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상처뿐인 영광?...'얼음'된 이재명, 당선에도 '좌불안석'
입력: 2022.06.04 00:00 / 수정: 2022.06.04 00:00

국민의힘, 대선 이어 지방선거 승리에 "이겼다" 환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은 국회 입성에 성공했지만, 당안팎의 책임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지상파 3사 출구조사 예측을 확인 후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떠나는 이 위원장. /남윤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은 국회 입성에 성공했지만, 당안팎의 책임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지상파 3사 출구조사 예측을 확인 후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떠나는 이 위원장. /남윤호 기자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용산 대통령실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김정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이 당선인은 국회 입성에 성공했지만 민주당의 지방선거 참패로 마냥 기뻐할 수 없는 모양새다. 당내 전현직 의원들은 일제히 '이재명 책임론'을 제기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는 '이재명 살리자고 민주당 죽었다'는 해시태그가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6·1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면서 박지현 비대위원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박 전 위원장은 윤호중 전 비대위원장과의 충돌 등 당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민주당에 새바람을 주입했다는 호평을 동시에 받고 있다. 박 전 위원장 본인은 정치적 행보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 사진이 도마에 올랐다. 김 여사가 대통령 집무실에서 촬영한 사진을 본인 팬카페에 공개해서다. 대통령실은 핵심 보안시설로 사전에 허가를 받지 않는 이상 사진 촬영이 불가능하다. 대통령실에서는 사진을 촬영한 사람이 대통령실 직원은 아니라고 했다가 부속실 직원이라는 등 오락가락한 해명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애초 김 여사가 방점을 두겠다고 전한 '조용한 내조'와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개표 방송을 확인 한 후 굳은 표정으로 차량에 타고 떠났다. /남윤호 기자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개표 방송을 확인 한 후 굳은 표정으로 차량에 타고 떠났다. /남윤호 기자

◆침묵하는 '초선' 이재명...상처뿐인 영광?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국회에 입성하게 됐어. 이제 당선인이라고 불러야겠네. 예상했던 결과지?

-아무래도 몇몇 여론조사에서 상대인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다는 결과도 나왔지만, 인천 계양을은 민주당세가 원래 강했으니까. 윤 후보와 10.49%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는 게 조금 의아할 정도지.

-이 당선인은 당선됐지만 선거 전체로 보면 참패라서 마냥 기뻐할 순 없겠네. 반응은 어땠어?

-이 당선인은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마련된 개표 상황실에 7시 20분쯤 들어왔어. 박지현·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와 맨 앞줄에 앉아서 출구 조사 방송을 기다렸어.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어. 광역단체장 17곳 중 민주당이 4곳만 앞선다는 결과가 나오자 탄식조차 없이 무거운 침묵만 흘렀어. 이 당선인은 표정은 물론 몸도 굳어서 미동 없이 TV 화면만 응시했어. 자신이 조금이라도 반응하면 카메라에 찍히고 기자들이 기록할 걸 알기 때문인지 그야말로 '얼음'이 됐어. 이따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어.

-또 안타까움을 참으려는 듯 구둣발로 바닥을 가볍게 톡 하고 차는 모습도 봤어. 그러다 발표 10분 만에 자리를 뜨더라고. 취재진들이 구름떼처럼 이 당선인에게 몰려갔어. '선거 결과 어떻게 봤나' '전당대회 나오나' '책임론 어떻게 생각하나' 등등 물음을 던졌지만,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인천 계양을 사무실로 향했어. 물론 당에서 사전에 백브리핑이 없을 거라고 공지하긴 했어. 그래도 취재진 사이에선 "한마디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나왔어.

-지금까지 입장을 밝힌 건 인천 계양 사무실에서 한 말이 전부지?

-맞아. 이 당선인은 "국민의 엄중한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면서 "조금 더 혁신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 여러분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어. '사과'보다는 앞으로 당을 바꿔나가겠다는 것에 방점을 찍은 걸로 보여.

온라인상에는 선거 총책임자인 이재명 당선인만 살아남았다는 점을 비판하는 패러디물이 공유·확산했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혼자 산다 로고에 이 당선인 사진을 합성한 패러디물. /트위터 갈무리
온라인상에는 선거 총책임자인 이재명 당선인만 살아남았다는 점을 비판하는 패러디물이 공유·확산했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혼자 산다' 로고에 이 당선인 사진을 합성한 패러디물. /트위터 갈무리

-결과가 좋지 않으니 상황을 타개하기가 쉽진 않겠는데?

-당장 이 당선인 책임론이 불거졌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페이스북에 "자기는 살고 당(黨)은 죽는다는 말이 당내에 유행한다"라면서 이 당선인을 저격했고,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친구, 상처뿐인 영광 축하합니다"라고 작심 비판했어. 친문 의원들도 "책임자가 책임지지 않고 남 탓으로 돌리는 그 짓을 민주당이 계속했다(이낙연 전 대표)", "사욕과 선동으로 당을 사당화시킨 정치의 참담한 패배(홍영표 의원)" 등 공개적으로 책임론을 쏟아내고 있어.

-이 당선인이 수도권 지원사격을 명분으로 출마했는데 과반 승리를 이끌지 못했을 뿐 아니라 선거 막판에 '김포공항 이전' 공약 등을 던지면서 본인에게만 유리하고 전체 선거판에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했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야. 대선에서 '0.73%포인트차'로 석패해 기대했던 '이재명 효과'는 전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거야. 특히 출마하려면 '성남 분당갑'에서 안철수 후보와 대결했어야 했는데 본인만 살기 위해 쉬운 선택을 했다고 보는 거지. 이 의원의 페이스북글에는 이 당선인 측근인 백종선 전 비서가 "안되겄다...곧 한대 맞자 조심히 다녀"라고 답글을 남겨 살벌한 분위기도 연출됐어.

-온라인상에서도 민주당 지지층 중심으로 '#이재명 살리자고_민주당 죽었다' 등의 해시태그가 확산했어. 이 당선인의 '나홀로 생환'을 부각하기 위한 패러디물도 쏟아졌어. MBC 예능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 로고나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포스터에 이 당선인 사진을 합성하는 식이야.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이 위원장이 살기 위해 서울을 제물로 바쳤다'는 말까지 나왔어.

-부정 여론이 확산하면 차기 당대표 출마가 어려워질 수도 있겠는데?

-당장 전해철 의원이나 김해영 전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이재명 당대표 출마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대선에 이어 지선까지 패배 책임이 있는 이 후보는 평가 대상이지 혁신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거야. 그렇지만 막상 8월 전당대회에서 이 당선인에게 맞설 중량급 인사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야. 당 자산인 이 당선인을 마구 공격하는 것도 쉽지 않고. 이 당선인으로선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하고 당대표 출마 명분을 마련할지가 관건일 듯해. 고심이 깊으니 침묵도 길어지는 것 같아.

국민의힘 당 지도부들은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크게 기뻐했다. 이준석 대표는 두 주먹을 꽉 쥐고 빙글빙글 돌리며 환호했고, 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은 두 손을 쭉 뻗어 만세를 외쳤다. /남윤호 기자
국민의힘 당 지도부들은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크게 기뻐했다. 이준석 대표는 두 주먹을 꽉 쥐고 빙글빙글 돌리며 환호했고, 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은 두 손을 쭉 뻗어 '만세'를 외쳤다. /남윤호 기자

◆ '웃음이 자꾸 나와'...기쁨 감추지 못한 국민의힘 개표 상황실 현장

-지난 1일 출구조사 결과 발표에 국민의힘 개표 상황실에는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던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어?

-그날 현장 분위기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어. 국회도서관 지하 강당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 상황실에는 출구조사 방송을 지켜볼 수 있는 모니터 10대와 각종 카메라 등 방송 장비들이 즐비해 있었어. 오후 7시 30분,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에서 국민의힘 '압승'이 점쳐지는 결과가 나오자 당 지도부를 비롯한 현역 의원, 당직자들은 두 손을 치켜들며 '와아!!'라고 환호했어. 4년간 묵은 설움을 씻어내듯 엄청 좋아하더라고.

-그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기도 해.(웃음) 국민의힘은 지난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17곳 광역단체장 중 15곳에서 민주당에 패배하는 처참한 결과지를 받아들인 적이 있잖아. 이번 지방선거에 따라 2년 뒤에 치러질 총선의 향배가 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기쁨이 두 배였던 것 같아.

-이날 개표상황실에는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와 당직자들이 총집합했어. 현역 의원들도 함께 자리해 출구조사를 지켜본 만큼 약 30여 명이 기쁨을 함께 나눈 거지.

-국민의힘 주요 지도부들은 출구조사가 나오기 전, 7시부터 개표상황실에 속속 도착했어. 투표가 거의 마무리되는 시각이었기에, 이들은 서로 "고생했다"며 덕담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지. 당초 지난 3월 대선의 흐름을 타는 분위기가 강했던 탓에 여당의 승리가 점쳐졌던 만큼, 17곳 중 '9곳' 승리라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어.

-하지만 예상보다 낮은 투표율에 다소 긴장하는 모습도 역력했지. 이들은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정권심판론'을 강조하며 높은 투표 참가를 독려했었지. 그런데 최종 투표율 50.9%, 역대 지방선거 중 두 번째로 낮은 투표율을 보이자 '역풍을 맞으면 어쩌지라는 분위기가 상황실 한 공간을 차지했어.

-출구조사 개표가 임박하자 이들은 설렘과 걱정을 뒤로하고 모두 자리에 앉아 두 손을 꼭 마주 잡았어. '여소야대' 정국을 맞은 만큼,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선 지방 권력 탈환이 무엇보다도 우선시 됐기에 그들의 모습에는 엄청난 기대감이 보이는 듯했지.

지난 1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 마련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서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선 확실이 나온 후보자 사진에 당선 스티커를 붙인 뒤 포즈를 취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지난 1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 마련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서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선 확실이 나온 후보자 사진에 '당선' 스티커를 붙인 뒤 포즈를 취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10대의 모니터에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자 30여명의 지도부들은 "십. 구. 팔. 칠..."을 외쳐 나갔지. 마지막 "땡"을 외치자마자 이들은 마주 잡은 두 손을 하늘로 높이 들어 올리며 벌떡 일어났어. 출구조사 결과에서 국민의힘의 '압승' 점쳐지자, 너무 좋은 나머지 반사적으로 몸이 반응한 거지.(웃음)

-이들은 국민의힘 후보들의 '우세' 결과가 화면에 뜰 때마다 일일이 이름을 외치거나 박수를 보내는 등 크게 기뻐했어. 특히 이 대표가 가장 기억에 남아. 그는 벌떡 일어나 두 주먹을 빙글빙글 돌리는가 하면 박수를 짝짝 치고 기쁜 표정을 감추지 않았어. 김 선대위원장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어깨를 흔들며 "으쌰 으쌰"라고 외치는 등 환호의 도가니가 펼쳐졌어.

-이들은 "이겼다"를 연호하거나 두 주먹을 불끈 쥐어 올리며 '만세'를 하는 등 자신들의 승리를 과시하기도 했어. 롤러코스터 같은 상황도 연출됐어. 비록 실제로는 석패했지만, 최대 격전지로 꼽혔던 경기지사 출구조사에서 김은혜 후보가 김동연 민주당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자 일제히 "김은혜"를 연호하며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어. 하지만,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예측 결과가 나올 때는 잠시 분위기가 차분히 가라앉았어.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윤형선 후보를 크게 앞서자 "아이고"라는 탄식이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윤 후보가 정치신인인 점을 감안했었는지, "그래도 잘했다"라는 위로의 목소리도 나왔어.

-권 원내대표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백브리핑' 시간에 "오늘 기분 좋은데 하나 더 하겠다"고 언급하는 등 새어 나오는 웃음과 기쁨이 숨겨지지 않는 듯했어.(웃음)

-하지만 승리의 기쁨도 잠시, 권 원내대표는 "저희끼리 더 겸손하자. 낮아지자고 얘기했다"고 밝히기도 했어. 지난 21대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민주당이 불과 2년 만에 선거에서 패배한 모습을 보고 '민심이 무섭다'는 것을 크게 깨달은 게 아닐까 해.

-어쨌든, 국민의힘이 이번 대선과 지방선거 모두 이긴 만큼 좋은 정책을 많이 보여줬으면 좋겠어. 코로나19, 경제 위기 등 다양한 국정과제가 산적해 있는 만큼 국민의힘 어깨가 많이 무거울 거야. 표를 받기 위해 선거때만 반짝 나타나 말로 떠드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직접 실천해 줬으면 좋겠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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