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계 "'졌잘싸' 팽배한 민주당, 대선 패배 李 출마" 맹비판
더불어민주당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선거에서 국민의힘에 완패하며 심각한 내홍에 빠졌다. 2일 민주당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이 국회 당대표실에서 "6·1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힌 뒤 고개 숙여 인사했다. /국회=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에 완패했다. '패배 책임'의 시선은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로 향했다. 비대위가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면서 지도부 공백 상태를 맞이했다. '친문' 중심의 민주당 의원들은 선거 결과가 나오기 무섭게 '혼자만 살아남았다'며 인천 계양을에서 당선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을 향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차기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전초전이 시작된 분위기다.
민주당 비대위는 2일 오전 총사퇴를 선언했다. 앞서 비대위는 비공개회의를 열고 지선 패배에 따른 소감과 소회를 돌아가며 나눴고, 비대위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논의를 거쳤다고 전했다. 회의를 끝낸 비대위 8명은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앞에서 겸허히 머리를 숙였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하기로 했다"며 "이번 선거 패배에 대해 지지해주신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께 먼저 사죄드린다. 민주당의 더 큰 개혁과 과감한 혁신을 위해 회초리를 들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지난 3월 대선 패배로 인해 출범했던 비대위가 지선 패배로 해체되며, 민주당은 임시 지도부를 다시 꾸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오는 8월에 예정된 전당대회와 대선 평가를 전담할 임시 지도부는 의원총회와 당무위원회, 중앙위원을 통해 구성될 예정이다.
2일 윤호중·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에서 입장문 발표를 준비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
비대위 기간 '586 용퇴론' 등 당 쇄신 필요성을 연일 언급했고, 이로 인해 윤 위원장 및 당내 갈등을 빚었던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도 이날 국회를 떠나게 됐다. 그는 비대위 총사퇴 경위와 지방선거 패인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지선 이후 줄곧 침묵하고 있는 이재명 위원장을 향한 시선도 곱지 않다. 비공개 비대위에서는 이 위원장이 대선 패배 책임 당사자임에도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명분 없이 출마한 게 지선 패배 원인 중 하나라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 총사퇴 당일 비공개 회의 전 라디오에 출연한 조응천 비대위원도 "(회의에서) 모든 걸 열어놓고 이야기하게 될 건데 아무래도 책임론이 나오지 않겠나"라며 "총사퇴를 하게 되면 당 자체가 좀 많이 흔들리게 되니 조기에 안정시켜야 되겠다는 (조기 전대 요구 등)역작용이 나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내 '친문(親文)계' 인사들 사이에서도 강한 비판이 나왔다. 이들은 특히 이 위원장의 '명분 부족' 보궐선거 출마를 지적했다. 이를 두고 친문 인사들이 겉으로는 당 패배 요인을 지적했지만, 결국 당권 정립 기회를 앞두고 '친문'과 '친명(親明)' 간 갈등을 수면 위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선거 패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친문 인사는 신동근·전해철·홍영표 의원·이낙연 전 대표 등이다. 이들은 이 위원장 책임론을 제기하며,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에 팽배했던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분위기가 위기를 자초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이 대선을 지고도 '아무 일 없었던 듯' 지선을 치르다 패배했다고 맹비판했다. /남윤호 기자 |
신 의원은 페이스북에 "숱한 우려와 반대에도 '당의 요구'라고 포장해 송영길과 이재명을 '품앗이 공천'했고, 지방선거를 '이재명 살리기' 프레임으로 만들었다"면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과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콕 집었다.
전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선거 패배에 책임 있는 분들이 필요에 따라 원칙과 정치적 도의를 허물고, 어느 누구도 납득하지 못할 변명과 이유로 자기방어와 명분을 만드는 데 집중하면서 국민들이 생각하고 기대하는 민주당의 모습과 멀어지게 만들었다"고 혹평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이 대선을 지고도 '아무 일 없었던 듯' 지선을 치르다 패배했다고 맹비판했다. 그는 "책임자가 책임지지 않고 남을 탓하며, 국민 일반의 상식을 행동으로 거부했다. 출발부터 그랬으니, 그다음 일이 제대로 뒤따를 리 없었다"고 이 위원장도 에둘러 비판했다.
현재로선 여의도 입성에 성공한 이 위원장이 오는 8월 전당대회에 도전해 당권을 거머쥘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당내 비토가 강해진다면 계파 갈등이 심화해 불안정한 기류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공존한다.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설치된 민주당 상황실에서 출구조사를 시청한 후 의원회관을 떠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의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대패했지만 '김동연(경기지사)'이라는 희망의 씨앗을 심었다"며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기 위해서는 당분간 의원들끼리 물갈이를 통한 혁신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위원장을 향해선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최소한 과반 이상 차지하겠다'고 호언장담하고 당을 끌었는데, 이렇게 괴멸을 당하다시피 했으면 최소한 자숙하는 모습은 보여야되지 않겠나"라며 "'내가 당 대표 하겠다'라고 하면 국민들이 뭐라고 하겠나"라며 회의적 시각을 내보였다.
반면 이 위원장의 책임론을 내세우기 전, 윤석열 정부 출범 20일 만에 치러진 지방선거 환경을 먼저 따져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선거에서 참패를 당했으니 '비대위 총사퇴'로 책임지는 것 아니겠나"며 "당의 위기 상황에서 당의 부름에 응답해 나온 '차출' 상황인 만큼, 이 위원장에게 지선 패배의 책임을 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최 평론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 정당에는 여러 의견과 이견이 나올 수 있으니 그런 (책임론) 것들까지 다 포괄해야 현대 정당으로서 기능을 하는 것"이라며 "이제 어떻게 책임지고 처신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이 위원장이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