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불가론'에 민주당 당권 대진표 안갯속
입력: 2022.06.20 00:00 / 수정: 2022.06.20 17:14

친문, 세대교체론 띄우며 눈치싸움…선수별 갑론을박

이재명 의원이 당권 도전에 대해 침묵을 유지하는 가운데, 이재명 불가론이 수면 위로 올라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선화 기자
이재명 의원이 당권 도전에 대해 침묵을 유지하는 가운데, '이재명 불가론'이 수면 위로 올라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대표 출마 여부에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이재명 불가론'을 외치는 목소리가 부각되고 있다. 비명(非이재명)계 의원들은 '97(90년대 학번·70년대생) 세대교체론'을 띄우며 이 의원 불출마를 연일 압박하고 있다. 유력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눈치를 살피며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는 모양새다.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 의원은 선거 패배 평가에 대한 윤곽이 잡혀야 본격적인 당권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6·1 지방선거 후 2주가 지난 현재 민주당 내에선 '이재명 당대표 불가론'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당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 41명은 지난 16일 입장문을 통해 "다르게 생각하고, 새로운 구상을 갖춘 세력과 인물이 부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세대교체론'을 주장하며 사실상 이 의원 불출마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됐다.

지난 15일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초·재선 의원들의 대선·지선 평가 토론회에서도 "당권과 대권은 다르다(신동근 의원)" "연이은 패배에 책임 있는 부분과 계파 갈등을 유발하는 이런 분들은 이번 전당대회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겠냐 의견이 있었다(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 고영인 운영위원장)"등 이 의원 불출마에 무게를 둔 목소리들이 나왔다.

세대교체론은 이 의원의 출마를 어렵게 하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97그룹 의원들이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오른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강훈식·전재수·강병원·박주민 의원. /국회사진취재단
세대교체론은 이 의원의 출마를 어렵게 하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97그룹 의원들이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오른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강훈식·전재수·강병원·박주민 의원. /국회사진취재단

당내 97그룹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세대교체론'은 이 의원을 포위하며 그의 출마를 전방위로 가로막는 전략이라고 정치권은 보고 있다. 전당대회에 친문이나 586세력이 모두 출마하지 않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새로운 인물을 띄워 '기성 vs 신진' 구도로 이 의원의 출마 결심 자체를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광재 전 의원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 의원과 전해철·홍영표 의원 불출마를 촉구하며 세대교체론 운을 띄웠고, 전 의원도 "책임질 분들이 책임지는 그런 분위기가 된다면 저 역시 반드시 출마를 고집해야 하느냐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고 힘을 실었다.

97그룹인 강훈식·박주민 의원은 주변으로부터 전당대회 출마 요구를 받고 있으며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강병원·박용진·전재수 의원도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을 비롯해 유력 당권주자(전해철 홍영표)들이 눈치보면서 출마를 저울질하는 사이 당권에 뛰어든 인물도 있다. 5선 중진 설훈 의원은 17일 당대표 출마를 잠정 선언하면서 "대선 후보였던 그분이 가장 책임이 많은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이 의원을 견제했다.

'사법 리스크'도 이 의원 출마 결단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윤석열 정부 들어 검·경찰은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성남FC 후원금·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이 의원을 겨냥한 수사망을 좁혀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정치보복, 사법살인 기도를 중단하기 바란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언론에 공개된 선수별 목소리가 과대대표된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초선들 사이에선) 의견이 다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어차피 갈등이 내재해 있고 분출돼야 할 에너지라면 다 분출하는 게 낫다. 뭉갠다고 뭉개지는 게 아니다. 불출마 대상을 선정하는 기준도 분명치 않다. 대선 후보만 지선 책임을 지라고 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본다. 다 나오면 되지 않겠나"라며 더민초의 의견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유력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홍영표, 전해철 의원은 세대교체론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은 이 의원의 출마 결심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선화·이동률 기자
유력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홍영표, 전해철 의원은 '세대교체론'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은 이 의원의 출마 결심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선화·이동률 기자

당사자인 이 의원은 국회 등원 첫날 당대표 출마에 대해 "전당대회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라고 한 뒤 줄곧 침묵을 지키고 있다. 17일 경제 위기 상황에 대해 "복합위기에는 긴급하고 근본적이며 거국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메시지를 남기고, 국회에서 열린 재생에너지 관련 토론회에 참석하는 등 민감하지 않은 사안에 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18일에는 지역구인 인천 계양산에서 지지자들과 소통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과격한 표현, 거친 표현, 억압적 행동 이런 것들이 최근 문제가 되는데 그런 것들은 오히려 적개심을 강화할 뿐"이라며 문자폭탄 등 과격 행위 자제를 호소했다.

이 의원에게 책임론을 묻기 위해선 대선·지선 평가 과정이 수반되야 하기 때문에 비대위 산하 대선·지선평가단의 성과가 어느 정도 나온 후에야 이 의원이 출마 여부를 확정할 가능성도 있다. 친명계 역시 대선과 지선 패인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친이재명그룹인 7인회 소속 김병욱 의원은 지난 15일 조응천 의원으로부터 '이 의원 불출마' 질문을 받고 "냉정하게 패인을 분석하고 그 속에서 책임도 경중이 있는 거고, 다양한 방법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18대 대선 후 문희상 비대위는 외부위원 5명을 포함해 9인으로 구성된 대선평가단을 출범했고 약 2달 반 활동 끝에 대선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당시 보고서는 '친노 비노간 계파문제'를 대선의 주요 패인으로 꼽아 내홍을 키운 바 있다. 이번에는 8월 말 전당대회를 앞둔 만큼 이전보다 신속한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박재호 비대위원은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서 외부인사 중심으로 위원 추천을 받고 있다. 다음 주쯤 (구성)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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