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권 정지' 예상…제 거취는 마음대로 정해지지 않아"
강용석 변호사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성 상납 의혹 등을 받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공개적으로 저격하고 있다. /서초=이동률 기자 |
[더팩트ㅣ서초=이철영·신진환 기자] 강용석 변호사는 '고소의 아이콘' '이슈 메이커' '우파 스나이퍼' 등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18대 국회의원이었던 그는 이제는 유튜버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고, 강성 우파의 전사로 진화했다. 직설적인 화법과 정치권 안팎 인사에 대한 공세 등으로 유명세를 이어가며 적잖은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6·1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출마로 얻은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다. 강 변호사는 무소속으로 선거에 나서 5만4758표를 얻었다. 예상 밖 저조한 득표율이었지만, 완주라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다. 강성 보수 지지자들의 신임을 얻으며 정치권 복귀 가능성을 한층 키웠다. 역설적으로 8403표 차로 고배를 마신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의 낙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이유로 '역적'으로 몰리기도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을 제기한 인물도 강 변호사다. 최근까지도 여당 당수를 공개적으로 저격하고 있다. 이 대표는 떳떳하다고 입장을 내면서 진실게임 양상을 보인다. 그러면서도 강 변호사는 국민의힘 입당을 노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보수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단아'와 '분탕 정치꾼'이라는 극과 극 평가를 받는다.
강 변호사는 이러한 엇갈린 시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또 지방선거 이후 '책임론'이 분출되면서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된 그는 어떤 행보를 계획하고 있을까. <더팩트>는 지난 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강 변호사를 만나 솔직한 속내를 들어봤다.
강용석 당시 경기도지사 무소속 후보가 지난 5월 20일 오후 경기 군포시 산본 중심상가 일대에서 유세를 하며 지지자들과 인사하는 모습. 강 변호사는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의 낙선 책임론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새롬 기자 |
-이번 경기지사 선거를 치른 소회는 어떠한가.
2004년 총선, 2012년 총선, 이번 선거에서 모두 낙선했다. 그래도 이번이 가장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선거 결과는 아쉽다. 최대 7%, 최소 3%대의 득표를 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런데도 선거 기간 중 저를 많이 좋아해 주신 분들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인터뷰 오기 전 라이브 방송에서도 많은 분이 격려해주셨다. 제게 불만을 품은 분들이 제 방송에 들어와 난리 칠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웃음)
-지금도 민주당 김동연 당시 후보의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진보 성향 정당의 후보 3명의 득표를 합하면 6만 표가 넘는다. 김동연 후보 때문에 김은혜 후보가 떨어진 것이다. 김동연 후보가 출마하지 않았다면 김은혜 후보가 무조건 (당선)됐다.
-유튜브채널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 대표는 자기가 강 변호사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비밀리에 김은혜 후보 측과 단일화 협상을 주도해왔지만, 강 후보 측이 단일화에 반대했다는 주장에 대해 할 말이 있나.
김 대표에게 전권을 준 적이 없다. 5월23일 아침 (단일화에 대해) 아무런 대화가 안 되는 것 같아 (김은혜 후보 측과 연락을) 끊으라고 했다. 그다음 날 보니, 김 대표는 연락을 끊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 때문에 제가 그쪽(김은혜 후보 측)에 "여긴(김 대표)는 더는 대리 권한이 없으니 접촉하지 마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김 대표는 뒤통수를 맞았다고 하는 것 같다. 후보가 (연락을) 끊으라고 했는데, 안 끊은 사람이 뒤통수를 친 것 아닌가.
-이번 선거를 계기로 창당설이 있다.
창당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국민의힘에) 입당을 한번 해야 한다. 이번에는 입당 신청을 하면 최고위원회까지 올라가고 말고 할 게 없다. 서울시당에서 결정하고 끝날 거다. 물론 서울시당에서 결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가장 좋은 건 입당을 신청하고 일주일 지난 뒤 당연 입당하는 것이다.(국민의힘 최고위는 지난 4월 강 변호사의 입당을 불허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오는 24일께 회의를 열고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 관련 징계를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3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떳떳하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이선화 기자 |
-오는 24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과 관련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어떻게 될 것 같나.
(이 대표의) 죄가 센 게 너무나 명백하다. 더군다나 증거 위조도 어마어마하다. 경찰에서 조사를 어느 정도 한 것 같다. 경찰은 이 대표 측근인 김철근 대표실 정무실장이 성 상납 의혹 제보자를 만난 일로 불러다 조사를 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에 간 것은 솔직히 도망간 것이다. 자기도 (의혹을 털어낼) 자신이 없는 거다. 이 대표가 당 윤리위로부터 '당원권 정지' 정도의 징계를 받지 않겠나 생각한다.
(가세연은 이 대표가 지난 2013년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전 대표로부터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고가의 화장품 세트와 명절 선물 등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지난해 12월 제기했다. 가세연 등은 이 대표를 알선수재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고발된 혐의가 수사 개시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경찰에 이송했다. 한편,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김 전 대표는 국민의힘 윤리위에 참고인으로 공개 소환해달는 요구했다. 이 내용은 김 전 대표의 한 측근이 8일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이재명 민주당 의원의 당선은 어떻게 보나.
(이 의원은) 의도를 들켰다. '방탄'(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이미지가 덮어졌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에서도 '방탄'을 하지 않겠다 했다. 그러면 이 의원이 국회의원이 된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검찰은 한 사람을 완전히 보내버리려 할 때, 여러 혐의를 건건이 기소한다. 재판 하나 진행 중에 또 기소하는 식이다. 검찰은 재판을 2개, 3개, 4개 씌워 (어느 대상을) 똘똘 말아나간다. 완전히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검찰이 (이 의원을) 딱 이렇게 하려는 게 보인다.(수사기관은 이 의원의 성남 FC 후원금 의혹 사건, 배우자 김혜경 씨를 둘러싼 이른바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강용석 변호사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서초=이동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이다. 그간 윤석열 정부를 평가한다면.
(윤 대통령이) 뭔가 성과를 내려고 먼지 하지 않고, 차분히 일을 해나가는 게 좋아 보인다. 특히 윤 대통령이 출근길에 기자들과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을 하는 게 가장 좋아 보인다. 인사 편중 문제를 지적하기도 하는데, 자기와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하는 게 옳은 것 아닌가. 문재인 전 대통령도 선거 때 도와준 사람들을 청와대로 데려가지 않았나. 아예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요직에 앉히나.
-본업과 유튜브 방송 외 하고 싶은 일이 더 있는가.
지상파·뉴스전문채널 방송사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시사프로그램 진행을 해보고 싶다. (정치) 성향을 전혀 가리지 않겠다. 처음에는 출연료를 받지 않아도 좋다. 시청률이 잘 나온다면 (방송사 측에서) 알아서 대우해줄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시청률로 보답하겠다.(웃음)
-앞으로 계획은 뭔가.
제 생각대로 흘러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야말로 상황이나 민심 등 여러 가지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이제부터는 낚싯대를 던지고 시간을 낚으려 한다. 정치는 헤어진 지 오래된 첫사랑 같은 그런 느낌이다. 때 되면 생각나는, 제 마음대로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다. 이제는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하냐, 아니냐의 문제는 아니다. 이제는 그런 의미가 없어졌다. 제가 제 거취를 정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