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 구성 협상 평행선…국회 공백 장기화
입력: 2022.06.09 00:00 / 수정: 2022.06.09 00:00

與 인사청문회, 野 '발목잡기' 부담…"타협 방안 모색"

지방선거 이후 여야가 원구성 협상을 재개했지만 기존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지난 4월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만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남윤호 기자
지방선거 이후 여야가 원구성 협상을 재개했지만 기존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지난 4월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만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여야가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을 재개했지만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지도부 선출과 맞물려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하기까지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입법부 공백 기간을 오래 둘수록 인사청문회, 입법 과제 등 현안 처리에 대한 여야의 정치적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였다. 국민의힘 송언석·민주당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8일 만나 원 구성 논의에 착수했지만 의미있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6·1 지방선거 참패로 민주당이 내홍을 겪으면서 선거 후 8일 만에야 겨우 마련한 자리였지만 여야 수석원내부대표는 빈손으로 돌아갔다.

양측 모두 법사위원장직을 양보하지 못한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임 원내대표 간 합의는 검토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현행 국회법은 전반기 2년과 후반기 2년으로 나뉘어 있다"며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의 법적 주체인 원내대표들이 백지, 원점에서 논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지난 합의 때처럼 민주당이 '법사위 제도 개선' 문제를 협상 카드로 들이밀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7월 윤호중 당시 원내대표가 후반기에 법사위원장직을 양보하기로 했던 합의를 지키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합의 이행' 논리에 따르자면 법사위 개선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여야 합의에서는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기한 초과시 본회의 자동 부의 기간을 120일에서 60일로 단축하는 제도 개선에 그쳤다.

박홍근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8일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해 법사위 권한 축소를 제안했다. /이선화 기자
박홍근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8일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해 법사위 권한 축소를 제안했다. /이선화 기자

박 원내대표는 "(법사위가) 체계·자구 권한을 남용·월권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확실한 장치를 만들자고 했는데 이것과 국민의힘이 (후반기에) 법사위원장을 맡는다는 게 연동돼 있었다. 그런데 법사위 문제가 바로잡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진 수석부대표도 "원 구성 협상과 무관치 않아서 이 문제도 함께 다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진 수석부대표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저쪽도, 저희도 입장 변화가 없어서 (타협 방안이 있을지) 아직 모르겠다"며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권한이 폐지된다면 여야가 법사위원장을 맡아야겠다고 고집할 이유가 없어질테니 (협상에) 유연성과 탄력성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측은 법사위 제도 개선 문제까지 협상 테이블에 놓을 경우 합의가 더 지연될 수 있다며 논의 대상을 상임위 재배분으로만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제기한 법사위 권한 축소 조정안에 대해 "법사위를 법제위와 사법위로 분리하고 사법위는 우리를 주고 법제위는 민주당이 가져가겠다는 속셈인 것 같다"며 "결국 (법사위원장을) 돌려주지 않겠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한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여야는 국회의장단 선출과 상임위 배분 문제를 연동할지를 두고도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상임위 배분 협의가 늦어지면 국회의장단을 먼저 선출하자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국회의장단과 상임위 배분을 동시에 처리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으로선 '자당 출신' 국회의장을 선출하면 의장 직권상정으로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잡을 수 있을 것이란 노림수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체계 자구 심사권을 가지고 있어 법사위원장직을 확보하면 자당의 입법 과제를 처리하기 수월해진다고 보고 있다. 검수완박 법안 처리 과정에서도 법사위원장인 박광온 민주당 의원의 역할이 컸다. /국회사진취재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체계 자구 심사권을 가지고 있어 법사위원장직을 확보하면 자당의 입법 과제를 처리하기 수월해진다고 보고 있다. '검수완박' 법안 처리 과정에서도 법사위원장인 박광온 민주당 의원의 역할이 컸다. /국회사진취재단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 '법사위원장 사수'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국회의장단 선출을 먼저 양보하면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내주는 명분을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당내에서도 미묘한 기류도 감지된다. 6·1 지방선거 '참패'로 쇄신 요구를 받고 있는데 법사위원장직을 고집하면 선거 패배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 '독주 프레임'에 또 갇힐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겉으로는 법사위를 고집하겠지만 실질적인 협상에서는 법사위원장을 내주는 대신에 운영위, 예결특위, 행안위 등 주요 상임위를 가져오는 방안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야가 조만간 타협안을 도출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국회 공백 장기화는 양측 모두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이날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 공백 상태가 장기화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에 두 정당이 뜻을 같이했고, 공백 상태 해소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협상을 계속하자는 원칙에는 공감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결격 사유가 뚜렷한 윤석열 정부 장관 후보자를 보호하기 위해 인사청문회를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도 있다. 현재 국회 인사청문회를 대기하고 있는 고위 공직자는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창기 국세청장 후보자, 김승겸 합참의장 후보자, 김주현 금융위원장 등 5명이다. 이 가운데 김창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법정 시한은 훌쩍 넘겼다. 박 후보자에 대해선 오는 18일까지 청문회를 해야 한다.

화물연대 총파업에 돌입한 단체 측이 요구하는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등 현안도 입법부에서 처리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안전운임제는 과로·과속 등을 막기 위해 화물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는 제도로, 올해 종료된다. 진 수석부대표는 이에 대해 "원 구성이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돼야만 정상적인 입법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원 구성이 타결되는 게 중요하다는 데 (여야가)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 새 지도부가 출범하는 오는 10일 전까지는 원내 협상에서 실질적인 진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측은 원 구성 배분이 새 지도부와도 논의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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