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진한 진보당·후퇴한 정의당…엇갈린 성적표 이유는?
입력: 2022.06.06 00:00 / 수정: 2022.06.06 00:00

전문가 "진보 정당 바꿔보자는 진보 지지 여론 반영된 것"

여영국 정의당 대표와 이은주 원내대표 등 의원들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정의당 대표단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남윤호 기자
여영국 정의당 대표와 이은주 원내대표 등 의원들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정의당 대표단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진보 정당의 6·1 지방선거 성적표에 지각변동이 생겼다. 원외 정당인 진보당이 원내 정당인 정의당에 앞서는 결과를 낸 것이다. 정의당은 비례대표를 포함해 광역·기초의원 9명을 배출했다. 이에 반해 진보당은 광역·기초의원 20명이 당선됐고, 전국 유일 진보 정당 자치단체장 1명을 당선시키는 쾌거를 거뒀다. 두 당의 '전진'과 '후퇴'를 가른 요인이 공교롭게도 '지지 기반'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전문가는 진보당의 선전이 정의당의 실망에 따른 '진보 정당 교체 여론'이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37명을 배출했던 정의당은 호남에서 광역의원 3명, 강원과 전남 등에서 일부 기초의원 등 총 9명만 당선됐다. 정의당은 이번 선거에 이정미 전 대표가 인천시장, 여영국 대표가 경남지사 후보로 도전했지만 득표율은 각각 3.17%, 4.01%에 그치며 모두 낙선했다.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의 득표율은 1.21%였다. 광역지자체장은 물론 시군구청장과 재보궐선거에도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이어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투표에서도 정의당은 4년 전 9.69%를 득표해 비례대표 1명이 서울시의회에 입성했지만, 이번에는 4.01% 득표하며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광역 비례 의원으로 전남과 전북에서 각각 한 명씩이 당선된 것을 제외하면 시군구의원으로 7명이 당선됐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37명이 당선된 것에 비하면 저조한 수치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진보당 김종훈 동구청장 후보가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꽃목걸이와 꽃다발을 들고 지지자들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뉴시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진보당 김종훈 동구청장 후보가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꽃목걸이와 꽃다발을 들고 지지자들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뉴시스

오히려 정의당보다 더 나은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원외 정당'인 진보당이었다.

진보당은 이번 선거에서 전국 21명의 당선자를 냈다. 일단 괄목할만한 것은 진보 단일후보로 울산 동구청장 도전에 나선 김종훈 후보가 당선됐다는 점이다. 김 후보는 진보 후보 단일화 이후 양자 대결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상대인 국민의힘 천기옥 후보를 제치고 전국 유일 진보당 출신 구청장으로 당선되는 영광을 누렸다.

앞서 진보당은 한 곳 이상의 기초단체장 당선과 16개 광역시도 전역에서 당선자를 배출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김종훈 후보의 당선으로 절반의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이외에도 진보당은 시도의회 광역의원으로 3명이 당선됐고, 시군구의회 기초의원으로는 17명이 당선됐다.

정의당의 패인으로는 △거대 양당의 초접전이었던 대선 이후 3달 만에 치러진 지방선거였다는 점 △정의당 지지 기반의 약화 △故노회찬 전 의원, 심상정 의원을 이을 당내 '스타 정치인'이 부재한 점 등이 꼽힌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그간 정의당이 진보 정당을 대변했지만, 지난 대선 때 정의당의 행보에 대해 상당히 실망한 국민들이 많다는 것"이라며 "대선 당시 (민주당과의 단일화 관련) 정의당에 대한 불만과 비난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다시 정의당에 표를 줄 가능성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박 평론가는 "또 이번 지선에서도 정의당을 살펴보면 (군소정당으로서) 눈에 띄는 인물이나 정책이 없었다"며 "그러다보니 거대 양당을 지지하지 않는 진보 지지자들의 경우 '이번 기회에 진보당으로 바꿔보자'하는 여론이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와 이은주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 심각한 표정으로 자리하고 있다. 정의당 대표단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남윤호 기자
여영국 정의당 대표와 이은주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 심각한 표정으로 자리하고 있다. 정의당 대표단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남윤호 기자

정의당은 지난 2일 선거 패배에 따라 지도부가 총사퇴했다. 여영국 당 대표는 해단식 기자회견에서 "국민들께서 너무나 냉정한 판단과 엄중한 경고를 보내신 것에 대해 정의당 대표단은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성찰하고 쇄신하는 마음으로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정의당은 오는 12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당직 선거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선 평가와 앞으로의 당 전망에 대해서도 이 과정에서 토론 등이 이뤄질 계획이다.

정의당 관계자 A씨는 지선 결과에 대해 "그간 당이 지지 기반을 단단하게 만들고 있엇는냐 하는 점은 비판적으로 평가해야 할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이번 지선에서 중대 선거구제가 일부 시범 도입 도입됐음에도 여전히 군소정당에 유리하지 못한 환경이었음을 함께 지적했다.

A씨는 "중대 선거구제를 채택하는 것은 의미 있는 변화이기도 했지만 제도 결정에 있어 많이 지연됐다. 선거구 획정도 법정 시한을 한참 넘겼고 중대 선거구제도 늦게 채택됐다"라며 "그러다보니 당도 후보자도 제도 변화를 준비하는 데 있어 시간이 부족해 버거웠다. 그런 조건의 한계도 (지선 패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전했다.

사진은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다당제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이선화 기자.
사진은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다당제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이선화 기자.

반면 진보당은 이번 지선에서 일어난 훈풍을 발판 삼아 진보 정당의 파도를 만들어 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군소 정당이자 진보 정당으로서의 단결과 발전을 위한 모색도 계속하겠다는 계획이다.

진보당 관계자 B씨는 지선 결과와 관련해 "거대 양당 정치의 흐름에서 저희가 원외 정당임에도 기회를 주신 유권자들에게 매우 감사드린다"고 운을 뗐다.

진보당은 지난 지선에 비해 당이 약진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주민대회 개최 등을 통해 지역민·노동자·농민 등의 권익 보장을 위한 현장 기회 마련을 통한 '지지 기반'을 마련한 점을 꼽았다.

다만 B씨는 '정의당의 패착이 진보당의 선택 요인이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당선자가 나온 울산 동구의 경우에도) 노동당, 정의당과의 단일 후보를 저희 당에서 만들어냈다. 지금 거대 양당 속에서 새로운 진보 정치 모델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고민을 계속하고 있고, 다른 진보 정당들도 동참하고 있다"라고 선을 그었다.

진보당은 거대 여야 양당 정치가 가속화되는 것을 극복하는 대안 정당의 길을 모색하며, 거주민들이 직접 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풀뿌리 민주주의'에 핵심 의제를 두고 노력을 계속 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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