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에서 공개 설전…권성동, 중재 '진땀'
국민의힘 이준석(오른쪽)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20일 최고위원회의 공개 여부를 두고 또 충돌했다. 사진은 지난 16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배 최고위원의 악수 요청에 얼굴을 쳐다보지 않는 이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친윤계로 분류되는 배현진 최고위원이 20일 또다시 충돌했다. 당 혁신위원회 설치와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추천 등 현안을 두고 부딪혔던 것에 이어 이번에는 회의 공개 여부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 회의가 공개와 비공개로 나눠서 진행되는데, 비공개 부분에서 나왔던 내용들이 자꾸 언론에 따옴표까지 인용돼 보도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이어 "최고위 의장 직권으로 오늘부터 비공개회의에서 현안 논의는 하지 않겠다. 안건 처리만 하도록 하겠다"면서 "최고위원들은 현안에 대해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공개회의에서 모두발언 끝에 붙여 말씀해주면 고맙겠다"고 했다.
최근 여당 최고위 비공개회의에서 논의된 당 현안 관련 내용들 보도됐다.
지난 16일 열렸던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 이 대표가 안철수 의원의 최고위원 인선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땡깡(생떼) 부린다"고 불만을 표출하자, 배 최고위원은 안 의원이 추천한 인사 2명을 수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언급하며 "졸렬해 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3일에도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를 향해 "혁신위가 자잘한 사조직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며 "어느 국회의원이 참여하겠다고 나서겠느냐"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 출범 때 결정되지 않은 '공천 개혁' 의제가 포함된 것에 대한 지적이었다.
배 최고위원은 모두발언에서 "그동안 최고위원 회의를 할 때마다 참 답답했다. 최고위원들이 속사정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내용들이 낱낱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부끄러울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며 "현안 논의를 하지 않아야하는 것이 아니라 비공개회의를 좀 더 철저히 단속해 당내 필요한 내부 이야기는 건강하게 이어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고위원들의 모두발언이 끝나자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제시된 국제위원장 임명의 건에 대해 의견이 있으신 분들은 제시해 달라"고 했다. 최고위원들의 모두발언이 끝나면 비공개회의로 전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자 배 최고위원은 "비공개 회의를 이렇게 일방적으로 없애면 어쩌냐"며 "그동안 내내 최고위원회의를 하는 동안 비공개회의(에서 나온) 내용들이 공개돼 제가 회의 단속을 해달라고 제안하지 않았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표는 "발언권을 득해서 말씀하라"며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공개 최고위에서 나온 내용들이 누차 누출되면서 실제로 언론에서 특정인이 참석했을 때 유출이 많이 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기에 저는 더 이상 이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며 사실상 배 최고위원을 유출자로 지목했다.
배 최고위원은 "대표께서도 스스로 많이 유출하시잖느냐"면서 "심지어 본인이 언론과 만나 얘기한 것을 누구의 핑계를 대면서 비공개회의를 하는 건가"라고 맞받았다.
이 대표와 배 최고위원의 감정싸움이 격해지자 이들 가운데에 앉은 권성동 원내대표가 "그만합시다"라고 중재하면서 "비공개회의를 하겠다"고 했다. 조수진·정미경·윤영석·김용태 최고위원들도 심각한 표정으로 상황을 바라봤다. 이 대표가 발언을 하자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마이크를 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