 특히 이 의원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등에선 '윤리심판원 명단'이라는 게시물이 신속하게 공유됐다. 해당 명단에는 징계 결과를 발표한 김회재 의원을 비롯해 김종민·신영대·안규백·양기대·오영환·윤재갑·이병훈 의원 등이 포함됐다. 강성 지지자들은 "왜 만장일치인지 답이 나온다" "윤리위 자체가 수박밭이었군" 등 이른바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으로, 친명계 지지자들 사이에서 친문계 의원을 가리킨다)' 의원들이 심사에 참여해 중징계가 내려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게시글을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명단에 포함된 의원들에게 전날 밤부터 문자폭탄 등 항의에 나섰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윤리심판원 허위 명단이 확산됐다. 해당 의원들이 문자폭탄에 시달리며 자제를 호소했다.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갈무리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윤리심판원 허위 명단'이 확산됐다. 해당 의원들이 문자폭탄에 시달리며 자제를 호소했다.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갈무리

허위 명단에 포함된 A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징계 발표 이후로 문자가 많이 오고 있다"며 "실수로 윤리심판위원 한두 명을 잘못 적을 순 있지만 (다수를 좌표 찍은 건)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명단을 만든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명단을 만들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당헌에 따르면 중앙당윤리심판원은 9명의 심판위원으로 구성하며 이 중 외부 인사를 심판원 정원의 절반 이상 구성하도록 돼 있다. 살펴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어긋난 정보를 좌표 찍듯 고의로 확산하는 움직임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다.

이 의원과 우 위원장 등은 강성 지지자들에게 무차별 과격 행위를 자제해달라고 연일 호소하고 있지만, 같은 행태가 반복되면서 별다른 효과가 없는 분위기다.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당사자조차 제어할 수 없는 수준인 셈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문자폭탄 빈도는 '자제 호소' 이전과) 달라진 것 없이 똑같다. 그분들이 말을 듣겠나"라고 우려했다. A 의원은 "대선 패배나 의정활동에 대한 문자폭탄은 충분히 수용한다. 하지만 이런 건(허위 명단 유포) 당 분열을 꾀하는 행위다. 이들에 대한 징계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성 지지층을 대하는 이 의원의 태도도 지적했다. 그는 "(자제를 호소할 때) '당의 단합을 해치는 행위'라고 이야기하는 게 맞지, '반발심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표현은 하면 안 된다"라고 했다.

다만 팬덤 일각에선 "이 의원에게 피해되면 안 된다"라며 자정 분위기도 엿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 '재명이네 마을'에선 '윤리심판원 허위 명단' 사실이 알려진 후 "확실하지 않은 정보로 문자행동 자제해달라" "이 의원의 활동폭을 제한시키는 일이 된다. 단체문자나 욕설, 맹목적 비난은 자제하면 좋겠다" "사실이 맞다고 해도 문자폭탄을 날리거나 험악한 언어, 행동을 하면 이 의원 운신의 폭이 좁혀진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 등의 호소글이 올라오고 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이후 주요 쇄신 과제로 '강성 팬덤 정치와의 결별'을 외치고 있지만, 호소에 그칠 게 아니라 당 차원의 대응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당이 (강성 팬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당에 소속된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위법 행위는) 고발 조치도 해야 한다. 자정을 기대하기엔 당이 너무 오염됐다"고 평가했다.

차기 당대표 출마를 앞둔 이 의원으로선 당내 우려가 커진 '강성 팬덤'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가 난제로 떠올랐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강성 지지자와의 관계는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이다. 너무 가까이해서도, 멀리할 수도 없다. 지금 강성 지지층(의 뜻대로) 가면 더 큰 정치를 하는 데 지장이 된다. 그렇다고 정치인들은 자기 지지층을 멀리 할 수는 없다. 적절한 균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쉽지 않기 때문에 전략을 짜고 반복적으로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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