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시대' 연 尹, 취임 한 달 만에 확 바뀐 '대통령 문화'
입력: 2022.06.10 00:00 / 수정: 2022.06.10 00:00

'청와대 개방·약식 회견·식사 정치' 등 화제

윤석열 대통령 취임 한 달, 대통령의 문화가 확연히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한 달, '대통령의 문화'가 확연히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허주열·곽현서 기자] "저는 원래 '한 달 됐다', '1년 됐다'에 대한 특별한 소감 같은 거 없이 살아온 사람이고 열심히 해야죠. 지금 시급한 현안들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취임 한 달 소감과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특별한 소감은 없다고 했지만, 윤 대통령 취임 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인사'와 관련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고, 크고 작은 사건사고도 있었다. 그렇지만 역대 대통령과는 확연히 다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윤 대통령 취임 후 달라진 '대통령의 문화'를 모아봤다.

윤석열 대통령의 새 집무실로 사용되고 있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새 집무실로 사용되고 있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 /뉴시스

#1. '대통령 용산 시대'와 대한민국 권력의 상징 '청와대 개방'

윤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대통령 집무실은 청와대에서 서울 용산 옛 국방부 청사로 바뀌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74년 만에 대통령 집무실이 바뀐 것이다. 우리 현대 정치사의 핵심 공간이었던 청와대는 즉각 국민에게 개방됐다. 5월 10일부터 6월 8일까지 청와대 누적 관람객 수는 75만8394명에 이른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실적 제약과 '안보 공백' 등 여러 우려를 뚫고 제왕적 대통령제의 상징인 청와대를 벗어나 새로운 대통령 시대를 개척했다"고 평가했다.

'대통령 용산 시대'의 가장 큰 변화는 그간 볼 수 없었던 출퇴근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국민과 기자들이 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현재 서초구 서초동 자택에서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퇴근하는 윤 대통령은 관저로 사용할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 리모델링 공사가 끝난 후에는 한남동에서 출퇴근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왼쪽은 강인선 대변인.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왼쪽은 강인선 대변인. /뉴시스

#2. 출근길, 기자들과 소통하는 첫 대통령

윤 대통령의 출퇴근은 도어스테핑(doorstepping, 약식 회견)으로 이어졌다. 이는 기존에 우리나라에 없던 문화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아침에 첫 출근한 5월 11일을 시작으로 9일까지 총 12번 출근길에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받았다. 용산 청사 대신 현장으로 출근하는 날과 휴일 등을 제외하면 가능한 모든 날 기자들과 출근길 약식 회견을 했다.

일각에선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메시지가 대변인실을 거치지 않고 자주 나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때로는 윤 대통령의 약식 회견 발언이 역풍을 부르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의 현안에 대한 생각을 출근길마다 들을 수 있게 된 것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소통' 시도라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많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전 용산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이 12번째 도어스테핑이었는데, 인수위 때부터 (윤 대통령이) 오가면서 기자들과 소통을 많이 했고, 그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대통령 취임 후에는 더욱더 그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국민의 궁금증에 매일 대답하는 대통령으로 안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역대 대통령과 비교 불가능한 소통 방식과 횟수를 통해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윤 대통령이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질답을 나누는 모습은 당내에서도 '신선하다'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최상목 경제수석 생일을 맞아 서울 종로 인근 피자집에서 김대기 비서실장, 김용현 경호처장, 최상목 경제수석과 함께 오찬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최상목 경제수석 생일을 맞아 서울 종로 인근 피자집에서 김대기 비서실장, 김용현 경호처장, 최상목 경제수석과 함께 오찬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3. 국민과 잦은 소통…노출된 '식사 정치'도 화제

윤 대통령은 평일 점심시간이나 주말을 이용해 국민들과 수시로 어울리는 깜짝 소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취임 당일 삼각지 경로당 및 놀이터 방문을 시작으로 △주말 백화점 신발 구매 및 전통시장 방문 △집무실 인근 국숫집과 빵 가게 방문 △'청와대 개방 특집' 열린 음악회 감상 △주말 한강변 애완견과 산책 △천안함 셔츠와 모자를 착용하고 개방된 청와대 방문 △종로 피자집에서 점심 후 청계천 산책 등 국민들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자주 대통령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또한 윤 대통령이 다녀간 식당이 연일 화제가 되면서 일각에선 '윤슐랭(윤 대통령+미슐랭) 가이드'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통령실 측은 "청와대라는 밀폐된 공간을 나와 시민과 같은 공간 속에서 생활하는 최초의 대통령"이라며 "용산 시대 대통령 부부의 일상을 시민들이 직접 목격하는 새로운 경험"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제42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및 5·18 민주화운동 희생영령에 대한 묵념을 하는 모습.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제42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및 5·18 민주화운동 희생영령에 대한 묵념을 하는 모습. /뉴시스

#4. 보수의 고정관념 깨트린 파격적인 '통합 행보'

윤 대통령의 요청으로 국민의힘 의원 전원은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또한 지난 6일 제67회 현충일 추념식에도 여당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모두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5·18 기념식, 국회 시정연설 등에서 강력한 통합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외에 통상 대통령 취임 두 달 뒤에 성사(문재인 정부 51일, 박근혜 정부 71일, 이명박 정부 54일 등)되던 한미 정상회담을 역대 가장 빠른 11일 만에 개최해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국민과 전 세계에 각인시킨 것도 이례적 풍경으로 꼽힌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 취임 한 달간 대통령 집무실을 옮겨 '용산 시대'를 연 것, '청와대를 개방'한 것, 조기에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고 성과를 낸 것, '북한 도발'에 즉각 대응하며 안보 문제에 있어 국민에게 신뢰를 준 점 등이 신선하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며 "지금의 평가와 지방선거 승리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에 굉장한 추진력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도 승리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취임 한 달을 안전하게 잘 맞이했다"며 "중앙권력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명실상부 다 가져왔기 때문에 앞으로 국정운영에 탄력받을 것이라 본다. 민생 관련 정책이나 법안들을 속도감 있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또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 원장은 "검찰 출신 인사가 너무 많다는 건 깊이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라며 "검찰이 아무리 능력 있고 실무 경험이 뛰어나더라도 특정 직종이 과다하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게 국민들의 인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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