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만큼 참았다?…'처럼회 해체론' 번지는 민주당
입력: 2022.06.16 00:00 / 수정: 2022.06.16 00:00

지선 이후 '비(非)명' 사이 해체 요구 본격화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의 주체였던 강경파 의원 모임 처럼회 해체 요구가 속출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대선과 지선 패배 요인으로 처럼회 소속 강경파 의원들과 지지자들이 보인 팬덤 정치 행태가 민심을 민주당으로부터 돌아서게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용민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의 주체였던 강경파 의원 모임 '처럼회' 해체 요구가 속출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대선과 지선 패배 요인으로 처럼회 소속 강경파 의원들과 지지자들이 보인 '팬덤 정치' 행태가 민심을 민주당으로부터 돌아서게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용민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 주체였던 강경파 의원 모임 '처럼회' 해체 요구 목소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대선과 지선 패배 요인으로 처럼회 소속 강경파 의원들과 지지자들이 보인 '팬덤 정치' 행태가 민심을 민주당으로부터 돌아서게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들이 '계파 갈등'을 수면 위로 드러낼 우려도 함께 제기되면서, 처럼회를 향한 당내 갑론을박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처럼회에 소속된 의원은 총 22명으로 최강욱·김남국·김용민·이수진·황운하·박주민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 처리 과정에서 '위장 탈당'했던 민형배 무소속 의원도 처럼회 소속이다. 주로 이재명 의원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모여있어 '친이재명계' 모임으로 분류된다.

√ '이재명 책임론'에 '수박 논쟁'까지…공론장 나온 '처럼회 해체' 요구

민주당 안에서 처럼회 해체 여론이 본격화 된 것은 6·1 지방선거 패배 이후다. '친문(문재인)'계 의원들 사이에서 패배 요인으로 '이재명 책임론'을 주장했고, 이에 반발하는 처럼회 소속 '친명(이재명)'계 의원들은 '당의 요구에 따라 이 의원이 선거에 나선 것'이라며 반박했다. 이 의원의 강성 지지자들은 책임론을 제기한 의원에게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이재명 의원 지지자들 사이 친문 및 이낙연 전 대표 측 인사들을 비하할 때 쓰는 은어)이라며 비난, 욕설 등이 담긴 '문자 폭탄'과 댓글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정세균계 이원욱 의원과 이재명계 김남국 의원 사이 이른바 키보드 배틀(말싸움)이 페이스북에서 벌어졌고,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필요하다면 대표 수박이 되겠다거나, 수박 사진을 올리고 수박 맛있네요라며 강성 지지자들을 도발하는 내용의 글과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이원욱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이 과정에서 정세균계 이원욱 의원과 이재명계 김남국 의원 사이 이른바 '키보드 배틀(말싸움)'이 페이스북에서 벌어졌고,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필요하다면 대표 수박이 되겠다"거나, 수박 사진을 올리고 "수박 맛있네요"라며 강성 지지자들을 도발하는 내용의 글과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이원욱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이 과정에서 정세균계 이원욱 의원과 이재명계 김남국 의원 사이 이른바 '키보드 배틀(말싸움)'이 페이스북에서 벌어졌고,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필요하다면 대표 수박이 되겠다"거나, 수박 사진을 올리고 "수박 맛있네요"라며 강성 지지자들을 도발하는 내용의 글과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김 의원이 "국민에게 시비 걸듯이 비아냥거리는 글을 올려 일부러 화를 유발한다"고 이원욱 의원을 비판했다. 여기에 지지않고 이원욱 의원은 "'정치 훌리건'의 편을 드는 '친명 의원'들이 소속된 처럼회는 해산을 권유드린다"고 일침을 날렸다.

여기에 5선 중진 '미스터 쓴소리' 이상민 의원도 "민주당이 연이은 참패에도 '관성'대로 가게 된다면 다음 총선은 '쫄딱' 망하는 것"이라며 "처럼회를 포함해 공부 모임인 것처럼 둔갑된 '계파'성 모임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당내에서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갈등'을 감지하겠다며 당파가 분류되는 일부 모임들이 해체를 선언하기도 했다.

'비이재명계'인 당내 주류 세력들이 모임을 속속 해체하면서 친명계인 처럼회도 해산하라는 압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세균계는 앞서 '광화문포럼' 해체를 선언했고, 이낙연계도 모임 해산을 선언했다. 민평련계인 이인영 의원도 "당내 조직을 전부 해산할 필요가 있다"며 민평련을 탈퇴했다.

√ 당의 해체 요구·자진 해체 둘 다 없을 듯

처럼회 해산을 두고 당내 잡음은 커지고 있는 반면, 당 차원에서 해체를 요구하거나 소속 의원들이 해산을 선언할 지는 미지수다. 소속 의원들도 자진 해체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처럼회 해체 요구에 대해 "당내 여러 다양한 의원 모임이 존재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처럼회가 '친명계' 계파모임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도 "처럼회의 결의로 움직인 것으로 보지 않고 개인의 의사결정으로 진행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해체 요구에 '계파 모임이 아니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이 강성으로 분류되는 데에 대해서도 오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처럼회 소속 황운하 의원은 지난 14일 일부 언론에선 (처럼회 소속 의원들이) 강경 개혁파 의원들로 분류되고 있지만 사실 면면을 살펴보면 합리적이고 온건한 성향을 가진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소속 의원들은)무엇보다도 사적인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시대적 과제라 볼 수 있는 정치나 검찰 개혁의 과정에 기꺼이 순교자가 될 수 있다는 어떤 헌신의 각오가 돼 있는 분들이라고 모임의 성격을 해명했다. / 남윤호 기자
처럼회 소속 황운하 의원은 지난 14일 "일부 언론에선 ('처럼회' 소속 의원들이) 강경 개혁파 의원들로 분류되고 있지만 사실 면면을 살펴보면 합리적이고 온건한 성향을 가진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소속 의원들은)무엇보다도 사적인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시대적 과제라 볼 수 있는 정치나 검찰 개혁의 과정에 기꺼이 순교자가 될 수 있다는 어떤 헌신의 각오가 돼 있는 분들"이라고 모임의 성격을 해명했다. / 남윤호 기자

처럼회 소속 황운하 의원은 지난 14일 "일부 언론에선 ('처럼회' 소속 의원들이) 강경 개혁파 의원들로 분류되고 있지만 사실 면면을 살펴보면 합리적이고 온건한 성향을 가진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소속 의원들은)무엇보다도 사적인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시대적 과제라 볼 수 있는 정치나 검찰 개혁 과정에 기꺼이 순교자가 될 수 있다는 어떤 헌신의 각오가 돼 있는 분들"이라고 모임의 성격을 해명했다.

일부의 해체 요구에 황 의원은 "해체가 정답인가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하다"며 당원들과 의원들의 목소리에 경청하겠다고 주장했다. 계파 갈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처럼회가 해체하는 게 오히려 분열을 야기할 수 있다며 '해체 반대' 입장을 보인 것이다.

'검수완박' 당시 민주당을 탈당했던 민형배 의원도 15일 페이스북에 "급기야 '처럼회 해체론'이 등장했다"며 "근거도 논리도 빈약하기 짝이 없는 정치공세다. 안타깝다"며 사실상 해체 반대 입장을 보였다.

√ '국회의장 항의 방문' '한동훈 인청' '유튜브 출연 친문 저격'…처럼회의 활동 보니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부인하지만, 이들에게 '강성·강경'이라는 이름이 붙은 데에는 대선 패배 이후 '검수완박'을 주도한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강행 과정 가운데서, 민주당이 민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것도 이맘때 쯤이다.

지난 4월, 민주당은 법사위 1소위에 11명의 민주당 몫 중 5명을 처럼회 소속 의원(김남국·김용민·이수진·최강욱·민형배)으로 꾸렸다. 과정에서 법안을 밀어붙이기 위해 민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했고, 이를 두고 위장 탈당이라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사진은 법사위이면서 처럼회 소속인 이수진 의원, 김용민 의원, 박주민 의원. /김용민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 4월, 민주당은 법사위 1소위에 11명의 민주당 몫 중 5명을 처럼회 소속 의원(김남국·김용민·이수진·최강욱·민형배)으로 꾸렸다. 과정에서 법안을 밀어붙이기 위해 민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했고, 이를 두고 '위장 탈당'이라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사진은 법사위이면서 처럼회 소속인 이수진 의원, 김용민 의원, 박주민 의원. /김용민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 4월, 민주당은 법사위 1소위에 11명의 민주당 몫 중 5명을 처럼회 소속 의원(김남국·김용민·이수진·최강욱·민형배)으로 꾸렸다. 과정에서 법안을 밀어붙이기 위해 민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했고, 이를 두고 '위장 탈당'이라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국민의힘이 박병석 당시 국회의장의 중재안 합의를 깼을 당시 처럼회 의원들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원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의장실에 항의 방문을 하기도 했다.

또 지난 5월에는 처럼회 소속 의원들이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의 청문회 검증 과정에서 연이은 실수로 웃음 거리로 전락하기도 했다.

최강욱 민주당 의원은 한 후보자 딸의 노트북 기부와 관련해 영리 법인인 '한국쓰리엠'이 '한ㅇㅇ'이라고 표기된 것을 한 후보자의 딸 이름이라고 착각하는가 하면, 김남국 의원은 한 후보자 딸의 논문에 저자가 '이 모' 교수인 것을 한 후보자와 '이모'가 논문을 같이 쓴 것이라고 표기를 잘못 읽었다. 이수진 의원은 자신의 말에 한 후보자가 "잘 새기겠다"고 답하자 "비꼬는 거냐"며 호통을 치는가 하면, 청문 과정에서 다소 횡설수설해 청문회를 지켜보던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술을 마신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지난 14일 청문회 당시 처럼회 소속 의원들의 행동을 두고 "국민을 실망스럽게 했다"며 "스스로 지난 2년간 했던 정치적 활동에 대해 평가해보고 국민의 실망스러운 평가에 대해서는 스스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수진 의원이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청와대 출신 당 의원이 울면서 언론의 자유를 지켜달라며 언론 개혁을 반대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좌표를 찍힌 윤영찬 의원이 이 의원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다. / 유용화의 생활정치 유튜브 갈무리
최근에는 이수진 의원이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청와대 출신 당 의원이 울면서 언론의 자유를 지켜달라며 언론 개혁을 반대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좌표'를 찍힌 윤영찬 의원이 이 의원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다. / 유용화의 생활정치 유튜브 갈무리

최근에는 이수진 의원이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청와대 출신 당 의원이 울면서 언론의 자유를 지켜달라며 언론 개혁을 반대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로 인해 지지자들은 '범인 색출'에 나섰고, 용의선상에 가장 가까운 윤영찬 의원이 '좌표'를 찍혀 문자 폭탄과 욕설 댓글을 받았다.

윤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이쯤 되니 너무 황당해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이 의원과 같은 당 정치를 하는 데에 허탈감이 든다고 심경을 고백했다.

최강욱 의원이 지난 3월 성희롱 발언 논란에 휩싸였을 때도 강성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은 마찬가지였다. 화살은 당에 문제를 공론화시킨 박지현 당시 비대위원장에게 향했다. 당시 박 위원장은 최 의원의 성희롱 발언에 대한 당의 조사를 지시한 이후 하루 1만 개에 이르는 비난 문자폭탄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처럼회가 팬덤 정치와 얽혀 당심과 민심을 이반하고 있다는 지적은 당내에서 꾸준히 나왔다. 지선 패배 전까지는 의원들이 다른 목소리를 냈다가 지지자들로부터 공격받는 것이 두려워 숨 죽이고 있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다 최근 두 번의 선거 패배를 겪은 후 '이대로 간다면 당이 곪겠다'는 위기의식에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당의 입장으로 (대선 패배) 당시에는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움직임이었지만, (위장탈당 등) '검수완박' 과정에 있어서 국민의 동의를 구하기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다. 그 대목에서 (지선 패배 이후) 역풍을 맞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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