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계 vs 이준석' 당권 놓고 경쟁하는 모양새
연이은 선거 승리에도 국민의힘에는 전운이 감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친윤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권을 놓고 원색적인 비난이 오고가면서다. 이 대표가 혁신위원회를 띄우고 우크라이나로 몸을 싣자, 정진석 국회 부의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성급했다"며 비판했다. /이선화 기자 |
[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벼랑 끝에 내몰렸다. 우크라이나 방문과 혁신위원회를 띄우며 존재감을 드러내자 '윤핵관'으로 불리는 친윤계 의원들이 대립각을 세우고 나서면서다. 여권 권력투쟁의 전초전이 형성되는 가운데,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오는 24일 전후로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 관련 징계 논의에 착수한다. 윤리위 결정에 따라 이 대표 거취가 결정되는 만큼 당권 레이스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 대표는 최근 당내 혁신위 기구 설치를 통해 '정당 혁신' 이슈를 선점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연이은 전국 단위 선거에서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은 만큼 흐름을 타고 당내 주도권을 손에 쥐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 대표를 향한 당내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이 대표가 대대적으로 선언한 '공천 개혁은' 정치권에서 당내 주류 세력을 겨냥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대표의 혁신위 발족이 2024년 총선에서 '친윤계' 의원(윤석열 대통령 측근 의원)들의 공천권 행사를 막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친윤계 맏형 격이자 5선 중진인 정진석 의원은 가장 먼저 공개적인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8일 이 대표와 '내로남불', '개소리'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주고 받았다. 정 부의장이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행(行)과 혁신위 구성 등을 두고 '자기 정치'라고 비판하며 시작된 갈등이 감정싸움으로 번진 것이다.
정 부의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 선배의 우려에 대해 이 대표는 조롱과 사실 왜곡으로 맞서고 있다. 정치 선배의 우려를 '개소리' 치부하는 만용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이냐"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자 이 대표는 우크라이나 방문 중임에도 정 의원의 글이 게재된 지 30여 분 만에 "사람 언급해서 저격하신 분이 저격당하셨다고 불편해하시면 그 또한 내로남불"이라며 "당의 최다선이자 어른에 정치 선배를 자처하시면서 선제적으로 우리 당내 인사를 몇 분 저격하셨습니까. 대표, 최고위원, 최재형 의원까지"라고 힐난했다.
이와 관련 당내에서도 찬반 입장을 피력하면서 공방이 점차 확산하는 모양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의 혁신위 구성과 관련, "어떤 부분을 논의할지에 대해 먼저 정하고 발족하는 것이 맞았다"며 "당원과 의원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광범위하게 거치는 작업이 선행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윤호 기자 |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 대표의 혁신위 추진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조금 성급했다는 측면이 있다"며 "혁신위를 발족하려면, 혁신위의 구성부터 어떤 임무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 숙고하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보이는 안철수 의원도 '(이 대표가) 생각이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끼면서도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고 압박하는 자세를 취했다.
반면, 조해진 의원은 "혁신위 출범은 잘한 것"이라며 옹호했다. 조 의원은 지난 4월,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 '윤심'(윤석열 대통령 마음)을 등에 업은 권 의원에게 큰 격차로 패배했었다. 조 의원이 이 대표를 두둔한 것 역시, '친윤계' 의원에 견제구를 날리며 당권 개편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혁신위를 둘러싼 당내 불협화음은 차기 당권을 둔 주도권 싸움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대표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지만 '성상납 의혹' 징계 여부로 조기 퇴진 우려가 제기되자 당권 도전 물망에 오른 인사들이 이 대표 흔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결국,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에 대한 윤리위 판단이 '권력 싸움' 구도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윤리위 징계 수위는 제명·탈당 권고·당원권 정지·경고 4단계다. 이 대표가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인 경고 처분만 받아도 당 대표직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 측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문제 되는 행위가 없기에 윤리위 결과는 걱정거리가 되지 않는다"며 결백을 강조했다. 더 나아가 당 윤리위를 향해 공개회의를 요구하며 정면 돌파를 각오하는 모습이다. 반면, 윤리위는 이 대표의 유·무죄 여부와 상관없이 의혹 자체가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친윤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를 흔드는 이유다.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지난 대선 때 노출했던 집안싸움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결국 당권을 쥐고 이 대표를 흔드는 모습은 분명한 것 같다"며 "과거 친이, 친박 간 극심한 계파 갈등이 떠오르는 만큼 진짜 혁신이 필요한 때 같다"고 말했다.
한편, 24일 열리는 윤리위는 이양희 위원장을 포함해 9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들이 이 대표 징계안을 두고 만장일치로 결론 내지 못할 경우 표결이 진행된다. 위원회 과반인 5명 출석에 3명이 찬성하면 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